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옷은 싼 옷’ 공식 깨져…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무한 경쟁 돌파 전략}
홈쇼핑, 고가 의류·아파트까지 ‘못 팔 게 없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품목이 변했다. 단순 소비재를 넘어 외식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가맹점주 모집 방송을 내보내는가 하면 아파트 조합원 모집 등 주택 상품을 소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류에서 나타나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는 그동안 티셔츠와 블라우스 등 안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는 5~6종 세트에 6만원, 겉에 걸치는 아우터웨어는 16만원이 넘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가격 저항선’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원단이나 봉제 기법을 고급화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홈쇼핑에서도 비싼 옷이 잘 팔리고 있다.

◆프리미엄 의류는 고가도 통한다
홈쇼핑, 고가 의류·아파트까지 ‘못 팔 게 없다’
(사진)현대홈쇼핑의 쿠니 방송 화면 /현대홈쇼핑 제공

TV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유명한 황재근 씨는 5월 21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쿠니’ 브랜드를 론칭했다.

쿠니는 이날 이너웨어 3종을 기존 홈쇼핑 의류보다 비싼 7만9000원에 선보였다. 준비한 물량은 방송 50분 만에 모두 팔렸다. 현대홈쇼핑은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날 완판된 이너웨어는 통기성이 좋고 쉽게 늘어나지 않는 ‘더블텐션 쿨 메모리 원단’을 사용했다.

기존 홈쇼핑 의류는 저가·다구성의 인식이 강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업계는 홈쇼핑 간 경쟁을 넘어 다양한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와 겨루기 위해 ‘홈쇼핑 의류 고급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실크 등의 소재를 활용한 프리미엄 의류를 잇달아 내놓았고 소비자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2013년 1.9%였던 프리미엄 상품 비율은 올해 1~5월 15%까지 증가했다.

김종인 현대홈쇼핑 패션·트렌드 사업부장은 “올해 안에 프리미엄 브랜드 20여 개를 추가 운영해 관련 상품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고가 의류·아파트까지 ‘못 팔 게 없다’
(사진)GS홈쇼핑의 쇼퍼테인먼트 프로그램 쇼미더트렌드 연출 컷. /GS홈쇼핑 제공

GS홈쇼핑은 손정완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 ‘에스제이 와니(SJ WANI)’ 등 15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연평균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디자이너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 등에선 살 수 없는 희소성이 차별화 요소”라며 “에스제이 와니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바탕으로 론칭 첫 방송에서 모든 아이템이 매진되는 등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 고가 의류·아파트까지 ‘못 팔 게 없다’
(사진)CJ오쇼핑의 셀렙샵 방송 화면. /CJ오쇼핑 제공

CJ오쇼핑은 지난해 뉴욕 출신 디자이너 ‘베라 왕’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베라 왕 특유의 모던하고 시크한 디자인 감성을 살린 의류·잡화·언더웨어·인테리어 상품 등을 단독으로 선보이고 있다.

베라 왕 언더웨어는 올해 상반기(1~6월) 작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오쇼핑은 매주 토요일 오전 쇼퍼테인먼트 방송인 ‘셀렙샵’을 방송 중이다. 셀렙샵은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클로젯(beyond clogset)’ 등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319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조일현 CJ오쇼핑 패션사업부장은 “차별화한 디자인과 탁월한 품질을 갖춘 단독 브랜드 라인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2014년 3월 장형철 디자이너와 연계한 ‘라뮤리나by장형철’을 단독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봄 선보인 ‘장형철 니트 3종(8만9000원)’은 단 2회 방송으로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모집도 인기

홈쇼핑 업계는 다른 유통 채널에서는 선보이기 힘든 분야로 방송 영역을 넓혀 가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월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 ‘김가네’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창업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 시간 65분 동안 총 90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전국 김가네 점포 수가 약 430곳인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상담이 이뤄진 셈이다.

롯데홈쇼핑은 1월 ‘문정아 중국어 올패스 평생회원반 모집’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6회 방송을 통해 총 7600건의 상담 신청이 들어왔다. 롯데홈쇼핑은 앞선 2014년 7월 세븐일레븐과 함께 편의점 가맹점주 모집 방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 방송 55분 동안 3000여 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CJ오쇼핑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서희건설 ‘서희스타힐스 에버파크’, 에스엔씨네트워크의 ‘호텔 마리나베이’ 등 15개의 분양 광고 방송을 진행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2월 CJ오쇼핑을 통해 용인 서희스타힐스를 소개한 결과 1800여 건의 조합원 모집 문의 전화가 왔고 NS홈쇼핑을 통해서는 1300여 건의 문의가 들어왔다”며 “방송 때마다 평균 100건 정도의 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4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를 견본주택 개관과 함께 선보였다. 70분 방송에 4000여 건의 상담 예약을 받았다. 홈쇼핑을 통해 방송되는 주택 상품 상담 건수가 평균 2000여 건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의 높은 관심이었다는 게 롯데홈쇼핑의 설명이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마케팅부문장은 “홈쇼핑 업계는 과거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 고민했지만 최근에는 시청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우선 고민한다”며 “일시적 이슈화를 위한 상품보다 고객의 욕구를 반영한 상품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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