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이민을 가 살고 있는 친구가 얼마 전에 그곳 친구 3명과 동행해 한국을 다녀갔다. 그들의 한국 방문 목적은 다름 아닌 얼굴 성형이었다.
한국의 미용성형 열풍이 캐나다의 교민 사회에까지 불었는지, 그간 성형수술을 위해 적금을 들어 왔다는 그들은 안면 리프팅, 눈 성형(상안검 성형술), 팔자 주름 및 입가 주름 성형 등 중년 여성 4종 세트를 하고 돌아갔다.
이번에 눈 밑 늘어진 살을 잘라 애교살로 만드는 수술만 한 필자의 친구는 시종 아쉬운 표정이었다. 함께 온 친구들이 4종 세트 수술 후 몰라보게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친구는 곧 다시 나와 나머지 3종 성형술을 받겠다고 기약을 하고 돌아갔다.
언제부터인가 세계 최고의 미용성형률을 자랑하는 한국에서는 여자가 태어난 모습대로 곱게 나이 들어가기가 참 힘든 일이 됐다. 젊은 여자들의 성형 열풍에 이어, 청소년기도 채 지나지 않은 여자 아이들까지 ‘비포(before), 애프터(after)’의 놀림을 받지 않겠다며 미리 얼굴에 손을 대더니, 이제는 50줄,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선 중년 남녀들까지 성형 대열에 합류하는 중이다.
2008년 서울시가 4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대 이상 남녀 40%가 얼굴 성형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성형 뒤 부작용 어쩌나
보톡스든 필러든, 혹은 팔자 주름 성형이든 코 수술이든 모든 인위적인 성형술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실제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받았던 성형수술이 잘못돼 몇 번의 재건수술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얼굴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마치 괴물 같은 모습으로 살게 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어떤 보형술을 이용한 수술이든 10년 주기로 보형물을 교체해야 한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권고는 무시되기 일쑤다. 실제로 수술한 의사에게서 이런 당부를 수술 전후 들어본 적 없다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더욱 큰일은 이런 성형수술이 자격이 없는 이들에 의해 겁 없이 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얼굴을 무자격자에게 맡기는 것은 수술에 대한 무지와 무지에 따른 용감함, 그리고 한 푼이라도 싸게 해보겠다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원래 성형이란 기능에 문제가 있는 이들을 위해 시술돼 온 것인데, 이제는 멀쩡한 곳을 객관적인 기준에 맞춰 자르고, 크게 늘리고, 새로 만들어 넣는다. 게다가 그 미용성형이라는 것은 얼굴, 가슴, 배 등에 이어 이쁜이 수술, 양귀비 수술 등 성기에까지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여성 성기를 성형하는 수술은 어쩌면 성기 훼손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성형 욕구는 ‘마음의 병’
요즘 필자의 상담실에는 질을 좁혀주는 이쁜이 수술, 소음순 축소 수술, 음핵 포경 수술, 양귀비 수술 등 성기 성형수술을 한 내담자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거의 십중팔구 수술 후 성감이 더 좋아졌다거나 오르가슴을 더 느끼게 됐다고 말하는 이는 보지 못했다(물론 수술하고도 나아지지 않으니 상담을 하러 왔겠지만). 대개 중년 여성들이 이쁜이 수술을 하는 경우는 남편의 외도를 예방(?)하거나, 바람기를 잡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양귀비 수술 또한 자신의 성감을 높이는 수술이라고 하나, 남편을 위해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모든 회음성형술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권유되고 시술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수술 후의 결과가 그렇게 기대할 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경이 삽입되는 질의 크기를 축소하는 이쁜이 수술은 사실 여자의 질이 그렇게 쉽게 늘어지는 곳이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쁜이 수술을 한 여자들이 폐경 후에 질건조증을 더욱 심하게 겪는다. 소음순 축소술도 그 기능의 문제나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보다는 남보다 더 길고 크다는 의료진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수술을 권유하는 경우도 꽤 있어서 걱정이다.
실제로 소음순은 여자에게 성감이 높은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본인이 불편하지 않다면 자연스런 상태를 유지하는 게 답이다. 또한 G스폿 부위에 보형물을 넣어 확대해준다는 양귀비 수술 또한 그 부분을 확인하기도 어렵지만, 확대한다고 기능이 좋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남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부부간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방법을 바꾸는 것으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는데 굳이 수술을 할 이유가 없다.
나의 얼굴과 내 몸은 내가 살아온 인생을 반영한다. 나의 몸에 대한 생각과 그에 대한 정서적인 태도는 바로 ‘보디 이미지(body image, 신체상)’로 반영된다. 내 몸이 내 마음에 드는가 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전적으로 주관적이기보다 오히려 객관적인 남의 시각에 영향을 받을 때가 더 많다. 보디 이미지가 좋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을 가지며 몸과 마음의 균형이 잘 맞는다.
이렇게 보면 성형에 대한 욕구는 결국 마음의 병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 나이만큼의 아름다움이 있다. 20대는 풋풋함이, 30대는 당당함이, 40대는 노련함이, 50대를 넘어서는 완숙함이 어울리는 아름다움이다.
50대의 여자가 20대의 주름 하나 없는 매끈한 동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감탄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50대에는 50대의 얼굴이, 60대의 나이에는 60대의 얼굴이 자연스럽다.
성형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옛날의 자연스런 내 모습이 그리워도 한번 건너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 강을 건널 것인가.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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