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말 산업'이 달린다 : 사행성 논란은]
2020년 연간 1000억원 수출 목표
장외 발매소 정원 제한 등 이미지 개선 노력도
경마는 말 산업 이끄는 ‘복합산업’
(사진) 한국마사회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말 산업’이 성장하며 승마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난제가 풀리지 않는다. 바로 ‘경마=도박’으로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말 산업과 승마 문화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말 산업구조는 경마 산업이 전체의 81%(2조72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말 산업 육성 기금의 대부분이 경마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가득하다. 경마가 돈을 걸고 베팅하는 사행성 스포츠라는 점 때문이다.

◆ 국내 경주 실황 실시간 해외 수출

경마 산업을 독점 운영하는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는 다소 억울하다. 마사회가 하는 일은 경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마는 우수한 말을 선별해 내는 말 산업의 검증 절차이자 1~3차산업을 아우르는 복합 산업이다.

즉 경마 산업은 농민들이 경주마를 생산·육성하는 1차산업, 경마장과 목장 등 각종 시설을 건설·보완하는 2차산업, 마권을 매매하는 서비스 분야의 3차산업,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4차 서비스산업이 어우러져 있다.

이 밖에 경주마의 사료 및 장구, 경마 정보와 관련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사업들을 망라하면 경마 산업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말 산업에서 경마의 역할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사회는 국내 경주 실황을 실시간으로 해외에 송출하고 중계 수수료를 받는 수출 계약을 최근 3년 사이 3건이나 해냈다. 2013년 싱가포르 경마 시행 기관인 싱가포르터프클럽과 경주 실황 수출 계약을 처음 체결했고 뒤이어 말레이시아, 올해 3월부터 호주에도 수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4년 140억원 정도였던 경마 중계 해외 매출액은 2015년 38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말레이시아 및 호주 진출 효과에 힘입어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사회는 2020년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국내 경마는 경마 선진화 정도를 나타내는 ‘파트(Part)’ 분류에서 ‘파트Ⅲ’에서 ‘파트Ⅱ’로 승격됐다. 이는 한국 경마의 위상이 대외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주마의 몸값 상승뿐만 아니라 파트Ⅱ 승격으로 한국 경마 중계 수출 및 선진국형의 경마를 즐기는 경마 문화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마는 말 산업 이끄는 ‘복합산업’
이 밖에 마사회는 말 산업 육성 전담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매년 200억원 정도를 말 산업 균형 발전을 위해 투자해 왔다. 또 승마장을 늘리기 위해 각종 예산을 편성·지원하는 한편 각종 승마 관련 행사를 비롯해 국제 승마 대회 개최 등을 통해 승마 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육용마 전문 농장 육성, 가공식품 개발 등을 통해 말고기 소비를 확대해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개발하고 승용마 전문 생산 농장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 마사회의 새 브랜드 ‘렛츠런’

하지만 이런 마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마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는 싸늘하기만 하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사행성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전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마사회는 2014년 3월 19일 ‘경마공원’ 이름에서 ‘경마’라는 단어를 뺐다. 그 대신 ‘렛츠런(LetsRun)’이라는 새 대표 브랜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경마공원은 렛츠런파크서울로 명칭이 바뀌었다.

부산·경남과 제주에 들어선 경마공원도 마찬가지다.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은 렛츠런CCC로 이름이 변경됐다. CCC는 문화 공감 센터(Culture Convenience Center)를 의미한다.

마사회는 또한 부정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장외 발매소(렛츠런CCC)’의 이미지 개선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도심 빌딩에 자리 잡은 렛츠런CCC는 과천, 부산·경남, 제주 경마장과 달리 경주용 말들이 직접 달리는 주로가 없다.

그 대신 경마장에서 진행하는 경마를 폐쇄회로TV를 통해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경마 고객들은 이곳에서 마권을 사 경주용 말들의 승부에 베팅한다. 꽉 막힌 공간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경마를 하고 돈을 잃은 사람들의 탄식과 주변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곧 도박 중독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

마사회는 렛츠런CCC를 깔끔한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입장 정원을 제한했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 자기 좌석을 선택해야 한다. 영화 티켓을 예매해 좌석을 고르는 것과 같다.

이 밖에 모바일 전용실 및 전용 층을 운영하는 한편 ‘와이파이 용량 증설’, ‘태블릿 PC 추가 운영’ 등 모바일 베팅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썼다.

금연 시설 확충과 단속도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고 정해진 흡연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화상 경마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화상 경마장은 경마 중계를 하지 않는 월~목요일엔 문화 공간으로 바뀐다.

마사회는 9월 30일 렛츠런파크서울에 테마파크 ‘위니월드’ 개장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과거 ‘경마=도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8만9235㎡(2만7000평)의 가족 공원에 조성된 위니월드는 10개의 빌리지, 44개의 체험 공간 등으로 꾸며진다. 말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체험과 놀이도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말 테마 복합 레저 문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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