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철도 르네상스]
동북아 물류 흐름 파격 변화 예상…중국·러시아·몽골도 ‘대환영’
‘부산에서 런던으로’ 대륙철도의 꿈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스포츠의 영웅 손기정 선수는 82년 전 어떻게 베를린에 도착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배를 이용해 도착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제강점기였으니 부산에서 배를 타고 도쿄로 가 유럽 대륙으로 출발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좀 더 논리적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완전히 틀렸다. 당시 손기정 선수는 일본에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부산까지 배로 이동한 후 부산역을 출발해 서울~신의주~하얼빈~모스크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4월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문에는 주목할 만한 사업이 명시됐다. 바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다. 앞으로 남북 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기차 타고 베를린 간 손기정 선수

남북 철도 연결은 단지 한국과 북한 양국 간의 사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북한의 철도는 중국·러시아와 이어져 있다. 즉 남북 철도 연결이 마무리되면 한국은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종착역이자 시발역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합의하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부산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가는 열차표가 등장했다. 물론 2022년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원산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1만1971km를 달려 베를린까지 가는 값으로 61만5000원이 표시돼 있어 정말 열차로 유럽까지 가는 여행이 이뤄질까 하는 꿈에 사람들을 부풀게 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잣대 중 하나인 주식시장도 이 같은 즐거운 상상에 곧바로 반응했다. 현대로템·대호에이엘 등 철도주와 동양철관 등 비금속·철강금속 관련주, 현대건설 등이 합의문 발표 다음 날인 4월 28일 개장 직후 곧바로 상한가에 진입했다.

남북철도는 끊어진 철도를 이어 한반도 종단철도(Trans Korea Railway)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남북철도 연결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과 북한의 ‘국가 경제개발 10개년 전략 계획’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남북철도 연결이 꼽혀 왔다. 실제로 올해 3월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코레일은 남북철도 관련 총괄부서인 남북대륙사업처를 신설해 남북 협력 업무를 추진해 오고 있다.

현재 남북철도 연결이 가능한 노선은 경의선·경원선·금강산선·동해북부선 등 4개 노선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경의선과 동해선이 언급돼 이 두 노선 연결 작업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런던으로’ 대륙철도의 꿈
◆4개 국제노선 있는 북한

경의선은 2007년부터 1년간 총 222회의 화물열차가 운행되는 등 이미 연결이 마무리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에서 박왕자 씨가 피격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운행이 중단된 후 9년 6개월간 방치됐다. 노반이나 궤도 등을 점검하고 보수 작업을 하면 바로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해선은 고성 제진~북한 감호까지 구간은 2007년 연결됐다. 하지만 당시 강릉~제진 110.2km 구간은 공사비가 많이 소요되는 데다 정권 말기 예산 편성이 어려워 착공을 미루면서 아직까지 단절 구간으로 남아 있다. 철도 건설 사업은 6~7년 정도 걸리는 만큼 동해선이 완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의선이 운행되면 서울에서 평양·신의주를 거쳐 중국 횡단철도(TCR)를 타고 중국 베이징까지 운송이 가능해진다. 또 북한 평라선을 거치면 러시아로 향하는 동해선과도 연결된다. 만약 동해선을 바로 북한과 연결하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안을 따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곧바로 연결된다. TSR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지용태 코레일 남북대륙사업처장은 “북한은 우리와 동일한 궤간인 표준궤로 운영 중이고 중국과 러시아로 가는 국경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며 “남북 간 철도를 연결하면 국제 노선으로 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 중국과 3개 노선, 러시아와 1개 노선이 연결돼 있다. 남북을 잇는 철도가 여기에 연결되면 한국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중국 횡단철도(TCR)·만주 횡단철도(TMR)·몽골 횡단철도(TMGR) 등 4개의 대륙횡단철도를 통해 유라시아를 넘나들게 된다.

철도는 근현대의 시작이다. 한국에 첫 철도가 건설된 것은 1896년이다. 이후 대한제국은 경의선 건설을 위해 1900년 9월 서북철도국을 설치하고 1902년 3월 경의선 기공식을 가졌다.

1905년 대동강철교, 1906년 청천강철교가 준공됐고 1906년 4월 3일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열차가 운행되기에 이른다.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연결된 경의선 철도는 경부선과 함께 일본·한국·만주·중국 등 동북아 대륙을 이어주는 교통로 역할을 했다.

이 당시 서울역 즉 경성역은 국제역이었다. 경성역에는 국제공항처럼 국내선 타는 곳과 국제선 타는 곳이 따로 있었다. 행선지 표지판에 중국 베이징·단둥, 러시아 하얼빈 등 행선지들이 써 있었다. 유럽의 기차역에 세계 각국의 행선지가 써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의선은 개통된 지 40년 만인 1945년 9월 11일 남북 간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남북철도가 다시 연결되고 중국 러시아와 국제 열차가 다니게 되면 누가 뭐래도 가장 수혜를 보는 국가는 한국이다. 한국은 그동안 공해를 거쳐야만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었다. 사실상 섬나라다. 하지만 철도가 연결되면 한국은 비로소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반도 국가로서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해운·도로·철도의 글로벌 화물 운송 부담 비율은 각각 85%, 9%, 6%다. 하지만 한국은 2013년 기준 99% 이상의 화물을 해상운송에 의지하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으로 육상 운송망 활용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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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베리아 횡단철도

◆북한까지의 운송비 4분의 1로 줄어

물론 철도는 선박만큼 많은 화물을 값싸게 나를 수는 없다. 하지만 물류를 도심으로 직접 실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정 거리까지는 경제성도 높다. 또한 차량 연결 정도에 따라 유연하게 화물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항공에 비해 경제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경의선(개성~평양~신의주) 철도 건설비용은 약 7조8757억원으로 중국까지 연결에는 1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의 노동·토지 요소와 남한의 자본·기술이 결합되면 남한의 약 4분의 1 사업비로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남한과 북한이 중국과의 철도 연결로 얻는 경제 효과는 연간 각각 1억5000만 달러와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철도 연결은 동북아 물류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현재는 부산에서 모스크바로 화물을 보내려면 배를 통해 한 달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철길이 연결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약 2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인천에서 북한의 남포까지 컨테이너 하나를 옮기려면 배로 800달러 정도가 들지만 철도를 이용하면 200달러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분석된다.

좀 더 크게 보면 물류 흐름의 변화는 경제·사회적으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부산항은 세계 500여 개 항만과 연결돼 있는 세계 다섯째 초대형 항만이다.

남북철도가 연결돼 중국·러시아까지 기차로 물류를 운송할 수 있다고 보면 부산에서 해상운송으로 유럽으로 가는 물동량의 일부, 중국의 동북 3성 및 몽골의 수출입 물량, 일본의 대유럽 수출입 물동량의 일부가 부산항을 통해 대륙철도로 운송될 수 있다. 또 동해·태평양을 거쳐 북극으로 이어지는 북극항로 등 새로운 항로가 본격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TSR의 최대 수혜국은 통과국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종착지인 핀란드다.

인천항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북한의 남포항으로 가는 항로가 운영됐던 인천항은 대북 물류의 거점이었다. 당시 인천항에서 남포로 가는 배에는 섬유류·화학·전자·전기제품이, 남포에서는 농수산물·광물자원·바닷모래 등이 오갔다. 남북 경협이 활성화되고 북한이 연평균 15%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면 인천항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최대 12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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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옛 서울역

‘마스터플랜’은 이미 마련돼 있어

북한의 광물자원과 철도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북한에는 석탄 227억 톤, 철 47억 톤 등 최대 4000조원어치의 광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희토류 매장량도 세계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채굴해 한국의 공장에 공급되고 다시 철도를 통해 수출길에 오를 수 있다.

원자재 수입 루트도 다양해진다. 중동산 원유를 비롯한 중동에서 수입해 오는 품목을 해운이 아닌 철도 수송이 가능해진다. 중동에서 터키를 통해 옮겨진 품목을 그대로 철도에 적재해 한국에 들여올 수 있다는 구상도 있다.

철도차량 제작 산업이나 철도 기술 분야도 발전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철도를 모두 달릴 수 있는 차량 개발과 시설 개량은 철도차량 제작 능력과 시설 부분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게 된다. 당연히 한국 철도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커지게 된다.

남북철도 연결은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이미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들은 비공개로 ‘한반도 통합 철도망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놓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2017년 1월 수행한 연구 용역을 통해 이러한 계획을 수립했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남북철도 연결 사업은 크게 통일 전후로 나뉘어 계획됐다. 총 160조원의 사업비를 들여 경의선 등 북한 내 22개 철도 노선을 신설, 개량하는 게 골자다.

우선 통일 이전 10년 동안 서울~평양~신의주를 잇는 고속철이 신설된다. 만포선 등 노후 노선 7곳은 남한 전원·신호체계 등에 맞춰 복원된다. 고속철의 최고 운행 속도는 시속 350km로 현재의 KTX(시속 300km)보다 빠르게 설계된다. 통일 후 한반도 고속철도망의 골격을 이룰 경의선은 서울 수색역에서 출발하도록 계획됐다. 선로가 자유로와 나란히 달리다 판문점역 등을 통해 북한으로 연결되는 형태의 노선이다.

중·장기 계획으로는 강원선 등 5개 노선을 최고 시속 250km의 고속화 노선으로 개량하는 사업이 구상됐다. 평양과 국경지대의 라선시를 잇는 평라선도 고속화돼 중국 러시아의 대륙철도와 연결된다.

통일 이후에도 강원·평라선 고속철 등 총사업비 79조원 규모의 철도 신설·고속화 사업이 이어진다.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고 북한 철도 개·보수를 거쳐 북한 철도 현대화 작업까지 거치면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물류 동맥이 형성된다.

남북철도 연결에 대해서는 단지 한국과 북한만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인접국 모두 하루라도 빨리 사업이 진행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철도~몽골 횡단철도(TMGR)~중국 횡단철도(TCR)로 이어지는 노선이 연결되면 낙후된 동북 3성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시너지 역시 기대 중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모습은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도쿄에서 5월 9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을 갖고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사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유라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철도 노선 증대와 노선 정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는 한국~중국 간 해상운송, 중국~유럽 구간의 철도운송을 활용한 복합 운송을 추진해야 하지만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철도운송이 가능해져 경제적 효율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철도 연결을 통해 부산에서 러시아·서유럽까지의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 이동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기대감 큰 중·러·몽

러시아의 ‘극동·바이칼 지역 사회·경제 발전 전략’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교통 잠재력 확대를 위해 여객·화물 운송 확장, 차량·철도·항공·항구 등 주요 운송 네트워크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까지 TSR 현대화, 사할린철도 개·보수 등 대대적인 철도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을 2025년까지 교통 인프라 발전 및 무역 규모 확대를 통한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교통 루트로 편입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남북철도와 TSR 연결에 따른 안정적 수입원과 효율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극동지역의 경제 활성화로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몽골도 마찬가지다. 몽골은 대륙철도망의 연결로 태평양 진출 수송로를 확보하고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몽골은 몽골 횡단철도(TMGR)를 중심으로 해 중·몽·러 경제 회랑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훈춘~나진 철도를 활용해 한국까지 확장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무수히 많다.

먼저 낙후된 북한 철도의 개·보수다. 한국 철도와 달리 북한 철도는 복선화율이 3% 수준밖에 되지 않아 운행 효율성이 낮다. 그리고 레일·교량 등 인프라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노선 신설을 포함한 개량 사업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술적 부문도 걸림돌이다. 전압·신호·통신 등과 같은 남과 북의 철도 표준 통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과 북의 철도가 연결된다고 해도 당장 정상 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경의선 철도 복원 합의 이후에도 철도 운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철도 교통 체계 때문이었다.

현재 남과 북의 철도 교통 체계는 △철도 전압 △신호 △통신 △철도궤간 등이 다르게 돼 있다. 우선 전력 공급 방식이 달라 현재 있는 전기기관차로는 남북을 오갈 수 없다. 북한의 전기기관차는 직류 3000V의 전압을 사용한다. 남한은 교류 2만5000V의 전압을 사용한다.

아직은 불안정한 양국 간의 관계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이다. OSJD는 1956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결성된 구소련·동구권 나라의 국제 철도 협약을 맺기 위한 협력기구다.

한국이 이 기구의 정회원 가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TCR·TSR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구소련·유라시아권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정욱 한국교통대 철도대 교수는 “대륙철도 연결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블록트레인(전세 화물열차) 등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는 사기업 차원”이라며 “(OSJD에 가입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내 철도 산업의 대륙 진출을 지원하면서 한국의 이름을 걸고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OSJD 가입은 북한이 꾸준히 반대해 왔다. OSJD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돼 회원국 한 곳만 반대해도 가입할 수 없다. 화해 무드가 조성됐던 4월 19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OSJD 사장단 회의에서도 북한은 한국의 정회원 가입 의제 상정을 반대했다. 6월 열릴 회의에서도 북한이 어떤 의견을 보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섣불리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북한의 의중을 알 수 없어 뭐라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역시 돈이다. 국토교통부·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과 보수에만 최소 6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경의선 연결과 현대화에 1조5000억원 정도, 동해선 연결과 현대화에 4조9000억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북한 철도 재건에 들어갈 자금은 현재로서는 ‘추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북한은 토지보상비가 없고 인건비도 낮지만 기본 설비조차 갖추지 못한 철도가 상당수여서 비용을 종잡기 어렵다.

4년 전 금융위원회는 북한 철도 개발비용을 약 83조원으로 추산했다. 일부 연구 기관에서는 한반도 종단철도(54조원)를 포함해 북한 철도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이 15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쯤 되면 사실상 추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공채(통일채) 발행 △세계은행(WB) 등의 자금 차입 △민자 유치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상황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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