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청 “금연구역 해당 안 돼” 난색…증권사에 ‘흡연 청정구역 조성’ 협조 요청
여의도 ‘너구리 골목’ 없애려는 금감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로 통하는 여의도에는 이른바 ‘너구리굴’이라고 불리는 골목이 있다. 형형색색의 유리 조각을 붙여 만든 거대한 물고기 조각을 시작으로 한화투자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KTB투자증권·유화증권 등의 건물이 나란히 들어서 있는 200m 남짓 되는 거리다.

이 골목은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늘 흡연자들로 가득하다. 대부분은 인근 증권사 직원들로, 쉬는 시간 틈틈이 담배를 피우러 나온 사람들이다.
◆증권가 반응 “소통 창구 역할도…”

최근 금융감독원이 이 구역을 ‘흡연청정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각 증권사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증권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항상 불쾌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곳이다 보니 이 골목에 대한 민원이 늘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최근 이 골목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 골목을 관할하는 영등포구청에 ‘이 지역이 금연 구역에 해당하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따라 금연 구역 지정과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등포구청 보건소는 “이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일괄 단속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골목은 대로변이 아닌 증권사들 사이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지적도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금감원은 인근 증권사들에 ‘담배 연기 없는 거리 만들기’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에게 ‘임직원들의 거리 흡연을 자제시켜 달라’고 직접 부탁했다.

증권사들은 조만간 ‘금연 캠페인’을 여는 등 협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향후 이 거리를 ‘흡연청정구역’을 넘어 ‘문화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증권 거리에 야외 음악회와 같은 시민들의 쉼터가 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별도의 흡연 부스’를 마련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속 시원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직원은 “담배 연기로 행인들이 지나다니기 힘들 만큼 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 거리는 증권가 직원들에게는 일종의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며 “이 거리를 ‘흡연청정구역’을 만든다는 금감원의 취지는 공감하는데, 그렇다고 단속 없이 ‘금연 캠페인’이나 ‘흡연 부스’만으로는 쉽게 분위기가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증권사의 직원은 “이 거리에는 커피숍도 많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직원들도 많이 지나다니는데, 담배꽁초뿐만 아니라 캔 등의 쓰레기들이 나뒹굴어 거리 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분명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거리에 대한 민원이 쏟아지면서 실태 조사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담배와 관련해 금감원이 직접 단속할 수는 없다”며 “증권사들과의 협조를 통해 ‘기분 좋은 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라고 설명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