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 새 1000실 ‘분양’…서대문구 전체 오피스텔 분양 물량 중 ‘75%’ 차지
무너진 이대 상권에 부는 ‘오피스텔’ 바람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이화여대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곳곳이 공사 중이다. 대학가 밀집 지역에 지하철역, 버스 노선 등의 교통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중소형 오피스텔 건물이 줄줄이 건설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분양된 오피스텔 물량만 1000실 가까이 된다.

반대로 이대 앞을 상징하던 상권은 점차 쪼그라들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며 이면도로 골목 상권에는 점차 빈 상가가 늘고 있다.

◆ 서대문구 오피스텔 대부분이 ‘이대’에

부동산114가 최근 5년간 서울 서대문구 오피스텔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양 물량은 총 1467실이다. 연도별로 △2014년 60실 △2015년 157실 △2016년 408실 △2017년 292실 △2018년 550실(7월 말 현재) 등이다.

이 중 이대 상권이랄 수 있는 대현동 일대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은 같은 기간 동안 1077실이다. 서대문구에서 분양된 전체 오피스텔 중 75%가 이대 인근에 건립되고 있는 셈이다.

범위를 좁혀 최근 3년 내 대흥동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분양 물량을 살펴보면 990실이다. 같은 기간 동안 분양된 서대문구 전체 오피스텔의 79%가 넘는 물량이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대현동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은 각각 408실, 292실로 해당 연도 서대문구 오피스텔 분양 물량의 100%를 차지했다. 올해도 7월 말 현재까지 대현동에는 서대문구 전체 오피스텔 물량의 53%인 290실이 분양됐다.

이대 인근을 중심으로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서대문 지역의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학가 인근의 상권과 교통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인 대흥동 일대에 오피스텔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대문구 오피스텔의 연간 임대 수익률은 2014년 5.32% △2015년 5.1% △2016년 4.81% △2017년 4.68% △2018년 4.59%(7월 말 현재)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서대문 지역 오피스텔 물량이 이대 인근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집중 분양되다 보니 투자금이 많이 올랐다”며 “투자금이 오른 만큼 임대를 통한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찾은 이대 인근은 곳곳에서 오피스텔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대 중심 상권 인근에 눈에 띄는 공사 현장만 5곳에 이르렀다.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대 인근의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근 대학교 학생들과 2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다”며 “대학 주변 주거 시설이기 때문에 졸업 시즌이 되면 학생들이 방을 빼 매물이 많이 나오지만 곧바로 대체 수요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너진 이대 상권에 부는 ‘오피스텔’ 바람
◆ 바닥 권리금에도 곳곳이 ‘빈 가게’

하지만 이대 인근의 상권은 갈수록 힘을 잃는 모습이다. 이대 상권의 점포에 대한 정확한 공실률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대 인근 상권에는 빈 상가가 즐비하다.

1990~ 2000년대 초반 이대 상권이 가장 활성화됐던 시기에 형성됐던 대로변의 스포츠 브랜드나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은 대부분이 철수한 지 오래고 최근에 형성됐던 중국인 대상의 화장품 가게들도 속속 자리를 뜨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몇몇 유명 화장품 회사 직영점들이 이대 상권에서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 정문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전용면적 49.5㎡짜리 1층 매장은 국내 유명 화장품 회사가 직영점을 내며 임차했던 곳인데 한동안 비어있다가 최근 다른 업종의 상가가 문을 열었다.

이 밖에 로드숍 중심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여럿이 최근 매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옷가게나 신발가게가 많았던 이대 상권 이면도로 쪽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중국 관광객의 매출이 30~50%를 차지했던 곳이라 매출 타격이 더 크다.

건물을 계속해 비워 둘 수 없는 건물주가 단기로 ‘깔세(몇 달 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것)’를 받고 액세서리 가게나 뽑기방에 임대를 준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근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가가 많이 나와 있다”며 “한때 5000만~1억원까지 형성됐던 권리금이 지금은 3000만원의 바닥 권리금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 상권은 1990년대 서울을 대표하는 패션·미용의 중심지였다. 특히 여학생들이 많이 찾아 스타벅스 등 커피 전문점과 미스터피자·미샤 등 유명 프랜차이즈점들이 1호점을 낼 정도로 핵심 상권의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홍대와 이태원 등 다른 상권들이 뜨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시기에 완공된 6612㎡(2000평)가 넘는 대형 쇼핑몰 신촌 민자 역사는 개장 후 입점률이 30%대에 그치면서 이대 상권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이대 상권은 2014년부터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동력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특히 이대 정문의 배꽃(梨花) 문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문이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면서 유커들을 그러모았다.

이때 이대 상권에는 국내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로드숍과 사후 면세점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도 잠시 2016년 말 터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시작되면서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유커의 이탈은 이대 상권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중국인 거리’로 불리며 내국인이 찾지 않는 ‘B급 상권’이 된 이대 상권을 더 이상 찾는 이들이 없어진 것이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4호(2018.08.06 ~ 2018.08.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