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 16 아모레퍼시픽그룹]
화장품·녹차 산업에 일생 바친 서성환 전 아모레퍼시픽 회장
(사진) 1956년 서울 용산 태평양화학공업사 앞에서 고 서성환(왼쪽 둘째) 전 회장 등이 기념촬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장원(粧源) 서성환 전 회장은 한국의 화장품 산업과 녹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1924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서 전 회장은 개성에서 성장하며 화장품을 가내수공업으로 제조하던 어머니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서 전 회장은 1945년 사업장을 개성에서 서울로 옮겨 남창동에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세웠다. 그는 창업 당시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와 좋은 평가이며 그 첫걸음은 바로 품질’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서 전 회장은 철저한 준비 끝에 1948년 한국 최초로 상표를 붙인 화장품인 ‘메로디 크림’을 발매했다. 메로디 크림은 그가 서울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며 내놓은 첫 브랜드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 상표법 제정 시기보다 1년 앞선 1948년에 소개되며 당시 산업계에 ‘브랜드’ 개념을 도입하는 데 일조했다.

만들어 놓기만 하면 팔리던 당시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고집스러울 만큼 품질을 지향하는 장인정신과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메로디 크림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51년엔 한국 최초의 식물성 포마드 ‘ABC 포마드’를 출시했다. 서 전 회장은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식물성 원료인 ‘피마자유’로 포마드를 만들었다. 급랭 방식을 활용한 ABC 포마드는 기존 제품이 갖고 있던 뻣뻣한 머릿결, 번들거림 등의 단점을 해소해 입소문을 탔다.

서 전 회장은 1954년 한국 최초의 화장품 연구실을 서울 후암동에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시초인 이 연구실은 공장 한쪽을 개조한 6.6㎡(2평) 남짓 규모였지만 당시 상황에 비춰 보면 혁신이나 다름없었다.

1960년 프랑스 코티를 방문한 서 전 회장은 현지 생산 설비를 둘러보며 현대식 설비를 갖춘 공장을 꿈꿨고 1962년 서울 대방동에 화장품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서 전 회장은 공장 준공 2년 후인 1964년 8월 국내 최초로 국산 화장품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1962년 선보인 오스카 브랜드 화장품 20여 종을 에티오피아에 수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그는 이후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사를 설립해 현지 판매 조직을 갖췄고 1990년 프랑스 현지법인 설립, 1992년 중국 지사 설립, 1994년 중국 선양 공장 준공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장을 넓혔다.

서 전 회장은 우리 고유의 전통차 문화 부흥을 위해서도 힘썼다. 그는 각 나라마다 전통차와 관련 문화가 존재하는 반면 한국의 차 문화가 사라져 가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는 “일본의 차 문화는 한국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다듬고 가꿔 세계에 자랑하고 있는 만큼 나라도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 내고 싶다”며 녹차 사업을 시작했다.

서 전 회장은 1979년 제주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 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1980~1990년대 들어 제주 서광·도순·한남에 이르는 330만5000㎡(약 100만 평) 규모의 ‘오설록 유기농 차밭’을 일궈 냈다.

제주 오설록 차밭은 중국 황산, 일본 후지산과 함께 세계 3대 녹차 산지로 손꼽히는 차 재배지로 거듭났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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