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best PBcenter]신한·삼성, 3년 연속 PB 명가 공인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이미 그건 최고가 아니다.” 저마다 프라이빗뱅킹(PB)의 명가(名家)라며 우쭐대지만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 등으로 출구가 없는 투자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이 그 명성만 듣고서 자산관리를 덥석 맡길 금융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경 머니는 은행, 보험, 증권사 27곳의 PB센터 임원 52명을 대상으로 2016년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를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실시,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업권별 최고의 PB센터를 선정했다.

신한은행, 삼성생명, 삼성증권이 업권별 프라이빗뱅킹(PB) 설문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에 나란히 오르며, 거침없는 독주를 이어갔다. 이른바 자산관리 시장도 명품 브랜드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금융도 이제는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제로(0)금리인 상황에서 고객들도 더 이상 자산관리를 허투루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2가지다. 바로 경험과 평가. 몸소 체험을 해보거나 주위의 객관적인 평가를 기준 삼게 되는 것이다.

은행, 보험, 증권 분야의 PB 담당 임원들의 추천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고객들이 미처 볼 수 없는 업계의 이면까지 객관적으로 평가해 금융권 최고의 PB센터를 가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VIP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구나 계좌이동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도입은 금융권에 ‘한 번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3단계 계좌이동제가 가동된 가운데 계좌 변동 건수는 총 203만 건(3월 16일 기준)으로 어느새 200만 건을 넘어섰다. 금융 브랜드 인지도와 만족도에 따른 고객들의 대이동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경 머니가 ‘2016년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도 길을 찾아 떠난 금융 고객들에게 최고의 금융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PB 3강 체제, 3년째 요지부동
한경 머니는 올해 3년째를 맞는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 설문 평가를 지난 3월 2일부터 8일까지 진행했다. 설문은 은행, 보험, 증권사의 PB센터(보험사는 FP센터) 임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총 27개 금융사(은행 9곳, 보험 8곳, 증권 10곳)에서 52개의 설문 답변을 취합했다.
[2016 best PBcenter]신한·삼성, 3년 연속 PB 명가 공인
설문 방식은 고객 서비스, 전용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등 총 7개 세부 항목에 대해 자사를 뺀 우수 금융사를 업권별로 1, 2위 순위까지 지목하는 방법을 택했으며, 설문 통계는 리서치 전문 업체인 글로벌리서치에서 진행했다.

설문 결과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전년도에 비해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며 독주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분야에서는 삼성증권이 1위를 차지했지만 전년도에 비해 2위 KDB대우증권과의 격차는 근소하게 좁혀든 것으로 나왔다. 3위인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이 합병하기 전에 이뤄진 설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박빙의 승부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설문 평가에서 총점 344점을 받으며 전년도 총점인 268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경쟁 은행인 KEB하나은행(227점→259점)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설문 평가가 진행된 지난 3년간을 보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점수 차(35점→41점→85점)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전년도에 3위와 4위를 차지했던 KB국민은행(151점→231점)과 우리은행(70점→101점)은 비록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차근차근 점수를 높이며, 선전을 펼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9개 시중은행 중 최하위였던 NH농협은행의 분전도 놀랍다. 이번 설문 평가에서 총점 46점을 얻으며 우리은행에 이어 5위에 올라선 것. 이어 한국씨티은행(총점 33점, 6위→6위), IBK기업은행(총점 30점, 5위→7위), KDB산업은행(총점 14점, 첫 순위 진입),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총점 11점, 7위→9위) 등의 순이었다.

신한은행의 1위 수성에 큰 역할을 한 세부 항목은 고객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펀드·증권 서비스,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로 모두 업권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전용상품 서비스(2위), 부동산 서비스(3위)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전용상품 서비스에서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1위로 평가받았던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에서 2위로 밀려나고, 나머지 5개 항목에서 근소하게 모두 2위를 차지하며 힘에 겨운 모습을 보여줬다.

신한은행은 사실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은행업과 증권업의 결합 모델인 PWM(Private Wealth Management)를 선보인 곳이다. 최근에는 초고액자산가뿐만 아니라 리테일 거래 고객 중 준자산가(금융자산 1억 원 이상)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해 7월 신한PWM라운지 16개를 리테일영업점 VIP 창구에 개설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의 독주가 눈에 띈다. 이번 평가에서 삼성생명은 총 408점을 얻으며, 지난해 총점 311점보다 97점이나 늘어났다. 이는 2위 교보생명(184점), 3위 미래에셋생명(151점), 4위 한화생명(125점)의 점수를 합친 총점(460점)과 근접한 수치다.

교보생명(131점→184점)과 미래에셋생명(84점→151점), 한화생명(83점→125점)이 모두 지난해에 비해 총점이 높아졌지만 그동안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와 파이낸셜플래닝(FP)센터 등을 통해 차별화된 VVIP 서비스를 선도해 온 삼성생명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다만 지난해 7개 전 항목에서 1위에 오르며 ‘올 킬 본능’을 보여주었지만 올해 펀드·증권 서비스 항목은 미래에셋생명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신개념의 VVIP 1호점을 파일럿(실험) 식으로 운영하고 성과에 따라 전국 지점으로 확대키로 하는 등 업계 맏형으로서 끊임없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6 best PBcenter]신한·삼성, 3년 연속 PB 명가 공인
삼성증권 주춤, 2위 그룹 대약진
증권 분야는 삼성증권을 필두로 추격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여전히 삼성증권이 총점 264점으로 3년 연속 1위를 수성했지만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우선 삼성증권의 총점이 전년도(274점)에 비해 줄어든 264점을 기록한 것이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삼성증권은 2014년 1위에 오를 때 2위 우리투자증권(131점)에 2.6배에 가까운 339점을 기록한 바 있으며, 총점 274점을 차지한 지난해에는 격차가 줄어 2위 KDB대우증권(129점)과 145점 차이를 냈다. 올해 KDB대우증권이 총점을 193점까지 높인 가운데 삼성증권은 총 264점을 기록하며 점수 차는 71점까지 좁혀졌다.

특히 미래에셋이 KDB대우증권을 합병하게 되면 액면 점수로만 따져도 352점이 돼 통합증권사의 누적 총점이 삼성증권을 앞선다. 세부 항목별 순위를 보더라도 삼성증권은 전용상품 서비스, 상속·증여 서비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펀드·증권 서비스 총 4개 항목에서 1위에 올랐으며,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에서는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에 뒤진 4위에 머물며 체면을 구겼다. KDB대우증권의 경우 고객 서비스,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에서,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 서비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2월 윤용암 사장 취임 2년 차를 맞이해 30억 원 이상 초우량 고객 전담의 SNI(Samsung & Investment)사업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하는 등 증권업계 PB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 채찍을 집어 들었다.

한편 중위 그룹을 형성하는 증권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총점 127점, 117점, 108점을 얻으며, 선두그룹 못지않은 저력을 보여주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