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말 산업'이 달린다]
‘말산업특구’ ‘말산업박람회’ 등 봇물…‘마필거래소’도 설립
3만 달러 시대 앞두고 ‘승마·경마 대중화’ 바람
(사진) 한국마사회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드넓은 초원에 서 있는 미루나무 한 그루. 푸른 하늘과 맞닿은 초원 위에 여러 마리의 말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빨간 기와집에서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들딸을 동반한 가족들이 말들을 구경하거나 말 등에 올라타 초원을 내달리고 있다.

유럽이나 호주의 한적한 시골이나 제주도의 말 농장의 풍광을 떠올리겠지만 서울에서 1시간 30분 정도만 가면 이런 공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7440달러 시대. 3 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된 풍경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육박하면 골프가, 3만 달러 이상이면 승마가 대중화된다는 통설이 한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3만 달러 시대 앞두고 ‘승마·경마 대중화’ 바람
◆ 10월 국내 최대 말산업박람회 열려

물론 아직 한국의 말 산업 규모는 미국(약 100조원)이나 프랑스(약 15조원) 등 말 산업 선진국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성장세는 놀랍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말 산업 규모는 지난해 3조2303억원으로 집계됐고 올해는 전년 대비 12.0%(3조6173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2조8700억원에 비해 26.0% 성장한 규모다.

승마 체험 인구 역시 늘고 있다. 2015년 승마 체험 인구는 83만406명으로 2014년보다 6만 명 가까이 늘었다. 정기적으로 승마를 이용하는 이들은 4만2974명으로 전년 대비 5.9%(2378명) 증가했다.

말 산업 육성 정책의 성장 척도를 가늠하는 말 사육 두수 역시 2014년 대비 511두(2%) 증가한 2만6330두다. 말 산업 사업체는 2014년 대비 53개(2.7%) 증가한 2052개이며 이 중 말 보유 사업체는 2014년 대비 21개(1.2%) 증가한 1829개로 조사됐다.

말 산업의 성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2017년까지 승마장을 500곳으로 늘리고 승용마 5만 마리, 승마 인구 10만 명으로 시장을 키운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런 정부 계획에 발맞춰 한국마필육성영농조합·서울마주협회·청마회 등 여러 말 관련 민간단체들은 말 산업의 주인공인 말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한국마필거래소를 설립했다.

마필거래소는 마필의 공정거래, 마필의 전문 강정제도 도입, 마필 산업의 레버러지 효과, 마필 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해 운영되며 최근에는 한국 승마와 말 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경제신문사와 협약을 맺고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말 산업은 말의 생산·육성·유통·소비까지를 매개로 해 발생되는 모든 산업의 집합체로 규정된다. 작물 재배, 말 사육, 축산 관련 서비스업 등 1차산업을 비롯해 식료품 제조업, 가죽 가방 및 신발 제조업, 축산 분뇨 처리업 등 2차산업과 경마·승마 등 스포츠 여가 서비스업 등 3차산업까지 약 20개 업종과 연관된 복합 산업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3차산업의 비중이 높다. 그만큼 말 산업은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가 다른 가축보다 월등히 많다.

범위도 레저와 스포츠를 넘어 맹인 안내를 위한 맹도마, 장애인 재활 치료 등까지 그 영역을 넓혀 가며 ‘6(1+2+3)차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말 산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가 말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7월 발표된 ‘말 산업 육성 5개년 종합 계획’이다. 당시 정부는 국민소득 증대에 따른 레저 수요의 증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이한 국내 농촌의 신소득원을 발굴하기 위해 말 산업 육성 정책을 시행했다.

말 생산·육성·조련·이용과 관련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 기관 지정, 도시민과 농어촌 지역민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농어촌형 승마 시설을 확충했고 농어촌·생태관광 등과 연계한 ‘호스랜드’도 조성했다. 그 결과 말 산업 사업체 2000개 돌파, 산업 규모 3조원 달성 등의 결실을 봤다.

이와 함께 정부는 말 산업이 승마 산업 저변과 인프라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2013년 11월 농림축산식품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가 협업 과제로 발표한 ‘레저 문화를 선도하는 승마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래 고정 승마 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유소년승마단 창단 지원 등 활성화 사업을 펼치고 있고 전국 소년체전 정식 종목으로 승마를 채택하기도 했다.

또한 승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말 문화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승마 마장마술을 뮤지컬과 오케스트라와 결합한 이색 공연에는 지난해 7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이 밖에 국내 최대 규모의 말 산업 박람회도 오는 10월 개최된다. 한국마사회 주관으로 열리는 이 행사는 2년마다 열리며 올해 4회째다.

특히 올해는 ‘말 산업 마켓 플레이스’를 조성해 마필 생산에서부터 식품·의·뷰티·패션·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말 산업 전체를 총망라하는 전문 비즈니스 교류의 장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100개 업체, 관람객 6만 명 방문’을 목표로 세웠다. 이 박람회는 말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말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3만 달러 시대 앞두고 ‘승마·경마 대중화’ 바람
◆ 제주·경기·경북 등 특구 지정

그런가 하면 정부는 말 산업 육성 거점 기지화를 위한 ‘말 산업 5개 특구’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각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인프라 확충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특구로 지정된 지자체 내 말 사업자에게는 세금 감면, 국공유 재산 사용 특례 인정 등 다양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라는 당근을 준 것이다.

그 대신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특구 지정 요건으로 500마리 이상 말 생산 사육 농가 20곳, 18마리 이상 승마장 5곳, 승마시설·조련 시설 및 교육기관 등을 갖춰야 하고 전문 인력 육성 및 승마 활성화 5개년 계획의 실현 가능성, 지자체 조례 제정과 전담 부서 구성 등 19개 항목을 충족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말 산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특구로 지정된 곳은 제주(2014년 지정)와 경북·경기(2015년 지정) 등 3곳이다.

국내 말 산업의 본고장인 제주는 물론 경기도는 특구 지정을 위해 승마 활성화 5개년 계획으로 화성 화옹간척지에 들어설 에코팜랜드에 승용마 단지와 말 조련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고 양주시와 수원 서울대 농생대 부지 등 3곳에 승마장과 말 공동 사육장, 말 연구소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 역시 특구 지정을 위해 상주시에 사업비 215억원을 들여 국제 승마장을 건립했고 국제 규격으로 건립된 승마장에는 승마 체험장,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산길 등을 조성했다. 구미시에는 9만129㎡ 크기의 승마장을 만들었고 영천시 또한 운주산 자락에 승마장을 건립한 데 이어 렛츠런파크영천을 조성한 끝에 특구에 선정됐다.

남은 2곳의 특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도 치열하다. 전북을 비롯해 전남·강원 등 3개 지역이 특구 지정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말 산업의 성장은 수많은 일자리를 불러 오고 있다. 독일의 한 경제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 3마리당 일자리 1개가 생긴다고 한다. 직종도 다양하다. 말이 태어날 때 수의사가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자라면 조련사의 조련이 필요하다. 또 말발굽이 닳지 않도록 편자를 만들어 고정하는 장제사의 손길도 거쳐야 한다.

말이 길들여졌으면 승마를 즐겨야 하는데, 말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승마 지도사와 별도의 안전 요원, 관리 인력도 있어야 한다. 승용마와 관련해 최소한 6개 직종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을 2017년까지 모두 10곳을 지정해 전문가 100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말 산업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말 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합 상담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마사회도 ‘말 산업 인력개발원’을 통한 관련 사업을 실시 중에 있다. ‘말 산업 고용디딤돌’이라는 교육을 통해 말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청년층 구직자에게 말 조련, 승마 지도, 재활 승마 지도, 말 관리 등 4개 분야의 교육훈련을 진행함으로써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말 산업 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교육’도 진행해 승마장 등 말 산업 현장 사업체와의 재직자 위탁 교육을 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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