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전유물에서 대중으로 확산…코딩은 '창의성'을 키우는 과정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교수]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코딩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지능정보사회를 준비하는 교육체계와 코딩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코딩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듯이 보인다.
코딩 교육은 이미 2015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소프트웨어(SW) 중심 사회를 위한 인재 양성 추진 계획’을ㅈ 발표하면서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장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적용되는 SW 정책은 중학교에서는 34시간을 ‘정보’라는 이름의 독립 필수과목으로, 초등학교에서는 17시간을 ‘실과’ 과목의 일부로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일반 선택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계획이다.
일반인에게 코딩은 낯선 용어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명령어를 짠다는 의미다. 프로그래밍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코딩이 단순 명령어를 작성하는 의미라면 ‘프로그래밍’은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면서 효율적으로 코딩 작업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코딩 작업을 하는 사람을 프로그래머라고 칭한다.
◆프로그래머 전유물, 일반으로 확산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특정 사이트에 접속, 콘텐츠를 보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코딩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결과물은 바로 이 코딩 작업을 통해 구현된다.
그러면 코딩 교육이 모든 사람을 프로그래머로 만들려는 목적을 갖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딩 교육의 목적은 이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코딩은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목적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코딩을 배우는 과정은 창의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추론 과정이다. 자신의 생각을 더 쉽고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배움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딩 교육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맞게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이 혁신적인 이유는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다른 관점에서 이를 해석한다면 상상도 못했던 무언가를 누군가 만들어 낼 수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그러면 그 누가 디지털을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이 질문이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컴퓨터가 만들어진 이후 지난 수십 년간 디지털과 관련된 결과물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즉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의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행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코딩을 모른다면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이러한 한계에 따라 우리는 늘 프로그래머에게 의존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서부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기업을 만든 창업자는 모두 프로그래머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전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물론 새로운 서비스를 단지 프로그래머만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기획자와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프로그래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 생태계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코딩 교육의 중요성은 바로 제한된 일부 전문가만이 할 수 있었던 ‘만들기’가 평범한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코딩을 프로그래머처럼 할 수 없어도 적어도 프로그래머와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는다면 그리고 과정을 이해한다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디지털 결과물을 생산해 낼 수도 있다.
예컨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12세 소녀가 ‘타임리스(timeless)’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제작해 ‘젊은 혁신가’ 상을 탔다. 또 게임을 즐기던 한 초등 교사는 동영상으로 코딩을 배운 후 수학·과학 교육 앱을 다수 제작했다. ◆코딩 교육의 빈부 격차 우려
한국도 이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교육에서 코딩을 가르칠 예정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코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쉽고 재미있는 코딩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코딩 세대를 새로운 디지털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초급자에게는 시작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초급자 대상의 교육과정은 교육의 효과보다 재미가 강조돼야 한다. 그래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교육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코딩 교육은 아직 본격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특정 지역에서는 코딩이나 로봇 교육을 오프라인 사설 학원에서 가르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학부모의 교육열과 사교육의 불충분한 준비가 낳은 부작용이다.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코딩 공교육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출발할 것 같아 우려가 크다.
현재 진행되는 코딩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코딩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SW 의무화 교육에 대비하자. 2박 3일 코딩의 바다를 누비는 캠프. 비용 110만원.’ 최근 코딩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한 광고 문구다.
코딩이 국어를 배우듯이, 운전을 배우듯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하는 장기적인 교육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되는 일부 프로그램은 방학 특강처럼 단 며칠 동안 기계적 학습 과정을 통해 결과물 완성을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캠프식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코딩 수강료는 수십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고가의 사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딩에 관한 지식이 없는 학부모들이 SW 교육 의무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액을 지불하며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소득수준·성별·지역 차로 인해 코딩 교육에 대한 접근과 이용에 차이가 생기고 그 결과 경제·사회적 불균형이 발생할까 걱정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코딩 교육이 단순 코딩을 배우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코딩이 갖는 더 큰 중요성은 코딩을 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코딩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더 가치 있는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이끌어 내는 하나의 도구다. 아이디어를 구체적 결과물로 구현할 수 있는 과정이 뒷받침돼야만 교육에 의미가 있다.
단순 특강 식의 교육과정은 코딩에 관한 호기심을 불러올 수 있지만 수백만원의 비용을 투자할 가치는 전혀 없다. 또 그 결과물 역시 배우는 이의 창의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배움 과정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코딩 교육은 단순 코드를 짜는 과정이 돼서는 안 된다. 코딩은 데이터 구조와 알고리즘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인공지능(AI)이 일정 수준으로 발달하면 더 이상 인간이 코드를 짤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즉 AI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게 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딩 교육이 중요한 것은 배움의 목적이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AI와 인간의 차별점이다. ◆초급자 대상·오프라인 연계 필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쉽고 재미있는 온라인 코딩 학습 사이트가 다양하게 준비돼야 한다.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 전략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업을 지원해야 하고 인터넷 기업들은 자사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인력 육성 방안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교육용 프로그램이 있어야 사용자가 필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용자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온라인 교육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온라인에서 보고 배운 초급자들이 궁금하면 언제든지 찾아가 물어볼 수 있는 오프라인 교육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처럼 큰 규모로 구성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걸어서 30분이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코딩 전공 대학생을 멘토로 해 아르바이트 비용을 제공해도 좋다. 주민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핵심은 온라인에서 배운 내용을 오프라인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연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코딩 교육을 하는 목적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코딩 교육의 목적은 프로그래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코딩으로 좋은 대학을 가려는 목적은 더더욱 아니다. 코딩 교육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시적인 결과물로 나타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코딩 교육은 일반적인 학습 과정이나 교육체계와 전혀 다른 과정을 요구한다. 이는 비단 코딩 교육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초·중등교육은 인간 중심으로 학생 자신이 갖고 있는 소질을 계발하는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
코딩 교육 역시 미래의 지능정보화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으로 진행돼야 한다.
2016년 11월 세계인터넷대회(WIC) 개막식에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미래 30년은 인터넷 기업의 천하가 아니라 인터넷 기술을 잘 활용하는 나라와 회사 그리고 젊은이들의 천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코딩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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