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어 야구·승마로 인기 확산…학교 교육 분야에도 활용
야구팬 사로잡은 스크린 스포츠의 매력
(사진) 뉴딘콘텐츠의 브랜드 스트라이크존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스크린 야구를 즐기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1세기 스포츠 문화가 바뀌고 있다. 알파고가 보여줬던 인공지능(AI)의 섬세함과 가상현실(VR)을 통해 경험했던 상상력의 확장은 동작 인식 기술을 만들어 냈고 이제 스크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직접 체험하는 ‘스크린 스포츠’ 문화를 탄생시켰다.

자신이 직접 골프·야구·승마 등의 스포츠 선수가 돼 운동을 하고 비가 와도 야외에서 치러지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밤이 돼도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

특히 실제 운동을 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부담이 적으면서도 현장감이 높은 스크린 스포츠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생활체육의 새로운 장르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스크린 골프장, 전국 8000여 개

스크린 스포츠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적인 이유로 보급되지 못했던 골프나 승마는 저렴한 가격에 초보자도 안전하게 배울 수 있게 됐고 야구나 축구 등 많은 사람이 모이고 넓은 운동장이 확보돼야만 즐길 수 있었던 대중 스포츠까지 혼자 또는 친구 몇몇과 집 앞에 있는 건물 속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돈과 시간 그리고 장소의 한계에서 벗어난 스크린 스포츠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2007년 100억원대 수준이던 국내 스크린 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5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내년에는 5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 스크린 스포츠가 주목받게 된 것은 골프의 영향이 컸다. 골프라고 하면 중·장년층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스크린 골프의 보급으로 젊은 층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각종 친목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도 자주 열린다.

스크린 골프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8000여 개 이상 설치돼 있고 이와 관련된 시장 규모만 2조원 가까이 된다. 스크린 골프의 성공은 가상의 골프 코스를 스크린 화면에 비춰 실제의 골프장처럼 구현한 데서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연습용으로 들여온 것을 시작으로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장점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고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로 국내의 스크린 골프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의 발전으로 스포츠 선수의 신체 움직임과 결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빅 데이터로 수집해 이를 일반 사용자의 활동량에 접목함으로써 좀 더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가능하게 되면서 급속히 발전했다.

스크린 골프 초기에는 프로그램이골프채만 인식했지만 이젠 공까지 인식하면서 로빙볼·슬라이스·드로·생크·페이드샷 등도 거의 구현해 내는 기술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이는 관련 업체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인식 센서의 연구·개발을 통해 사용자 인식의 오류를 최소화함으로써 고객들을 시장으로 유입시켰다. 또한 러프나 벙커에 빠졌을 때는 페어웨이와 다른 인식을 하도록 설계하는 등 현장감에 입각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많은 유저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실력이 높아진 데 눈높이를 맞춘 골프존의 투비전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스크린 스포츠의 종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골프에 국한됐던 스크린 스포츠 산업은 최근 들어 야구·승마·사격 등으로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야구팬 사로잡은 스크린 스포츠의 매력
(사진)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모습. /골프존 제공

◆ 다양성과 대중성 품는 스크린 스포츠

특히 이 중에서도 스크린 야구의 성장세가 무섭다. 스크린 야구는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이색 놀이 문화로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크린 야구장은 최근에 전국 250여 개 매장이 생겨나고 있을 만큼 많은 대중이 이용하고 있다. 날씨와 장소 제약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스포츠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동원한 야구의 인기가 스크린 야구장으로 이어지면서 단순히 보는 야구가 아닌 직접 즐기는 야구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서울 잠실에 1호점을 내며 시장에 발을 디딘 스트라이크존은 8개월여 만에 73개 점포(시장점유율 약 27%)로 선두 리얼야구존 150개 점포(시장점유율 약 52%)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문을 연 뉴딘콘텐츠의 스트라이크존 혜화 대학로구장을 방문했을 당시 5개의 경기장에는 야구 경기를 즐기는 팀들이 가득했고 대기팀도 여럿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어린 초등학생부터 정장을 입은 40~50대 어른이 눈에 띄었고 데이트를 온 젊은 연인도 보였다.

널찍한 방 안에 마련된 타석에 배트를 들고 서면 스크린에 보이는 야구장 모습이 실감 난다. 직접 타석에 들어서니 과거에 있던 야구 게임장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좀 더 재미가 더해져 있었다.

피칭머신이 던지는 공을 단순히 맞받아치는 타격 게임이라는 개념은 같지만 스크린 야구는 훨씬 복잡하게 진행된다. 이용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건너편에 투수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타격 준비를 하고 있으면 투수 와인드업 후에 피칭머신으로부터 공이 날아온다. 직접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봤다. 실내에서 9m 정도 떨어진 스크린에서 제법 빠른 야구공이 날아와 배트로 엉겁결에 쳤더니 스크린에 안타로 기록되면서 1루 베이스에 한 명의 주자가 나타났다. 박진감과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스크린 야구의 장점은 경기 운영에서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어린이거나 여성이라면 빗맞은 타구를 안타로 처리하거나 단타를 장타로 해석한다. 수비수의 실책으로 안타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미리 조정된 가감점이 적용되는 소프트웨어의 힘이다. 체력과 성별에 따른 경기력의 차이를 극복하고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소프트웨어 장치가 돼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남녀·어린이·어른도 경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현장감에 입각한 스크린 골프와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교육용 스크린 스포츠가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와 공 던지기 등을 연습할 수 있는 스크린 스포츠 시설을 설치한 것.
야구팬 사로잡은 스크린 스포츠의 매력
◆ 교육으로 확대되는 스크린 스포츠 산업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가상현실 융합 교육 콘텐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지난 6월 성동구 옥수초등학교의 한 교실을 개조해 ‘VR 스포츠실’을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스크린 골프나 야구처럼 날씨 등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은 자유로운 실내 체육 활동을 즐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스크린 골프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코너킥과 프리킥 등을 하며 축구를 배우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공만 차는 것은 아니다. 학년별로 국어·사회·수학 등 다양한 교과 수업도 진행된다. 예를 들어 5학년은 스크린을 통해 감성돔·돌고래·바다거북 등 해양 생물들이 헤엄치는 영상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공을 던져 해양 생물을 맞힌다.

그러면 맞힌 해양 생물에 대한 설명이 나타나고 학생들 모두 소리를 내 스크린에 나온 설명을 읽는 식이다.

협동심을 키우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일명 ‘표적 맞히기’ 수업이다. 팀을 나눠 스크린에 실감나게 떠오르는 풍선을 공을 던져 터뜨리거나 괴상한 우주 괴물을 두드려 없애는 것. 학생들은 “A팀 잘해라”, “빨리! 빨리!”라며 친구들을 응원하고 작전도 짠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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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오는 공 직접 맞아보며 안전성 평가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