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철근콘크리트의 수명은 60년, 한계 수명 전제로 도시계획 세워야
재건축·재개발은 죄악인가…용산 건물 붕괴 ‘참사’의 교훈
(사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건물 붕괴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6월 3일 용산에서 4층짜리 건물이 붕괴됐다. 1~2층은 상가로 사용되고 3~4층은 주거 시설로 사용되던 건물인데, 다행히 상가가 문을 닫는 일요일이어서 인명 피해는 부상 1명에 그쳤다.

이 건물은 1966년에 지어진 건물로 지어진 지 52년이 됐다. 해당 건물은 2006년 도시환경정비 사업 대상에 선정돼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12년 동안 미뤄져 왔다. 놀라운 것은 이 건물이 붕괴되기 전에도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벽 아래 부분이 솟아오르는 등 붕괴 조짐을 보였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은 한 달 전 용산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청이 “안전 등 관리 책임은 조합에 있다”고 밝히면서 건물의 붕괴 원인에 대한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건물이 서울에 하나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다시 말해 우리 동네에 있는 이런 종류의 건물도 언젠가는 붕괴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낡은 건물’

그러면 이 건물은 왜 붕괴됐을까. 지반 침하 등 여러 원인을 생각할 수 있지만 건물은 원래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붕괴되기 마련이다. 물론 건물의 구조물(힘을 받는 부분)을 무엇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수명이 달라진다.

63스퀘어나 롯데타워와 같은 고층 건물은 철골조다. H빔이라는 철골로 짓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명이 거의 영구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붕괴된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이라는 뜻인데, 이 중 콘크리트는 수명이 유한하다.

시멘트·모래·자갈을 물과 함께 섞어 만든 콘크리트는 우리 눈에는 비슷하게 보이지만 지어진 이후부터 점점 강도가 세진다. 그러다 60년이 지나면 급격하게 강도가 약해지고 100년이 되면 자연 붕괴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의 수명은 60년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건물을 잘 지었을 때의 이야기다. 시멘트·모래·자갈의 비율을 1 대 2 대 4로 맞춰야 하는데, 가격이 비싼 시멘트나 철근의 양을 적게 넣거나 불량 자재를 사용하면 수명이 더 짧아지게 된다.

이번 사고가 난 건물도 수명이 52년에 불과하다. 몇 년 전 인천에서 한 아파트가 자연 붕괴되는 위험에 처했었는데, 그 건물의 수명은 15년에 불과했다. 이렇듯 건물에는 시공 방법과 수준에 따라 수명이 다르다.

문제는 건물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언제 붕괴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어느 날 갑자기 부서질 수도 있는 것이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대부분이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건물에는 수명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자연 붕괴된다는 생각을 전제 조건으로 도시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나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 재생 사업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건물에 페인트를 칠해 주고 동네에 벽화 그림이나 그려 준다고 해서 내진 설계도 되지 않은 수십 년 된 낡은 건물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 재건축·재개발 막는 서울시

이번에는 천운으로 인명 피해가 경미했지만 다음에는 1970년대 와우아파트처럼 주민이 밀집한 건물이 붕괴될지 모를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절대 안 되겠지만 만약 벌어진다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게 될까. 책임자를 잡아 처벌하자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이번에 붕괴된 용산 건물을 예로 들어보자. 52년 전에 시공한 소규모 건설회사 관계자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무슨 죄로 그 사람을 처벌할 수 있을까.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해 가는 소모품인데, 건물이 부서졌다고 처벌하면 이 세상의 모든 건설회사 관계자는 모두 잠재적인 구속 대상이 된다는 모순이 된다. 오히려 건물은 한 번 지으면 천년만년 안전하다고 믿고 엉뚱한 정책을 편 사람들이 문제는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건물주에게 그 책임을 묻자는 주장도 나올 것이다. 건물주가 건물을 수시로 점검해 안전하지 않으면 구조를 보강하든지 아니면 그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현실을 따져보자. 사고가 난 용산 상가 주택과 같이 재개발구역에서는 신축이 금지된다.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신축을 하더라도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이를 무시하고 건물주가 자기 돈으로 건물을 새로 지어도 그 지역이 재개발이 되면 몇 년 후 다시 부숴야 한다. 결국 재개발구역 내에서는 건물주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건물주가 건물을 자비로 부수고 그 지역이 재개발될 때까지 빈 땅으로 남겨두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세를 들어 있는 세입자의 임대보증금은 어찌 마련할 것이고 빈 땅으로 남겨 놓았을 때 비사업용 토지에 붙는 막대한 양도소득세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더 나아가 건물이 낡았다는 이유로 부순다면 서울 시내의 오래된 낡은 아파트들은 모두 철거하고 빈 땅으로 놓아 둬야 안전하다는 논리가 된다.

결국은 제도의 문제다. 어떤 사태가 터졌을 때 희생양을 찾는 것은 후진국의 전형적인 행태다. 그런 사태가 터지지 않도록 미연에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다.

이런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도록 만들어진 법이 바로 도시정비법이다. 다시 말해 재건축과 재개발이다.

그런데 국민이나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낡은 주택을 부수고 새 주택을 짓는 것을 적극 권장해야 할 정부나 서울시가 오히려 재건축이나 재개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안전 진단을 강화하고 초과 이익 환수제를 강화해 재건축을 못하게 만들고 이미 허가가 난 재건축 단지도 이주 시기를 마음대로 늦춰 재건축 사업이 늦게 진행되게 만드는 일을 자신들의 실적이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