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륙 철도 시대 열린다...한국, 북한 찬성으로 국제철도협력기구 가입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부산에서 유럽까지’ 대륙열차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됐다.

한국이 그간 OSJD 정회원에 가입하지 못한 것은 불안정한 남북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자 한반도를 잇는 '대륙철도'의 걸림돌로 꼽혀 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7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OSJD 장관급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우리나라가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OSJD는 1956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결성된 구소련·동구권 나라의 국제 철도 협약을 맺기 위한 협력기구다.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종단철도(TMGR) 등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모든 국가가 회원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28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은 TCR·TSR을 연결하기 위해 2015년 이후 꾸준히 정회원 가입을 시도했으나 북한의 반대로 3년 연속 좌절을 맞봤다. OSJD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돼 회원국 한 곳만 반대해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는 북한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 가입이 최종 결정됐다. 최근 제3차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합의문)에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명시되면서 대륙열차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이후 제4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다시금 조성되면서 북한이 전향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OSJD 정회원 가입으로 한국은 TCR와 TSR를 포함해 28만㎞에 달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가입으로 우리나라는 OSJD가 관장하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 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중요한 협약들을 다른 회원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됐다.

화물운송 통관절차에서도 회원국 간 우대를 받을 수 있어 향후 유라시아 철도를 활용한 물동량 증가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우정욱 한국교통대 철도대 교수는 “대륙철도 연결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블록트레인(전세 화물열차) 등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는 사기업 차원”이라며 “(OSJD 가입 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내 철도 산업의 대륙 진출을 지원하면서 한국의 이름을 걸고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달 말 남북 열차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실무 분과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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