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책임투자 펀드의 개척자....새로운 도전은 '임팩트 투자'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이철영(74)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도 또 ‘한국 자본시장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말이다. 이 회장은 2003년 7월 한국 최초로 사회책임투자(SRI)를 내세운 아크투자자문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속 가능한지에 의문이 생긴 것이다. 그 후로 15년이 지난 지금 사회책임투자는 국민연금 등 대형 투자 기관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투자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아크투자자문 역시 매년 13.09%의 펀드 수익률을 내며 지속 가능함을 증명했다. 연평균 8.76%에 불과했던 코스피 수익률을 압도한 수치다. 120억원이던 운용 자산은 이제 960억원이 됐다. 70대 중반에 들어선 이 회장은 그의 투자 인생을 정리하며 또 한 번의 ‘한국 자본시장 최초’를 내걸었다. 바로 임팩트 투자다.
-올 초 아크자산운용에서 아크임팩트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올해 1월 1일 결심했습니다. 할 거면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요.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본격적 투자에 대한 준비도 2년 정도 해왔습니다. 원래는 아크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펀드 중 하나로 임팩트 투자 펀드를 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준비하면 할수록 ‘이제 정말 때가 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책임투자와 임팩트 투자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 볼게요. 투자의 스펙트럼을 보면 ‘재무 수익-사회책임-임팩트 테마-임팩트 우선-자선’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갈수록 재무 성과를, 뒤로 갈수록 사회·환경적 성과를 중시하는 거죠.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이하 아크)은 15년간 사회책임투자를 해왔습니다. 이른바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고려해 투자하는 게 사회책임 투자입니다. 임팩트 투자는 조금 더 나갑니다.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 목표와 사업 방식이 사회적 이슈 해결에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투자 대상 기업은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혁신’을 보유해야 합니다. 제품이든 사업 방식이든 말이죠.”
-왜 임팩트 투자를 시작하신 겁니까.
“저는 시장경제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시스템 중 하나라고 봅니다. 수많은 경제 주체가 제각각 시장 수익 이상의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 하는 노력으로 사회가 조금 더 앞으로 나간다고 봅니다. 금융 투자의 예를 들어보죠. 앞서 말한 완전히 재무 수익 중심의 투자를 하게 되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합니다. 나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요. 반면 자선만을 고집하면 지속 가능성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사회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돈도 벌기 위해선 임팩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겁니다. 여기에 임팩트 투자는 ‘혁신’을 중시합니다. 지금 시대는 ‘혁신’이 없으면 변화도 성장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회책임투자를 넘어 임팩트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그동안 임팩트 투자를 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어떻게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막연했습니다. 저나 아크의 펀드매니저들이 큰 미래에 사회적 변화와 혁신을 이뤄낼 기업을 직접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힘들죠.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 등 금융 투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를 돕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에 진(GIIN)이라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빌게이츠재단·록펠러재단 등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200~300개 기관투자가가 멤버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토닉(TONIIC)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도 200명 정도의 임팩트 투자가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 두 기관은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맞춰 투자 테마를 70개 정도로 정리해 놓고 이에 대한 임팩트를 측정·보고하는 프레임워크를 갖췄습니다. 그간에는 명확하게 어떤 활동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또 어떤 기업이 이런 활동을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두 기관을 통해 투자 목적과 대상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게 된 거죠. 당연히 아크도 작년부터 이 두 곳에 가입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아크는 어떤 임팩트 투자를 하게 됩니까.
“총투자금 3000만 달러(약 330억원)를 가지고 크게 네 가지 테마의 임팩트 투자를 하게 됩니다. ‘도시 재생과 마을 공동체’, ‘환경과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의료·에너지·금융 서비스’, ‘혁신 벤처 창업 지원·육성’이 그것입니다. 이 모든 투자는 한국은 물론 글로벌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전체 투자금 중 20% 정도가 회사 및 임직원 투자분이고 나머지는 3월 안에 모집을 마칠 계획입니다.”
-투자 대상은 어떻게 선정했나요.
“진과 토닉 그리고 모교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100개의 투자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모든 현장을 방문해 본 후 투자 대상을 10개로 좁혔습니다.”
-10개 투자 중 눈에 띌 만한 투자를 소개해 주시죠.
“가장 재미있는 투자 중 하나는 인도 뭄바이의 슬럼가 도시 재생 투자 프로젝트입니다. 도시 재생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뭄바이는 지방 정부 주도로 도시 재생을 추진했는데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임팩트 투자자들과 함께 새로운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수익률입니다. 뭄바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률은 연 20% 정도 됩니다. 환 리스크와 세금 등을 제외하면 이 프로젝트의 투자수익률은 연 20% 정도 기대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전체 투자금액은 약 8000만 달러로 미국 해외투자공사(OPIC)가 4800만 달러를 투자합니다. 우리는 약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요. 구조를 보면 리스크가 낮고 수익률도 높죠. 인도 사회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은 당연합니다.”
-아크의 투자가 한국의 임팩트 투자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십니까.
“첫째는 세계와 한국의 연결입니다. 인도 뭄바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비롯해 필라델피아 켄싱턴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 뉴저지 뉴어크 도시 재생 프로젝트 등의 투자에는 이 분야에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습니다. 한국도 도시 재생이 중요한 화두가 됐고 민간 투자자들이 여기에 곧 참여하게 될 텐데 우리가 갖게 될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10월 한양대 도시 재생 세미나에 참여해 직접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둘째는 사회 혁신을 위한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저와 회사는 오랜 기간 사회책임투자를 해왔습니다. 또한 2005년부터 한국소셜벤처대회를 만들어 출범시켰습니다. 또 국내 9개 경영대와 한국개발연구원(KDI)·함께일하는재단 등과 함께 ‘소셜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SEN)’를 만들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교육·연구·리더를 양성해 왔습니다. 앞으로 이런 활동이 지속되고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면 젊은이들이 부와 사회 혁신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약력
1944년생. 서울대 상대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MBA. 삼보증권(구 미래에셋대우) 기획실장. 1979년 선양상사 대표. 1983년 바슈롬코리아 대표. 2003년 아크임팩트자산운용(구 아크투자자문) 회장(현).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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