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2017 대선]
10명 중 3명 지지 후보 결정 못해…“TV 토론 보고 찍겠다”
TV 토론, 대선 당락 가르는 분수령 되나
(사진) 4월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회의 열기가 뜨겁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펼쳐진 가운데 각 대선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검증도 한층 깐깐해졌다.

TV 토론을 통해 대선 후보들의 면면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눈과 귀가 TV 앞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간의 관심이 높다 보니 각 정당에서도 TV 토론에 그 어느 때보다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양강으로 평가받는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데다 선거운동 기간도 짧아 TV 토론회가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대선으로 본 TV 토론 영향

대선에서 TV 토론이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선 후보들에게 TV 토론은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작용한다.

수많은 유권자들이 보는 가운데 자신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고 상대 후보의 약점 또한 들춰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때는 TV 토론이야말로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주된 창구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거 사례에서도 TV 토론의 중요성은 입증된 바 있다. 한국에서 첫 TV 토론이 시작된 것은 1997년 15대 대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토론회를 통해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매번 1%포인트 정도 지지율이 올랐고 결국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TV 토론회가 지지 후보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8%가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TV 토론 이후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이 나타났던 적도 있었다. 노무현·이회창·권영길 후보가 맞붙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다. 제3후보였던 권 후보는 토론에서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멘트를 날려 유행어로 만들었다. 이후 지지율이 최대 10%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부동층 표심 어디로 갈까

이번 대선에서는 TV 토론이 판세를 가를 주요 요인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조기 대선에 따른 ‘초단기 선거’인 만큼 TV 토론회가 이전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여론 조사 결과로도 입증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자가 상당수로 나타났다.

YTN과 서울신문이 4월 17일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벌인 조사를 보면 ‘현재 후보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70.5%였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28.1%에 달했다. 아직까지 10명 중 3명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지지를 망설이는 응답자 중 절반에 육박하는 46.3%는 ‘TV 토론 등을 보고 결정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대통령 당락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과거와 토론 방식도 바뀌어 후보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18대 대선 당시 TV 토론회는 리더십,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 대북 정책 방향,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정책 등 4개 문제를 놓고 사회자가 각 대선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공통 질문 내용이 뻔했던 때문에 후보자들이 준비만 잘하면 수월하게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토론이 아니라 사전에 짜인 각본에 의한 보여주기 식 토론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통 질문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가 하면 대본 없는 스탠딩 방식의 자유 토론을 진행하는 등 유권자들이 보다 철저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방식이 바뀌었다.

대선 후보들이 더욱 철저한 준비를 거치게 되는 만큼 이전보다 내실 있는 토론회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TV 토론회 시청률 역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각 후보의 발언이나 몸짓 하나하나에 따라 지지율이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