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 금맥, 첨단 농업의 최전선을 가다 6 · 끝 (영국 및 프랑스편)]
영국 ‘이카우’ 축산 농가 출신의 기술 도전…프랑스 ‘위팜업’은 농기계 공유 서비스
[특별기획] ‘문화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첨단 농업
(사진) 이카우의 센서로 젖소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영국·프랑스 = 한경비즈니스 이홍표 기자,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유럽은 수많은 인종과 민족 그리고 국가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유럽은 특유의 다양성 그리고 이 다양성에서 나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농업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유럽연합(EU) 및 각 정부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목표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의 농축산업에 기술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갔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324km, 기차로 3시간 정도 달리면 엑시터란 도시가 나온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엑시터는 영국인들 사이에서 두 가지로 유명하다. 하나는 도시의 중앙에 있는 곳으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웅장한 규모의 대성당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다.

영국은 전통적인 축산업 강국이다. 기후적으로 채소와 과일 등 일반 농산물을 재배하기에 그리 좋지 않은 척박한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축산업이 발달했다. 영국이 양털을 바탕으로 한 섬유산업으로 세계 최고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국은 연간 100억 파운드(약 15조원)의 축산물과 유제품을 유럽과 남미 등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성장세는 더욱 거세다. 최근 10년간 축산물 및 유제품의 수출 물량은 이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소가 엑시터의 또 다른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영국 전체의 소 가운데 35%가 이 지역에서 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차를 타고 런던에서 이동하다 보면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유럽의 첨단 농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한 곳인 이카우(ECOW)도 바로 이 엑시터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축산업을 대표하는 도시에 있는 기업답게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소와 관련된 기술이다.
[특별기획] ‘문화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첨단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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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이카우가 개발한 ‘루멘 pH 볼루스’센서. (가운데) 센서 조립 모습. (아래) 이카우의 솔루션을 설명하는 토비 모트람 교수.

◆영국 ‘이카우’가 주력하는 센서 개발

첨단 농업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이카우가 주력하는 분야는 ‘센서’ 개발이다. 첨단 농업에서 센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센서는 경작지 내의 온도나 강수량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이를 농부에게 전달하거나 나아가 농산물 혹은 축산물의 생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각광 받는 사물인터넷(IoT)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이카우가 개발한 여러 가지의 축산 관련 센서 중 주력 제품은 ‘루멘 pH 볼루스(Rumen pH Bolus)’라는 제품이다. 영어로 읽으면 좀 어렵지만 한국어로 풀면 의미가 쉽게 와 닿는다. 루멘(Rumen)은 소의 위, 정확히는 반추동물의 첫째 위를 뜻한다. pH는 산성도의 단위이고 볼루스는 ‘큰 알약’을 의미한다.

단어의 뜻처럼 이 센서는 큰 알약처럼 생긴 제품인 루멘 pH 볼루스를 소에게 먹인 후 소의 체내 산성도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이다. 루멘 pH 볼루스는 소의 체내에 남아 계속적인 신호를 보내고 스마트폰처럼 생긴 단말기가 이 신호를 받아 자료를 저장한다.

이 단말기가 기록한 정보는 각 농장의 사무실에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실시간으로 저장되고 이카우가 개발한 계측 프로그램에 의해 쌓인 정보가 정밀 분석된다.

이카우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토비 모트람 영국 왕립농업대 교수는 “소의 체내 산성도와 소의 건강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모트람 교수에 따르면 소의 체내 산도는 pH 5.8 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이 수치가 지나치게 위아래로 요동치면 소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의 연구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이 제품은 한국의 서울대를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국의 연구소와 농장에서 소의 건강을 체크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모트람 교수는 원래 축산인이었다. 그는 축산업을 하면서 대학에서 농학과 공업을 전공했고 이후 영국의 크랜필드대에 진학해 양쪽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진행하면서 영국 최초의 ‘로봇 밀킹 시스템(자동으로 소에게 우유를 먹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소의 숨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연구를 하면서 루멘 pH 볼루스의 초기 제품을 개발했다. 이때가 2003년이다.

그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영국 왕립농업대에서 교수를 맡게 됐고 동시에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2007년 이카우를 설립했다. 이후 보완 과정을 거쳐 루멘 pH 볼루스를 2011년부터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이카우는 기존의 루멘 pH 볼루스와 함께 두 가지의 새로운 첨단 농업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이카우가 개발한 다른 솔루션의 이름은 ‘밀크라이저’와 ‘버추어베트’다.

모트람 교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젖소의 출생이 줄어들고 있다.

“거의 모든 목축 농가가 우유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젖소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젖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우유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송아지의 탄생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송아지가 탄생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유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밀크라이저는 루멘 pH 볼루스와 같은 방식으로 소의 임신 주기를 정밀하게 체크하는 센서다. 소의 임신 관련 호르몬을 주기적으로 체크해 어떤 시기에 인공수정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 판단한다. 이카우에 따르면 밀크라이저를 통한 임신 성공 확률은 70% 정도이지만 조금만 더 데이터가 쌓이면 9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추어베트는 소의 항생제 사용을 추적하는 기술이다. 센싱 기술을 활용해 소에게 어느 정도의 항생제를 어느 시기에 주입했는지 체크하고 이를 통해 소의 건강과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기술이다.

모트람 교수는 앞으로 축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기술이 추가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센서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다.

그는 “모든 과학은 관측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면서 “센서 기술이나 빅데이터 분석 기술 모두 오랜 시간이 지나야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는 작업으로 한국에서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친환경 농업으로 지속 가능성 높여야

유럽 경제에서 농축산업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중 농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유럽의 각국은 농축산업을 육성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농축산업의 정치적·사회적 중요성은 아직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EU 전체 예산에서 농축산업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0% 수준으로, 2009년 기준 약 550억 유로에 달한다.

EU가 추구하는 농축산업의 목표는 ‘지속 가능성’이다. 토양이나 가축의 물리적·화학적 악화를 초래하지 않고도 농축산업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과도한 농약이나 비료 혹은 항생제의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는 친환경 농업과 유기농업도 지속 가능한 농업의 일환이다.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EU 및 유럽의 각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첨단 농축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EU는 농업연구상임위원회(SCAR)를 주체로 농업과 ICT 융합을 위한 연구·개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또 EU는 농식품 분야의 투자를 늘려 지식 기반의 바이오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EU가 추진하는 주요 농업 프로젝트 중 ICT-아그리(Agri) 프로젝트가 있다. 정밀 분야에 대한 회원국 간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 프로젝트로, 농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ICT와 로봇 기술 연구·개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EU는 ICT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 1993년부터 위성 원격탐사(RS) 활용 기술을 활용해 농업 및 수자원 관리 지원, 날씨와 온도 등의 현장 데이터와 위성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에서 첨단 농업이 강조되면서 크고 작은 기업들이 첨단 농업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스타트업들 역시 농축산업에 기반 한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니다.

특히 각국 정부 및 농축산 관련 단체들은 이들 기업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데 큰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지속 가능한 농축산업을 만들어 내는 데 큰 동력이 될 수 잇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농축산업 관련 스타트업들은 이카우와 같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문화·펀딩·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특별기획] ‘문화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첨단 농업
(사진) 도시농장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영국의 '팜:'
[특별기획] ‘문화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첨단 농업
(사진) 농기계 공유 서비스를 하는 '위팜업'

◆농기계 공유 서비스 선보인 ‘위팜업’

프랑스의 스타트업 ‘위팜업(We FarmUp)’은 농기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농기계는 값비싼 물건이다. 특히 일부 농기계는 특정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활용된다.

각 농가가 1년 내내 보유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위팜업에 가입하면 이러한 고민을 크게 덜 수 있다. 트랙터·이앙기 등 다양한 종류의 농기계를 필요한 때에 맞춰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의 ‘팜:(FARM:)’은 첨단 농업을 활용한 문화 서비스에 집중한다. 런던의 북부 달스턴 지역에 있는 ‘팜:’은 일종의 도시농장으로 ‘섬싱앤드선(Somthing&son)’이라는 문화재단에 의해 기획되고 운영된다. ‘팜:’은 대규모 도시농업 시설 내에서 친환경 농산물 및 수산물을 재배한다.

‘팜:’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도시농업을 통해 재배된 농수산물을 식재료로 한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사실도 특이하다. 2010년 영업을 시작한 후 유행에 민감한 ‘런더너’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모으는 레스토랑이 됐다.

‘팜:’은 또 도시농장 공간의 일부를 창업자들을 위한 오피스 공간으로 대여하고 있고 일부는 전시 및 강연 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프랑스의 블루비(bluebees)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고 있는 농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기업이다. 블루비에 가입한 후 각 농가에서 올린 기획안을 본 후 20유로에서 2000유로까지 투자할 수 있다.

각 농가는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재배 및 판매를 한 후 이에 대한 수익금을 투자자들과 나눠 갖는다. 2015년 1월 출범한 블루비는 현재까지 101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200만5234유로의 투자금을 모았다. 이 중 11개의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쳤고 투자수익률은 8%에 달한다.

프랑스의 라루세 퀴 위(laruche-quiditoui)는 한국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곳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농산물 직거래를 해주는 곳이다. 프랑스의 농산물은 대부분이 세계 최대의 농업협동조합인 ‘크레디아그리콜’에 의해 매입된 후 소비자들에게 보급된다.

이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농산물의 품질이 어느 정도 표준화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새롭고 참신한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기는 힘들다.

라루세 퀴 위는 이런 점에 주목해 프랑스 내의 다양한 농축산물 제조 기업 및 농가들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 주고 있다. 현재 프랑스 및 벨기에 지역 654곳, 영국 11곳, 스페인 7곳, 독일 5곳, 이탈리아 2곳의 농가 및 식품 제조 기업이 이곳에 등록돼 있다.

마리에-세실 다마브 프랑스농업인협회 혁신 및 시장 매니저는 “유럽의 첨단 농업은 크고 작은 기업과 농가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에 의해 개발되고 보급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통해 유럽 농가들의 목표인‘지속 가능한 농업’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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