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 16 아모레퍼시픽그룹]
설화수 등 5대 글로벌 브랜드 키워…2020년 매출 12조원 목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마법…‘아시안 뷰티’로 화장품 산업을 바꾸다
(사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제주 오설록 차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올해로 창립 71주년을 맞이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 미(美)의 정수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기업 소명인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를 실현하기 위해 정진해 왔다.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후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20년 매출 12조원, 이익률 15%, 글로벌 사업 비율 50% 달성을 통해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모든 문제의 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고객 중심 경영과 인재 경영을 통해 글로벌 사업 영토를 확장 중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1% 성장한 5조1333억원,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9485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주요 뷰티 계열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른 결과다.

특히 글로벌 사업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누적 글로벌 사업 매출은 1조23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아시아 사업에서는 3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한 376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서 회장은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전 회장의 차남이다. 1963년생으로, 경성고 졸업 후 1985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진서 대림코퍼레이션 부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등이 연세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은 경성고 동문이다.

서 회장은 1987년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1992년 태평양제약(현 에스트라) 사장,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 2006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3년 1월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서 회장은 1997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부친이 일군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발전시키는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06년 6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마법…‘아시안 뷰티’로 화장품 산업을 바꾸다
(사진) 2001년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오픈식에 함께한 고(故) 서성환(왼쪽) 전 회장과 서경배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제공

◆선제적 구조조정 통해 위기를 기회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1990년대 초부터 진행해 온 ‘선택과 집중’의 완결 과정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주사 전환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 화장품·생활용품·건강제품 등 ‘미’와 ‘건강’을 두 축으로 하는 핵심 사업 역량 강화, 주주 가치 제고, 경영 위험 분산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서 회장은 1990년대 초 닥쳤던 회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태평양은 당시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 복잡한 사업 구조와 노사 간 갈등, 계열사들의 적자로 위기를 맞았다. 창업 이후 줄곧 ‘대한민국 넘버원’을 유지해 왔다는 안일함에 사로잡혀 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화장품 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다국적기업과의 경쟁 등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서 회장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과제는 외부 상황의 변화에 전 임직원이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서 회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미와 건강 사업 분야로의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 체질 개선, 변화된 유통 환경 대처 등 산적한 과제를 구성원과 함께 해결해 나갔다. 뷰티 외의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의 아픔이 있었지만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덕분에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가 아모레퍼시픽에는 오히려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됐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1997년 불어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에야 황급히 구조조정을 감수한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대 초반에 단행한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인재가 기업의 성장 동력”

서 회장은 ‘아시안 뷰티’야말로 21세기 전 세계 미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비전인 ‘2020년 원대한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글로벌 사업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그는 설화수·라네즈·마몽드·에뛰드·이니스프리를 5대 글로벌 챔피언 뷰티 브랜드로 육성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확산시키는 데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일본·미국 등 성숙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질적 성장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속에서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게 그의 궁극적인 비전이다.

서 회장은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인재 경영을 실천 중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수평적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2년 7월부터 사장·팀장·부장 등 모든 직위 호칭을 없앴다.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은 서 회장을 ‘서경배 님’으로 부른다. 직위 호칭을 없애야 소통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호칭부터 없앴다.

서 회장은 이 밖에 우수한 인재가 선입견이나 차별 없이 능력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내 복지정책을 시행 중이다. 자율 출퇴근 제도인 ‘ABC 워킹타임’, ‘영업 사원 현장 출퇴근제’ 등이 대표적이다.

서 회장은 “수직적인 위계질서의 근무 환경을 탈피해 임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활성화된 기업 문화를 조성했다”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임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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