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4번의 원자재 슈퍼사이클, 글로벌 경기와 흐름 일치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역사상 ‘슈퍼사이클’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 무렵이다.

2003년에서 2008년 사이 배럴당 30달러에서 140달러까지 치솟은 WTI를 필두로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상향 곡선을 그리며 ‘슈퍼사이클 랠리’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원자재 가격의 흐름을 살펴본 결과 대략 20년 주기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에 20년의 파동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설명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이유를 꼽자면 공급과 수요의 시차 때문이다. 원자재 상품의 특성상 생산 설비를 투자한 뒤 실제 생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산은 자본 투자부터 생산까지 최대 20여 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광산에 투자하기로 한 뒤 자원 가격의 흐름이 장기적인 추세에서 전망과 맞아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고 그에 따라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게 돼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1800년대 이후 현재까지 역사상 슈퍼사이클은 4번 있었다. 20세기 초반 미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으로 촉발 된 1차 슈퍼사이클은 1900년대 초반부터 1917년까지 가파른 원자재 가격 상승기를 나타낸다. 정점을 찍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후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으로 끝을 맺는다.

2차 슈퍼사이클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1945년 전쟁 직후부터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원자재 가격 역시 1950년대 초반 정점을 찍은 뒤 1960년대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고도 성장기와 함께 막을 내린다.

3차 슈퍼사이클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시작으로 볼 수 있다. 1973년과 1979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10배 이상 폭등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수십 년간 배럴당 2달러에 머무르던 WTI 가격은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다음해인 1974년 배럴당 12달러에 거래되더니 이후 10달러대에서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후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겪은 뒤 단숨에 배럴당 30달러 시대로 접어들었다.

유가가 오르자 다른 원자재 가격들도 일제히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이 발표되며 꺾이기 시작한 그래프는 1998년 저점을 찍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4차 슈퍼사이클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브라질·러시아·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세가 가격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2008~2010년을 고점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글로벌 경기 침체 등과 맞물리며 다시 하락세를 맞았던 것이다.

vivajh@hankyung.com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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