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 = 증시 전망]
‘일자리 창출·지배구조 개혁’ 긍정...‘외교적 불확실성’ 완화도 주가 상승에 도움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장미 대선’을 하루 앞 둔 지난 5월 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241.24)보다 51.52포인트(2.3%) 오른 2292.76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3월까지 2100선을 벗어나지 못했던 국내 증시가 무려 6년 만에 ‘박스피(박스권 코스피)’를 완전히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새 대통령의 탄생 이후에도 모처럼 찾아온 증시 훈풍은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날인 5월 10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323.22를 기록하며 23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2270.12로 거래를 마무리했지만 역대 그 어느 정부 때보다 ‘신바람’ 나는 출발이다.
‘J노믹스’ 기대감…코스피 2400 무난
(사진) 코스피지수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5월8일 사상최고치인 2292.76으로 장을 마쳐 2300선에 바짝 다가섰다. / 한국경제신문

◆‘신바람’ 출발한 코스피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실시한 ‘한경비즈니스 긴급 설문’에 참여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모두 17명이다. 그중 15명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J노믹스)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없었고 ‘보통’이라고 답한 리서치센터장은 2명이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이들은 대부분이 새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첫째 이유로 꼽았다. 모두 10명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내수 경제 활성화’를 들었다. 큰 정부를 통한 고용 증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은 국민소득을 증대시키고 소비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은 수출에 치우친 한국의 성장 동력에 균형을 잡아준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문 대통령의 경제 공약은 가계의 소비 여력 확충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다”며 “공약대로 경제정책이 추진된다면 소비를 비롯한 내수 부문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J노믹스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정책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는 중기적으로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지금보다 올릴 것으로 공약한 만큼 법인세 증가에 따른 실적 감소도 예상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디스카운트를 떨쳐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벌 개혁은 투명성의 증대로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장 동력 육성’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를 긍정적인 요소로 꼽은 리서치센터장들이 많았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사드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미국과 대화에 나서면서 한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보통’이라고 응답한 리서치센터장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로 봤을 때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가계소득’ 확대가 핵심

신고가를 경신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코스피 덕분에 새 정부 출범을 맞아 ‘허니문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올 한 해 코스피가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 결과 8명은 2100~2400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답했고, 6명은 2400~2700을 꼽았다. 2200~2450대라고 응답한 리서치센터장은 3명이었다. 3000을 넘어갈 것이라는 답변은 없었다. J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 상승의 동력을 이어 가겠지만 정책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안에 ‘코스피 3000 시대’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J노믹스’ 기대감…코스피 2400 무난
과거의 사례를 돌아봤을 때도 실제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상승은 새 대통령의 정책이 본격화되는 임기 1~2년 차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코스닥은 이보다 늦은 임기 2~3년 차에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대선 이후 인수위원회라는 과도기 없이 곧장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데다 탄핵 사태로 전 정권에서 이어받을 정책이 없는 만큼 과거보다 정책 드라이브가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국면을 맞이한 상황에서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 맞물린다면 주식시장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 갈 것”이라며 “올해 코스피는 2200~24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코스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정책으로는 ‘중소기업 육성’을 꼽은 리서치센터장이 많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J노믹스’가 성장성과 수익성에서 빨간불이 켜진 제조업의 부활을 다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도 자주 언급됐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주주 의결권 강화, 배당성향 상승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부동산 및 가계 부채’ 정책도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계의 소비를 억누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가계 부채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가계 부채 및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계 부채 총괄제 도입 등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서울의 주택 가격은 완만한 상승세를, 지방은 물량 부담으로 국지적 조정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 상승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내수 경기 부양책, 장기적으로는 4차산업 육성 등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답변으로 모아졌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투자, 특히 연구·개발(R&D) 분야의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며 “이 밖에 금융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정책이 시장을 만들 수는 없다”며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감독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17인의 리서치센터장 명단(가나다 순)
구용욱(미래에셋대우)·김영준(교보증권)·김일구(한화투자증권)·
김재중(대신증권)·노근창(HMC투자증권)·박기현(유안타증권)·
신지윤(KTB투자증권)·양기인(신한금융투자)·오현석(삼성증권)·
윤희도(한국투자증권)·이경수(메리츠종금증권)·이창목(NH투자증권)·
조용준(하나금융투자)·조익재(하이투자증권)·최석원(SK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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