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의 상승 ‘이중고’…자가 보유·유주택자 비율 줄어들어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정부가 10월 24일 가계 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신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이 골자다. 신DTI는 주택을 담보로 2건 이상 은행 대출을 받을 때 기존 주택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에 전액 반영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신규 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택 담보대출 이자만 반영했다. 신DTI는 내년 1월 수도권과 조정 대상 지역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할 예정이다.

DSR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규제다. 대출자의 주택 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 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금 등 모든 형태의 대출 원리금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실질 대출금은 줄어들게 된다. 2018년 하반기부터 시행이 예정돼 있다.
"저소득층·실수요자를 더 힘들게 만드는 10·24 가계 부채 대책"
(사진) 정부가 10월 24일 가계 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붙어 있는 주택 담보대출 관련 광고문./ 연합뉴스

◆ 내집 마련 ‘기회의 사다리’ 사라져

신DTI와 DSR 도입은 주택 수요 감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주택 시장의 소유 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문제는 돈이 없는 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주택 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 상당수는 집을 살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이다.

소득은 있지만 자본 축적이 충분히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나 소득 자체가 적은 저소득층은 자기자본만으로 집을 사기에는 부족하므로 대출을 끼고 살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은 이자를 내면서까지 굳이 대출을 받을 필요는 없다. 결국 대출 규제를 강화할수록 이제 갓 사회에 나왔거나 이제 겨우 집을 살 돈의 일부를 마련한 사람들이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둘째 문제는 가계 부채 대책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이외에 투자할 집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전세든 월세든 임대를 줄 수밖에 없다. 이 중에서 상대적으로 싼 금리로 대출을 받고 월세를 끼고 집을 사 월세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남기려는 일부 다주택자를 제외한 다주택자는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

굳이 이자가 나가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기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74.9%다.

한국의 LTV 한도는 대출 규제가 없는 곳도 최대 70%이기 때문에 전세를 낀 상태에서는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대출 규제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없다. 자신이 들어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다주택자는 전세라는 좋은(?) 제도가 있으므로 정부에서 DTI 규제를 하든 DSR 규제를 하든 상관이 없다. 다시 말해 이번 규제를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처럼 포장한 정부의 발표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실수요자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변명에 불과할 따름이다.

◆ 대출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 부담 가중

물론 연간 소득 7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가구는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피해는 엉뚱한 데서 발생한다. 은행 때문이다.

은행은 민간 기업이고 대부분이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 추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공익의 역할도 있지만 이를 위해 은행이 적자라도 난다면 은행 주주들에게 호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은행 수익의 대부분은 예대 금리 차에서 발생한다. 낮은 수신 금리(예금 금리)와 높은 여신 금리(대출 금리)의 차이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출을 규제한다는 것은 은행에서 보면 대출 총액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대출 총액이 줄어들면 이익도 따라서 줄어들게 된다. 대출 규제로 대출 수입이 줄어든다고 은행 창구에 있는 직원의 절반을 그만두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익이 줄어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금 금리를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낮추면서 대출금리를 크게 올릴 것이다. 코픽스(은행의 자본 조달 비용을 반영한 주택 담보대출 기준금리)를 올리든 가산 금리를 올리든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대출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일반 상품을 만드는 제조 회사에서 물건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은행이 더 쉽게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 회사에서 가격을 올리려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다른 경쟁사에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은 그렇지 않다. 외국 은행이 공격적으로 싼 대출금리로 영업하려고 해도 정부에서 그걸 막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대출 규제가 없다면 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싼 대출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리게 된다.

대출 규제가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도 대출 총액을 늘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자를 낮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그 피해는 자본력이 약한 실수요자의 차지가 되는 것이고 대출 한도의 축소와 대출금리의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대출 규제가 지속될수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국 수혜는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다주택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가 지속될수록 자가 보유율은 낮아지고 유주택자의 비율은 줄어든다. 주택정책의 성패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는 자가 보유율이다. 5년 후 현 정부의 성적표에 무엇이 쓰여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