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에서 전기차까지 풀 라인업 구축
‘제네시스’로 고급화 시동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현대차그룹이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길 찾기에 나섰다. 일본의 도요타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 기업은 2008년 이후 5년여 동안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

더 이상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뒤에서는 어느덧 훌쩍 큰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저가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흥국을 기반으로 10년 동안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의 지위를 유지해 온 전략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업종처럼 당장 위기가 눈앞에 닥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리 격차를 벌리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불황이 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현대차그룹, 2018년까지 11조 투자…친환경차 개발 ‘박차’
2016 제네바 모터쇼에 참석한 정의선(오른쪽 둘째) 현대차 부회장, 양웅철(맨 왼쪽)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담당 부회장, 유연철(왼쪽 둘째)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 모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맨 오른쪽).


핵심 부품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

2015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통 큰’ 결단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2018년까지 81조원에 이르는, 어찌 보면 무모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친환경차 개발에서 선두 자리를 확보해 현대차의 명성을 톱클래스로 올리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전체 투자액 81조원의 76%에 달하는 61조2000억원을 국내에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투자액에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비 11조원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50조원이 고스란히 국내에서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비로 투입된다.

구체적으로는 핵심 부품 공장 신·증설 및 정보기술(IT) 강화 등 기반 시설 투자, 보완 투자, GBC 건설 등 시설 투자에 34조4000억원, 제품 및 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26조8000억원이 각각 집행된다.

국내 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단순히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보다 친환경차의 R&D 역량을 크게 확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R&D 부문에서만 31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R&D 투자는 친환경 자동차와 스마트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고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방향 전환을 모색해 왔다. 그 전환의 시작이 친환경차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18년까지 11조3000억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전기차 전용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의 친환경차는 단순히 기존 모델의 심장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모델들의 친환경 버전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최종 단계에서는 친환경 전용 모델로 승부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친환경차 로드맵을 발표한 상태다.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 12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전기차 2종, 수소차 2종 등 총 22개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해 이 분야에서 글로벌 톱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아이오닉으로 친환경차 새 기준 제시

현대차의 이런 계획은 현재 순항 중이다. 지난해부터 계획했던 ‘LF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형 K5 하이브리드 모델’, ‘신형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하이브리드(HEV),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등 친환경차인 ‘아이오닉’의 전체 라인업을 공개했다.

아이오닉은 동급 최고 연비와 함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달성한 모델로, 세계 최초로 3가지 타입의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술이 적용됐다. 친환경차의 특성을 고려한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아이오닉은 극대화된 공력 성능과 배터리·모터·엔진 등 파워트레인의 조합을 최적화해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달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가는 미래 모빌리티의 시작을 콘셉트로 개발된 아이오닉의 전체 라인업을 공개하게 됐다”며 “아이오닉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함과 동시에 세계 유수의 차량들과 당당히 경쟁함으로써 현대차, 나아가 대한민국의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대차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의 고급화 전략의 핵심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안착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꿈꿔 왔던 고급화 전략의 첫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브랜드를 발표하고 12월 첫 차를 출시하는 ‘제네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재규어 등 전통의 브랜드에 맞서는 신흥 럭셔리 브랜드다. 대량생산 메이커가 만든 럭셔리 브랜드라는 점에서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 혼다의 어큐라 같은 사례와 유사하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기존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인수하는 대신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방식의 성공을 가늠하는 것은 브랜드의 이미지 구축과 함께 인지도를 빠르게 높이는 것이다.

일단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현대차는 지난 2월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딜러 대표단과 판매 법인 임직원 30여 명을 초청했다. 양측은 지난해 미국 판매 실적과 올해 판매 전략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딜러들은 7월께 미국에 출시될 예정인 제네시스 G90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1월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상품성을 인정받아 현지 분위기가 좋은 만큼 출시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딜러들은 현대모터스튜디오와 남양연구소를 견학한데 이어 제네시스를 시승하는 시간도 가졌다. 시승 후 딜러들은 “미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이어 가기 위해 현지 딜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 마케팅과 신차 효과 등을 앞세워 소비층을 넓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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