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기적을 만드는 최강의 혁신팀27] 세정 미래유통콘텐츠팀
[세정 미래유통콘텐츠팀]생강청 파는 편집숍…비패션 아이템 발굴 나선 ‘덕후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덕후’ 성향을 가진 ‘아웃사이더’들이 모여 패션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 빗자루부터 김밥까지 흥미가 생기는 모든 분야는 통달할 때까지 파고든다. 세정의 미래유통콘텐츠팀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 신설된 이 팀은 급변하는 트렌드를 관통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등으로 오랫동안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를 축적해 온 세정그룹의 과감한 시도다.

◆ ‘김밥부터 빗자루’까지 트렌드를 읽어라

미래유통콘텐츠팀의 관심사는 패션 외 모든 분야다. 구성원은 한초희 팀장, 손민완 대리, 이지혜 주임, 차다정 주임 등 단 4명이지만 활동 반경은 넓고도 깊다.

이 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많이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팀’이다. 패션 빼고 궁금한 것은 다 구매하고 테스트한다. 이들은 ‘관심이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든다’를 좌우명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주임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바로 편의점 계란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서다. 이 주임의 집 근처 편의점에는 계란 샌드위치를 하루에 딱 한 개씩만 판매한다. 누군가에겐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평범한 샌드위치이지만 이 주임에게는 ‘덕질’의 대상이다.

물건이 진열되는 새벽 4시에 구매해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보관한 후 맛있게 먹으며 덕후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차 주임도 마찬가지다. ‘김밥 덕후’인 차 주임은 김밥 맛집 방문에 푹 빠져 있다. 서호김밥·해남원조김밥·방배김밥 등 코스를 짜 투어를 다닌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이영자 씨가 휴게소 맛집을 공개하면서 인터넷상에서 ‘휴게소 맛집 지도’가 유행하고 있는데, 차 주임 역시 ‘김밥 맛집 지도’를 완성할 수 있을 만큼 활발한 김밥 맛집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수장을 맡고 있는 한 팀장은 ‘낙동강 갈대 빗자루’에 몰두하면서 미래유통콘텐츠팀의 색깔을 드러냈다. 한 팀장은 세정의 창립 이념인 ‘장인정신’을 기본으로 한 아이템들을 찾아보다가 낙동강 갈대로 만든 빗자루를 발견했다.

부산 빗자루 명인 배영희 할아버지가 직접 만드는 이 빗자루는 살림 잘하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다.

무선청소기·로봇청소기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된 가전제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왜 빗자루가 입소문을 타는 걸까. 궁금증이 생긴 한 팀장은 곧바로 시중에 판매되는 기성품 빗자루를 구매해 비교 분석에 들어갔다.

한 팀장이 직접 사용해 보니 기성품들은 정전기 때문에 먼지가 잘 쓸리지 않았고 낙동강 갈대 빗자루는 정전기 없이 잘 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빗자루 장인 할아버지의 특집전 기획이 한 팀장의 목표 중 하나다.

실제 미래유통콘텐츠팀의 시장조사는 비패션 상품 판매로 이어졌다. 세정의 패션 가두 매장에서 ‘생강청’ 등의 상품을 팔기 시작한 것.

미래유통콘텐츠팀은 지난해 신규 사업을 위한 시장조사를 진행하던 중 소상공인과 신진 작가들이 먹거리, 패션·뷰티·리빙용품, 빈지티한 소품 등을 파는 ‘마켓움’을 알게 됐다.

일명 유랑마켓·플리마켓으로 불린다. 특히 장인들이 철학을 가지고 직접 만들기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 진정성 있는 상품 찾아 연계 판매 추진

미래유통콘텐츠팀은 플리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 중 장인 정신을 이어오거나 2대, 3대가 이어오는 진정성 있는 상품들을 추려 패션 가두 매장 내 연계 판매를 추진했다.

세정은 상품 카테고리 확장이 가능한 편집숍 웰메이드 오프라인 매장 약 10곳에서 공간 큐레이팅을 통해 30여 가지 아이템을 6개월간 팔았고 총 5300여 개를 판매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가두 매장에서는 천연 국산 과일 말랭이와 디톡스 워터용 과일 등 먹거리가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시즌에는 부산의 고급 전병 브랜드 ‘이대명과’, 찬바람이 부는 시점에는 생강청을 의류와 연계 판매해 시너지를 높였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품 확대로 새로운 사업 구상을 위한 소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회사 관계자는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비패션 아이템들이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우리 고객과 잘 맞는 시너지를 주는 카테고리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상품의 스토리·가치·분위기 등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하기에 공간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래유통콘텐츠팀은 회사 내에서 아웃사이더로 통한다. 패션 회사에서 패션 외의 분야를 다루는 데다 호기심 많고 역발상에 재주가 있는 이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붙은 별명이다.

구성원들 역시 정공법으로 유통 상품기획(MD) 경력을 쌓아 온 이들이 아니다. 그래서 이 팀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조건 시도하는 용기를 가졌다. 미래유통콘텐츠팀이 만들어 갈 세정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cwy@hankyung.com


[커버스토리=기적을 만드는 최강의 혁신팀 27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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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미래기술랩
-롯데백화점 인플루언서커머스프로젝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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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
-빙그레 데어리팀
-넥슨 콘텐츠사업팀
파트2. 누구도 상상 못한 신사업
-이마트 피코크개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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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W&D본부 환경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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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틴조선호텔 RSP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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