김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인터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1971년 가족계획연구원으로 출범한 이후 45년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다. 보건의료·국민연금·건강보험·사회복지·사회정책 부문을 연구·분석하는 보건복지 분야 대표 싱크탱크다.
한경비즈니스의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5년째 1위(정치·사회 부문)를 차지한 보사연의 경쟁력을 김상호(55) 원장에게 물었다. 5년 연속 1위입니다. 비결이 궁금합니다.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건강과 복지, 사회 안전망 등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한 때문이죠. 최근 몇 년간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도 크게 상향된 상태고요. 저출산, 고령화,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주된 이슈가 되면서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보사연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사연은 국책 연구 기관으로서 보건 복지 정책의 수립 및 집행, 평가 과정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년 다양한 영역의 우수 연구 인력을 지속 충원하고 있죠.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중점을 뒀던 분야는 무엇입니까.
“지난해에는 올바른 보건 의료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연구를 중점 진행했고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표출된 한국 보건 의료 체계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5대 사회보험 중 건강·국민연금·장기요양보험의 안정적 운영과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했고요.
정부가 추진 중인 생애 주기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효율적 복지 전달 체계 구축,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이 올해부터 5년간 시행되는데 보사연이 계획 수립 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있습니까.
“저출산의 원인은 사실 굉장히 복잡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죠. 출산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취업난과 주택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높은 사교육비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아기 낳는 걸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종합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저출산 극복은 어렵다고 봅니다.
보육 예산만 가지고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현재로서는 통일도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이죠. 통일되면 한국의 고령사회 진입 시점이 다소 늦춰질 수는 있지만 고령화 진행 속도는 통일 독일보다 빠를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보사연에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지난해 독일에 시리아 난민이 100만 명 가까이 유입됐습니다.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난민 정책’을 택한 셈이죠. 한국에서도 이를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에도 일정 부분 유사한 방안이 포함돼 있어요. 보다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죠. 외국의 우수 인재들이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국내에서 결혼해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고령화·저성장 등에 따른 국민연금제도의 개선도 필요한 상황인데요.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독일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비스마르크형 사회보험제, 즉 보험형 사회보장제도라고 이해하면 돼요. 이 제도는 도입 후 정착까지는 굉장히 수월합니다. 낸 만큼 받아가는 것이니까요. 다만 정착 후 보험 가입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됩니다. 풀어야 할 과제죠.
또 하나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보장성도 강화해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습니다. 2060년에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 겁니다. 결과적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를 누가 수용할 것이냐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장애인 복지 등 사회정책 분야는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올해는 저소득층의 빈곤 환경과 소득·자산 분포, 가구 소비 등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할 계획입니다. 근로 빈곤층의 복지정책 수요에 대한 연구 과제도 개발·추진할 예정이고요. 장애인·노인·아동·가족 등 대상별로 효과적인 정책 개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단지 제도에 그치기보다 복지 수혜자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개선책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연구 과제는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의 특수성과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복지 모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유교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나라에서 독일·일본 등 선진국의 복지제도를 단순 벤치마킹해 오다 보니 여러 가지 허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과거 우리의 복지정책이 선진국 모델을 이식하는 데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고유의 복지 모델을 토대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게 국책 연구소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 대비 사회보장 연구에도 힘을 쏟을 방침인데요.독일은 통일 관련 비용의 49.2%가 사회복지 분야에 투입됐습니다. 우리도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통일이라는 게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이 사안은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지시를 받은 부분이에요. 지난해 하반기에 외부 전문가 등을 영입해 통일사회보장연구단을 만든 상태고요. 올해에는 북한의 모든 사회보장제도를 파악해 한국과의 차이점을 도출할 계획입니다.
2017년에는 시나리오별로 좀 더 구체화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죠. 남과 북이 5년간 1국 2체제 형태로 운영된다는 가정 하에 우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북한에 어떤 형태로 도입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동북아 등 국내외 싱크탱크와의 교류도 중요하겠군요.
“우수 연구 성과 창출과 현실적인 정책 제시를 위해 활발한 교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말 기준 국내 82개 기관, 해외 24개 기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입니다. 미국의 군사·정치 부문 대표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와 지난해부터 사회보장 재정에 관한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요.
중국사회과학원과는 동아시아 사회보장 정책 국제 저널(가칭 Journal of Asia Social Policy)을 펴내기로 했습니다.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계획대로라면 아시아 최초의 사회보장 정책 분야 저널이 탄생할 예정입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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