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IoT(Internet of Things) 또는 IoE(internet of Everything)로 불리는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상호 소통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은 ‘서비스·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구성되는 생태계를 갖고 있다. 이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성하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에서 콘텐츠가 서비스로 변화된 것을 의미한다.
사물인터넷의 적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는 웨어러블 서비스가 꼽힌다. 시장조사 기관 IDC의 전 세계 분기별 ‘웨어러블 기기 트래커’ 최신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웨어러블 출하 대수는 전년 1960만 대에 비해 133.4% 성장한 4570만 대가 예상된다.
또한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5.1%로 2019년에는 출하량 규모가 1억26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연결’에서 ‘패션’으로 진화한 웨어러블
웨어러블은 1960년대 의복과 액세서리에 전기신호를 보내거나 계산 등의 단순 기능만 추가된 형태의 기기를 그 시초로 보고 있지만 당시에는 간편성이나 지속성 등 기술력의 한계로 대중적 사용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2000년대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시장성을 노릴 수 있는 웨어러블 제품들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 핵심은 연결(connected), 즉 정보를 주고받는 센싱 기술과 네트워크의 안정성·확장성에 기반을 둔다.
웨어러블 제품은 신체와 접해 있다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사용자의 건강과 신체 정보를 수집하는 형태에서부터 다른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간편하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사용자의 라이프 로그를 수집·분석하는 등 그 스펙트럼이 광범위하다.
웨어러블은 착용 부위에 따라 스마트 워치, 리스트 웨어, 스마트 반지, 스마트 글라스, 스마트 의류, 스마트 스킨 등 상상력을 뛰어넘는 다양한 실험적인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현재 웨어러블 시장은 로엔드·미드엔드·하이엔드 마켓이 뚜렷하게 구분돼 시장이 형성됐다. 예를 들어 샤오미의 미밴드2가 24달러로 가격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핏빗2는 100~200달러에서, 삼성 갤럭시 기어S3(499달러)와 애플워치(269~1499달러) 등은 고가의 프리미엄 마켓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최근에는 기능성 외에도 다양한 밴드 재질과 옵션을 통해 패션이라는 가치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구사되고 있다. 이는 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식의 웨어러블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오토다이어터리’다. 여전히 개발 중이고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웨어러블이지만 기능만큼은 매력적이다. 음식물 씹는 소리로 먹는 음식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고 그 음식의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아직 정확도가 84% 정도에 그치고 있어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지만 음식 소리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한다면 다이어트나 식단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 신체는 물론 감정 상태까지 체크
‘필’이라는 웨어러블도 있다. 심리생리학 데이터를 측정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는 기기다. 스트레스 측정에서부터 행복감까지 사람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감정 상태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나타내 준다.
팔찌 안쪽에 있는 네 개의 센서를 통해 체온·맥박·피부전기반응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감정 상태를 전달해 준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손목형 웨어러블 대부분이 걸음·달리기 등과 같은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피트니스 관련 정보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비해 신체의 변화를 측정해 심리 상태를 체크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포츠 선수나 경기 등을 위한 전문 웨어러블도 있다. ‘모투스’라는 기기인데, 선수들의 몸이나 유니폼 그리고 착용한 장비 등에 달린 센서를 통해 입력된 데이터가 코치나 스태프 혹은 의사에게 바로 전송된다.
즉시 현장에서 스마트폰 데이터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기는 선수의 신체적 변화나 부상 위험은 물론 판정이 모호해 논란이 될 수 있는 각종 판독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웨어러블과 연계된 분야의 연구·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연구진이 개발한 그래핀 기반의 전자 당뇨 패치다. 일명 ‘스마트 스킨’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스티커 형태로 제작된 일종의 ‘전자 피부’다. 정확히 말하면 몸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초박형 전자회로다. ◆ 붙이는 웨어러블 ‘스마트 스킨’
이 패치를 피부에 붙이면 체온과 땀 분비량을 동시에 측정하고 연동된 웨어러블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지속적으로 생체 신호를 감지해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환자가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의료진이 해당 스티커를 붙인 환자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헬스 케어(건강관리) 분야에서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존 로저즈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가 설립한 회사인 MC10 역시 바이오스탬프(Biostamp)를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이 제품도 패치 형식으로 그 안에 심전도·뇌파·근전도·온도·스트레스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담겨 있다. 패치를 피부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 밖에 손목에 찬 웨어러블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통해 손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기기도 있다. ‘제스처 세그멘테이션’이라는 기술이 활용된 웨어러블인데 말 그대로 몸짓의 움직임을 인식해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이 기기는 손목을 비추는 적외선을 통해 힘줄 변화를 감지하고 손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이처럼 최근 들어 개발되는 웨어러블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 일종의 맞춤형 서비스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사람 몸에 착용해 신체의 변화를 측정하는 웨어러블의 특성상 각각의 개인 신체 특성에 맞춰 더 세밀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용자 경험이 웨어러블 개발에 필연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스탠퍼드대 디자인스쿨에서는 ‘디자인 싱킹’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 수없이 많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실패하고 개선하는 것을 반복해 최선의 답을 얻어낸다. 결국 경험을 통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용성 분석의 권위자인 제이컵 닐슨이 강조한 것처럼 결국 사용자가 느끼는 경험이 핵심이고 이에 따라 제품이나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 상호작용 경험 정도를 측정한 사용성이 사용자를 필요로 하는 미디어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즉 사용성은 제품이나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경험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결합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측정, 평가하느냐에 따라 제품이나 시스템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용자 경험을 측정할 수 있는 사용성 평가를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채택해야만 한다. 기술은 인간 중심이어야 하고 혁신은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채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은 사용자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고 사용자의 평가는 늘 옳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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