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
지호준 주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
"성장성 큰 희토류 개발도 주목해야"
“'기회의 땅' 이란 진출, 처음과 끝을 책임지겠습니다 ”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먼 나라까지 가서 실패하는 것은 최소화해야죠. 아예 안 될 사업은 시작부터 말리고요.”

지호준 주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은 “주요국들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완화 이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 진출하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나 정보 부재로 실패하는 것이 아쉽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호준 회장의 다짐으로 들리는 이 한마디는 지금의 주한이란상공회의소를 만들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수년 전 한국 기업들이 이란과 중동 지역에서 정확한 정보 없이 사업을 벌였다 실패하는 것을 수없이 지켜본 지 회장은 이때부터 주한이란상공회의소 설립을 준비했다.

수년간 한국과 이란을 수십 차례 오가며 양국의 경제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신뢰를 쌓았고 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주한이란상공회의소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물이 1월 16일 나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마련한 사무실 앞에 ‘사단법인 주한이란상공회의소’ 현판을 내걸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주한이란상공회의소의 지 회장을 1월 31일 만나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주한이란상공회의소의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요.

“국내에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주한상공회의소는 한 곳도 없습니다. 한국이 이들 국가와 교역량이 적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일수록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는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도 이란은 앞으로 엄청난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곳입니다. 땅도 크고 자원도 많습니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터라 밀린 각종 개발 프로젝트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현재 한국과 4조~5조원 정도의 규모를 거래하고 있는데, 대부분 소규모 기업들이 거둔 매출입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본격 진출하면 지금보다 10배 이상 거래 규모가 커질 것입니다. 이때 한국 기업들이 잘 진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설립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저는 단순히 이란 중앙 정부에서 허가해 주면 될 것으로 생각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설립 자체가 해당국의 동의, 주한이란대사관 대사의 추천서와 동의서가 있어야 했고요.

다음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상공회의소 명칭 사용 추천서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최종 검토를 거쳐 산업부 장관의 승인까지 받아야 끝나더라고요.

이렇게 준비하는데 걸린 기간이 서류상으로만 약 1년 정도입니다. 물론 물밑 작업은 수년 전부터 해왔고요.”

-앞으로 주한이란상공회의소는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나요.

“기본적으로는 다른 국가의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와 동일한 업무를 하게 됩니다. 한국과 이란 상공업자들의 경제활동 전반에 걸친 현지의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더해 정확한 조언을 해주려고 합니다. ‘되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처럼 직설적으로요. 이유는 그동안 제가 봐온 것이 있어서입니다.

이란은 물론이고 중동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정확한 정보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 실패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또한 중동 지역 특성상 공문서의 진위 여부를 일반인들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서류상의 검토도 우리가 정확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마무리도 책임져 줄 것입니다. 이란이나 중동 쪽에서 사업을 진행했던 건설사들을 보면 대부분이 마무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공사 기간이나 하자 등의 문제로 분쟁이 많이 발생했었죠.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데에도 주한이란상공회의소가 적극 나설 것 입니다.”

-이란 현지에도 사무실이 있나요.

“지금 준비 중입니다. 며칠 내에 정식 오픈할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주한이란상공회의소는 이란 내에서 지위가 확고합니다.

이란경제발전위원회(EDIIC)가 설립을 주도했고요. EDIIC는 이란종교지도자의 지시로 설립된 경제개발기구로, 약 2년의 짧은 기간에 이슬람국가연합 차원의 공동경제개발과 협력체를 완성하고 주도하고 있으며 이란의 많은 국책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EDIIC 내의 정책위원회(Policy Council)가 설치돼 있는데, 이슬람 38개국의 재정·경제부처 장관과 부통령들이 멤버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회의 땅' 이란 진출, 처음과 끝을 책임지겠습니다 ”
(사진) 지호준(오른쪽) 주한이란상공회의소 회장과 김기윤 제1사무총장.

-현재 국내 및 이란에 회원사로 등록된 곳이 있나요.

“국내 회원사는 아직 받지 않았습니다. 2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이란 경제포럼’을 개최하는데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회원사를 받을까 합니다.

이란에서는 이미 회원사가 80곳 정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이란 내 50위권 안에 드는 기업들입니다. 대부분 회원사는 이란 정부의 추천으로 가입한 곳들입니다.”

-아직 이란과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럽습니다.

“우선 이란은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나라입니다. 한마디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개혁과 개방, 국제사회와의 교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5년 서방과의 핵합의를 이루기도 했고요. 로하니 대통령은 이제 집권 2기를 맞았습니다. 국민 과반이 지지했고요. 이는 다시 말해 이란이 앞으로도 계속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외교 협상에 나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란 내 개발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란 정부의 발주 계획에 따르면 프로젝트 규모는 500조원, 이 중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만 해도 300조원이 넘습니다.”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인프라 확충 사업입니다. 공항 확장, 고속철을 포함한 철도·항구·도로 건설 등 대부분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또한 광물 자원 쪽도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란에는 다양한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희토류라는 광물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토류는 정보기술(IT) 기기 대부분에 들어가는 중요 광물입니다. 이 광물이 없으면 첨단 기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아직 독점 계약한 곳도 없습니다.

또한 각종 제조와 관련된 기계의 수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면서 많은 생산 기계들이 노후됐습니다.

이 때문에 생산되는 제품들의 품질이 떨어지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란 정부는 제조업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