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푸드스타일리스트 김혜원의 <봄의 식탁>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영감을 주기도 한다. 어떤 요리에는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방송인 출신 푸드스타일리스트 김혜원의 요리도 그러한 오감을 만족시킨다.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한 ‘집밥’의 로망을 전한다.

식탁 위에 봄내음이 물씬하다. 마치 푸르른 초원처럼 냉이와 달래, 봄동 등이 얽혀 빵 위의 작은 정원을 펼쳐 놓은 듯하다. 음식을 바라보기만 해도 금방 자연의 싱그러운 에너지가 몸속을 가득 채울 것만 같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애플스 키친의 대표인 김혜원(39) 씨의 ‘봄날 브루스케타’ 요리를 마주하니 숲 속에 소풍을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 씨는 “제철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훌륭한 식습관”이라며 “과거에는 어떤 핸드백을 들고 어떤 옷을 입었느냐가 나를 표현하는 주요 수단이었다면, 최근엔 어떤 음식을 먹는가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달라진 트렌드다”라고 말했다.

주부로 요리하며, 음식 나누는 기쁨에 눈뜨다
‘방송인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결혼 후 새댁일 때만 해도 김 씨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방송인을 꿈꾸던 그는 언론고시에 유리할 것 같아 숙명여대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KBC 광주방송(1999년)에 입사해 2004년까지 ‘출발! 빛고을 새아침’, ‘남도문화탐방’ 등을 진행했다.

“결혼 후 남편이 지방에 가게 돼서 저도 방송 일을 접었어요. 딱히 몰두할 일도 없던 때라 요리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즐거움에 빠져들었습니다.”

시작은 그렇게 우연이었다. 차츰 요리에 흥미를 느껴 가던 무렵, 집 인근에 대형 쇼핑몰이 새롭게 오픈했고 그곳에 요리를 배우러 갔다가 요리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요리 수강생이었는데 어느 날 수업이 펑크가 났다는 거예요. 제가 방송을 했으니 설명을 잘 할 것 같다는 이유로 갑자기 수업을 맡게 됐죠. 첫 수업이 된장찌개 요리였는데, 수많은 주부들 앞에서 된장찌개 요리를 수업하려니 무척 떨렸지만 수업에 대한 호응은 좋았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김 씨는 먼저 쉽고 간단한 아동 요리부터 도전했다. 마침 아이가 돌이 가까웠던 무렵이었다. “비싼 장난감보다 요리 재료가 아이에게 더 좋을 것 같았어요. 밀가루를 가지고 놀고 오이나 가지 등 각양각색의 채소를 만지고 보면 오감 발달은 물론 정서적으로 좋겠다 싶었죠.”

김 씨는 요리 재료를 이용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놀이를 개발해 블로그에 올렸는데 서울에서도 아동 요리를 배우러 올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2006년에는 아동요리지도자협회장을 맡게 됐고 2008년에는 ‘반갑다 키즈쿠킹’ 등의 아동 요리책도 세 권이나 냈다.

“제가 요리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저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엄청 많죠. 저는 요리를 하는 것도 즐겁지만 요리를 가르치는 것이 더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2009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했고, 마침 같은 대학원에서 한식 스타 셰프를 키우는 과정이 개설돼 참여하게 됐다.

“연세대와 우송대, 워커힐에서 최고의 강사와 셰프로부터 교육을 받았던 값진 시간이었어요. 2011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요리팀으로 선발돼 세계 경제인에게 한국 음식을 선보이는 운 좋은 경험도 했죠.”
[people] 푸드스타일리스트 김혜원의 <봄의 식탁>
애플스 키친, 손님 접대 요리 기법 전수
2014년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쿠킹스튜디오를 열었다. 전남 광주에 위치한 애플스 키친이다.
“애플스 키친은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고 먹고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요리를 배우는 곳이에요. 다양한 형태의 손님 접대를 손쉽게 할 수 있게 해주죠.”

요리를 잘하는 비결로는 ‘(소문난 곳에서) 많이 먹어보고 느껴볼 것’을 권했다. 무엇보다 기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특별한 요리는 어쩌면 간단한 기술에서 나옵니다. 불 조절만 다르게 해도 다른 요리가 되는데, 예열하고 강한 불이나 중간 불로 조절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기본을 익혀 두면 누구라도 요리를 잘할 수 있습니다.”

김 씨는 앞으로 건강한 집밥을 나누는 문화를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픈 꿈이 있다. 그는 “최근 편리한 서비스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성 어린 음식에 대한 로망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맞벌이처럼 모든 음식을 스스로 만들 여유가 없는 이들을 위해 정성이 들어간 반가공 식품이나 소스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people] 푸드스타일리스트 김혜원의 <봄의 식탁>
배현정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