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은 샐러드, 창업 아이템으로도 사랑받아
2030 밀레니얼 세대 “밥 대신 샐러드 먹어요”
(사진) 프레시코드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웰빙’, ‘웰니스’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건강한 한 끼’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한 끼를 먹더라도 간편하지만 균형 잡힌 영양소를 갖춘 신선편의식품을 찾는 것이다.

신선편의식품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품목은 ‘샐러드’다. 샐러드를 전채 메뉴로 먹거나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가벼운 요깃거리로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웰빙’ 트렌드와 ‘간편식’ 트렌드가 만나 조연에 불과했던 샐러드가 당당히 식탁의 주인공 자리에 올랐다.

강남·여의도 등 회사가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샐러드만 파는 전문점도 늘고 있다. 채소뿐만 아니라 해산물·곡물·닭고기 등 다양한 재료와 소스가 더해져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샐러드가 각광받는 이유다.

◆대기업도 뛰어든 샐러드 시장

간편식의 천국인 편의점에서도 샐러드가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채소를 씻거나 다듬을 필요가 없어 간편하고 소포장돼 있어 1인 가구나 혼밥족(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2017년 샐러드가 포함된 과일·채소 부분 매출이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 GS25 역시 2017년 10월까지 샐러드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에서도 샐러드가 눈에 띄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티몬이 발표한 도시락 카테고리 월평균 매출 증가율은 지난 2년간 162%로 늘었고 그중에서도 샐러드 도시락은 361% 급증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샐러드·냉동과일 등 신선편의식품의 국내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956억원이다.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맞춰 대기업도 샐러드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aT는 기존 외식 업체나 유통 기업 외에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에서도 간편 과일과 샐러드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SPC삼립은 지난해 350억원을 투자해 ‘종합 식재료 가공센터’를 설립했다. 샐러드 및 샌드위치용 채소가 주요 생산 품목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샐러드 및 샌드위치 시장은 최근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고 베이커리에서도 관련 제품이 꾸준히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카테고리”라고 밝혔다. 헬스·뷰티 스토어 CJ올리브영은 숙대점·수유중앙점 등에 특화 매장을 오픈해 식품 전용 코너를 꾸려 샐러드와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2030 밀레니얼 세대 “밥 대신 샐러드 먹어요”
◆외국엔 흔한 ‘샐러드 런치’

건강간편식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샐러드를 식사로 먹는 문화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보편적이다. aT는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 캐나딘의 자료를 인용해 세계 신선편의식품 시장 규모가 2015년 기준 285억 달러(30조 272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333억 달러(35조 3712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샐러드 시장이 커지면서 ‘샐러드 런치(점심으로 샐러드를 먹는 일)’와 ‘유루베지(느슨한 채식)’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편의점 자체 상표(PB) 상품으로도 샐러드가 각광받고 있다. 일본 아사히뉴스는 “일본 편의점은 지금까지 100엔 커피와 도넛으로 매출을 확대해 왔지만 앞으로는 샐러드가 편의점 매출을 견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로손편의점은 샐러드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증가하자 일부 매장에 샐러드 전용 판매대를 설치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KFC는 중국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샐러드를 선택했다. KFC는 지난해 중국 항저우에 샐러드 등 ‘건강 간편식’을 테마로 한 캐주얼 레스토랑 케이프로(K PRO)를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치킨과 햄버거 대신 신선한 제철 샐러드와 과일 주스를 판매한다. 외관도 KFC를 대표하는 빨간색 대신 녹색 옷을 입었다. 최근 중국 외식 시장의 트렌드도 ‘가볍고 건강한 식사’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찹트·스위트그린·저스트샐러드 같은 샐러드 프랜차이즈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샐러드 레스토랑이 벤처캐피털의 거액 투자를 받으며 창업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샐러드는 유통 주기가 짧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주로 판매된다. 하지만 신선하고 질 좋은 샐러드를 먹기 위한 고객의 니즈가 늘어나면서 이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샐러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워싱턴 조지타운에 작은 샐러드점을 연 스위트그린은 9년 만에 대형 샐러드 체인으로 성장했다. 조지타운대에서 함께 공부한 동창생 3명이 창업비용 30만 달러로 시작해 지금은 9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그러모았다. 현재는 7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청년 창업가들의 샐러드 전문 매장과 샐러드를 활용한 O2O 서비스가 생겨났다. 샐러드 배송 서비스 ‘프레시코드’는 온라인으로 샐러드를 주문 받아 주문자의 회사로 배송한다. 미리 ‘프코스팟’을 신청한 특정 회사에만 배송이 가능하다.

정유석 프레시코드 대표는 “수요가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음식물 폐기가 거의 없다”며 “회사가 몰려 있는 강남과 을지로를 기준으로 한 거점 배송을 통해 배송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레시코드는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공략하며 2016년 4분기부터 분기 평균 200%씩 성장하고 있다.
2030 밀레니얼 세대 “밥 대신 샐러드 먹어요”
(사진) 더샵샐러드의 샐러드자판기 / 더샵샐러드 제공

커피처럼 간편하게 뽑아먹을 수 있는 ‘샐러드 자판기’도 생겨났다. 서울대 미학과 동기 두 명이 창업한 ‘스윗밸런스’는 샐러드 전문 매장 2곳과 3개의 샐러드 자판기를 운영 중이다. 샐러드만으로 억대 매출을 올린 창업 성공 사례로 꼽힌다.

또 다른 샐러드 자판기 업체 ‘더샵샐러드’의 권현아 대표는 “일과 시간에 쫓기며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수요가 많다”며 “다이어트 식단을 겨냥하고 만들었지만 나아가 성별 구분 없이 건강식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프레시코드 정유석 대표·유이경 이사]
◆“온·오프 결합해 직장인 점심시간 공략했죠”
2030 밀레니얼 세대 “밥 대신 샐러드 먹어요”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에선 ‘푸드테크(food+tech)’가 대세다. 우리에겐 익숙한 ‘배달 문화’가 서양에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으며 O2O를 활용한 음식 배송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샐러드 배송 업체 프레시코드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남동에 음식을 제조하는 ‘허브키친’만 있고 직원들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사무실로 사용 중이다.

정유석 프레시코드 대표는 “임대료가 비싼 사무실 밀집 지역 및 번화가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지 않고도 프코스팟 확장을 통해 광범위하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매장 유지비가 들지 않고 프코스팟을 통해 정해진 동선에만 배송하고 있기 때문에 배송비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프레시코드 공동 창업자인 정유석 대표와 유이경 이사와의 일문일답.

Q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둘 다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요. 저는 에어비앤비 위탁 운영 서비스 ‘룸투머니’를 이끌었고 유이경 이사는 여러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죠. 제가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고 투자자의 권유로 유이경 이사와 공동 창업하게 됐습니다. 두 달 동안 직접 레시피를 만들고 테스트 했어요. 미국식 샐러드를 차용했는데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된 소스와 재료와 양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정유석 대표)

Q 창업 아이템을 ‘샐러드’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웰빙’이란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둘 다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 때문에 샐러드 시장에 대한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죠. 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을 하면서 샐러드에도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고 ‘다이어트 음식이다’, ‘맛이 없다’는 편견이 없어졌어요. 미국은 워낙 샐러드 시장이 컸고 국내도 웰빙 트렌드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습니다.”(유이경 이사)

Q 오프라인 매장 없이 ‘프코스팟’을 운영하는 게 독특한데요.
"오프라인 매장은 유지가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오픈해야 하는데 회사 밀집 지역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잖아요. 수요 예측도 어려운데다 신선식품은 신선도 문제로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온라인 선주문·오프라인 배송’을 처음부터 고려했어요.”(정유석 대표)

Q 첫 프코스팟 선정과 프코스팟 오픈 절차가 궁금합니다.
“2016년 10월 정식 론칭 전 8월 베타 서비스인 ‘샐러드어택’으로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20일간 진행한 베타 테스트에서만 1100그릇이 팔렸어요. 그때는 정식 서비스가 없어 다섯 명이 모여 샐러드를 신청하면 배송해 주는 방식이었죠. 지금은 프코스팟 오픈 절차나 전략을 특허 출원한 상태예요. 우선 고객이 본인 회사를 ‘프코스팟’으로 신청하면 10분 정도 내부적인 수요 조사 절차를 거쳐 오픈 여부를 결정합니다. 모든 절차는 당연히 무료예요. 강남·한남동·을지로 등 기존 수요가 많은 곳이 메인 거점이 되고 그 주변 규모가 작은 회사들까지 배송 거점을 늘려 가는 방식이에요. 2016년 10월 정식으로 프코스팟 3개로 시작해 2017년 40개로 마감했어요. 프코스팟을 선별해 오픈하다 보니 현재 오픈 대기 중인 곳만 170개 정도 됩니다.”(정유석 대표)

Q 국내 샐러드 스타트업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고객들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채소나 과일 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원자재 값이 만만치 않아요. 우리는 임차료가 없는데도 수익률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았죠. 프코스팟 외에 카페나 피트니스센터 등과 제휴해 보관 수수료를 내는 대신 ‘오픈 프코스팟’으로 운영하며 수익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유이경 이사)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