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회피’ 없었다는 점을 명의자가 스스로 증명해야
부인에게 명의신탁해도 문제가 될까
[한경비즈니스=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공장 부도를 내고 신용 불량자가 된 A. 3년 전 사업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채무자인 B가 기존 채무금 5억원에 갈음해 시가 3억원 상당의 임야를 이전하라고 했다. A는 현재 체납한 세금이 1000만원가량 있고 또 A 명의로 이전 시 채권자가 이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어 B의 동의를 얻어 부인 명의로 임야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A의 채권자인 C가 연락해 채무금 3억원을 한 달 내로 갚지 않으면 부인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가 무효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과세 관청에 신고해 증여세도 부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위 사건에서 임야를 명의신탁한 것은 무효일까. 또 증여세를 납부해야 할까.


◆부부간 명의신탁, ‘강제집행면탈’이 쟁점


명의신탁 약정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나 그 밖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사람(실권리자)이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부동산실명법은 이러한 명의신탁 약정은 물론 그에 따라 이뤄진 부동산 물권 변동에 관한 등기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한다. 단 부부간의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특례 규정을 둬 부부간 명의신탁이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이하 ‘강제집행면탈 등’)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고 있다.


부부간 명의신탁 약정에 이러한 목적이 있는지는 부부간 재산 관리 관행을 존중하려는 특례 규정의 목적과 취지, 부부의 재산 관계와 거래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 조세 포탈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다른 형벌 조항과의 체계적 연관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실명법 제8조의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한 명의신탁에 해당하려면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처분의 집행을 받을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상태가 인정돼야 한다. 부부간의 명의신탁 당시에 막연한 장래에 채권자가 집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만으로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을 섣불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판례(2015다240645 판결 등)다.


이 사안은 A가 부인에게 임야를 명의신탁할 당시 장래에 채권자가 집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이 있다’고 인정해 부동산실명법 제8조의 특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명의신탁에 다른 목적과 함께 조세 회피의 목적도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여로 의제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이므로(대법원 2011두10232 판결), 비록 부부간 명의신탁이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이 과세 관청에 있다고 하더라도 위 명의신탁 당시 이미 1000만원 상당의 조세 채무가 존재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소송에서는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증여세 납부 의무가 없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A가 위 명의신탁에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사실상 증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