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Ⅰ 특별 기획 :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 ‘스마트 시티’를 가다②]
-영국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중심 역할 '이노베이트UK' 니라지 사라프 도시생활 전문가
-영국 첫 스마트시티 '퓨처시티 글래스고' 게리 워커 총 책임자
-영국의 스마트시티 소프츠웨어 스타트업 '로키바' 마르쿠스 치지 CEO


◆“기술이 아닌 ‘시민 삶의 질’에 집중해야”
-니라지 사라프 이노베이트UK 전문가


[영국 런던·글래스고=이정흔 기자] 이노베이트UK는 영국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정부 산하 기관인 영국연구혁신기구(UKRI)에 속해 있는 이 기관은 영국의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모여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포함한 영국의 기업들의 혁신 지원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니라지 사라프는 이노베이트UK에서 도시의 생활과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다.
영국 스마트시티 릴레이 인터뷰 "기술보다 '시민들의 삶'이 우선"
사라프 책임자는 스마트 시티와 관련해 “이노베이트UK 내부에서는 가능하면 ‘스마트 시티’라는 용어보다 ‘도시 생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시티와 관련해 지나치게 ‘기술’적인 측면이 부각되면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원래 목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른 시기에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한 국가 중 하나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인 만큼 이미 영국 전체 지역의 80%가 도시화돼 있다. 그만큼 많은 기반 시설 들이 노후화돼 스마트 시티에 대한 필요성이 컸다.


‘퓨처 시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13년이지만 이노베이트UK는 2007년부터 도시화와 관련한 다양한 혁신 기업들을 지원해 왔다.

사라프 책임자는 “지난 11년간 영국 기업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22억 파운드(약 3조원)의 투자를 진행했다”며 “그중 15억 파운드(약 2조원) 정도가 스마트 산업에 투자됐고 이를 통해 160억 파운드(약 23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트UK는 현재까지 잠재적인 혁신 기술을 보유한 8000여 개 기관에 투자함으로써 7만여 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시티 관련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영국의 스타트업들과 함께 호주 멜버른에 ‘퓨처 시티 미션’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에도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사라프 책임자는 “도시화 문제는 기후변화·환경오염과 같은 전 세계적인 문제들과 맞닿아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어느 한 국가·도시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도시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영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참여가 성공 열쇠…지역 이슈 놓치지 말아야”
-게리 워커 퓨처시티 글래스고 총책임자


지난해 10월 발표된 ‘미래 도시 글래스고’ 보고서에 따르면 글래스고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창출한 수익이 1억4400만 파운드(1554억원)로 집계됐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실시간 도로 교통 정보 등을 통해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밤 시간 시민들이 많이 활동하는 장소를 모니터함으로써 범죄율을 낮춘 덕분에 관련 비용 지출이 줄어든 결과다. 이와 함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글래스고 내의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활동도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시민들의 공공 데이터를 한데 ‘통합’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혁신을 꿈꾸고 있는 글래스고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오퍼레이션센터다. 게리 워커 퓨처시티 글래스고 총책임자는 과학자 출신의 전문가로 글래스고 오퍼레이션센터의 수장을 맡고 있다.
영국 스마트시티 릴레이 인터뷰 "기술보다 '시민들의 삶'이 우선"
워커 총책임자는 “많은 도시들이 스마트 시티를 고민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정보기술(IT) 기술력과 뛰어난 IT 인력은 이미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며 “핵심은 이 기술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이를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에 적용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도시인 글래스고는 종종 국제적인 행사가 벌어진다. 2020년에도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유러피언컵’이 예정돼 있다. 이와 같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글래스고 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몰려 도시에 커다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이때 글래스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글래스고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고 지역 상인들의 경제 활성화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워커 총책임자는 “스마트 시티는 시민들의 공적인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문제가 예민하게 다가올 수 있다”며 “시민들로부터 양질의 공공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스마트 시티와 관련한 공공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된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글래스고는 현재 공공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는 유럽연합(EU)의 개인 정보 보호 규정(GDPR)을 준수하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워커 총책임자는 “스마트 시티는 그 ‘지역의 이슈’를 놓치는 순간 생명력을 잃게 된다”며 “이를 위해 지역에서 실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스타트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이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열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스마트 시티 사업, ‘금융시장’도 함께 성장해야 성공”
-마르쿠스 치지 로키바 CEO


영국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기업들을 통한 혁신’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영국은 2010년 런던 북동부 지역에 ‘런던 테크시티’를 조성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스타트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로키바는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 관련 스타트업 중 하나다. 관광·교통 등 다양한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를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마르쿠스 치지 로키바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은 물론 특히 런던은 스타트업들이 경영을 하기에 가장 쉬운 나라 중 하나일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잘돼 있지만, 특히 이노베이트UK와 같은 기관들을 통한 정부 지원금으로 사업 초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국 스마트시티 릴레이 인터뷰 "기술보다 '시민들의 삶'이 우선"
로키바는 현재 런던을 비롯해 영국 내의 다양한 도시들과 함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최근에는 미국과 호주 등에도 진출해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치지 CEO는 “올해로 스마트 시티 분야에 뛰어든 지 5년이 됐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도시들이 스마트 시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 시티와 관련한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몇 년 사이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이제 막 사람들이 스마트 시티의 잠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스마트시티 스타트업과 함께 이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금융시장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초창기 사업 단계에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사업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다른 사업 분야와 비교해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벤처캐피털(VC)과 같은 금융시장의 자금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치지 CEO는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 시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금융시장도 예전보다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기업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분야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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