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영업이익률 30%' 숨은 고수익 기업의 비밀]
- 영업이익률(개별) 36.9%
- 코웰패션, 홈쇼핑 언더웨어 판매 1위
- 보고서 없애고 결재라인 단축 ‘스피드 경영’
코웰패션, 글로벌 라이선스 통해 ‘속옷 브랜드화’ 성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2002년, 35세의 한 건장한 젊은 남성이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여기저기 속옷가게를 찾아다니며 기웃거렸다. 자신이 입을 속옷을 사기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남들이 보면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러한 행동을 수개월간 반복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속옷 전문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바로 패션 업체 코웰패션을 창업한 이순섭 회장이다.

이 회장은 신세계그룹에서 영업 관리, 세일즈매니저, 상품기획(MD), 이마트 바이어 등 10년 동안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그중 이마트에서 언더웨어·란제리 바이어로 근무한 경험이 지금 코웰패션을 차리게 된 계기가 됐다.

겉옷에 감춰진 속옷에 대한 사람들의 트렌드를 캐치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 회장의 안목은 적중했다. 코웰패션은 2002년 창업 이후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2015년부터 급성장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2015년 1615억원, 2016년 2497억원, 2017년 3094억원)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무려 38%에 달한다. 영업이익 역시 2015년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매년(2015년 170억원, 2016년 345억원, 2017년 620억원)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역시 분위기가 좋다. 나이스평가정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개별 기준)은 36.85%에 달한다.

코웰패션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돼 있다. 이 중 첫째는 바로 ‘우수한 브랜드 확보’다. 이 회장은 겉옷에 감춰진 속옷이지만 사람들은 브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직접 브랜드를 찾아다녔고 첫 사업 시작 역시 신중하게 고른 끝에 이탈리아 브랜드 ‘엘레쎄’와 언더웨어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3년 만에 엘레쎄 속옷 점포가 150개를 넘어섰다.

◆ ‘우수한 브랜드’를 확보하라
코웰패션, 글로벌 라이선스 통해 ‘속옷 브랜드화’ 성공
그런데 얼마 안 가 위기에 직면했다. 엘레쎄의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것이다. 재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 회장이 사업 기반을 워낙 잘 닦아 놓은 때문인지 다른 더 큰 회사가 미리 다음 계약을 해 더 이상 추가로 팔 수 없었다.

이 회장은 고민하던 차에 ‘연예인 란제리’가 하나의 트렌드라는 것을 직감하고 그길로 유명 연예인과 함께 언더웨어 사업을 진행했다. 이 역시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연예인 란제리는 단기간 판매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브랜드화된 장수 제품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 회장은 누구나 다 아는 글로벌 브랜드이면서도 아직 국내에 속옷 라이선스가 없는 브랜드를 찾아 나섰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 브랜드 푸마였다. 처음 선보일 당시에는 독점 판매 계약으로 비싼 가격이 매겨져 다소 고전하기도 했지만 이 회장이 직접 푸마 본사를 찾아가 라이선스 계약의 필요성을 어필한 끝에 결국 라이선스 계약을 이끌어 냈다.

라이선스 계약 이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가격을 낮추자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카파코리아와 아디다스가 언더웨어 사업을 같이하자고 요청했고 푸마 측에서는 속옷뿐만 아니라 티셔츠와 트레이닝복으로 품목을 확대해 달라고 제안했다. 현재 이들 라이선스 브랜드들은 코웰패션의 캐시카우이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성공 요인은 ‘카테고리와 플랫폼의 확대’다. 매 시즌 성수기를 맞고 있는 브랜드별 카테고리가 있어 현금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 패션업이 비수기인 여름에는 언더웨어와 스포츠웨어가 캐시카우로 나선다.

코웰패션의 주요 사업은 의류(레포츠)·언더웨어·잡화(핸드백)이지만 점점 더 늘고 있다. 작년에도 ‘웅가로골프웨어’, ‘엠리밋’ 등 스포츠 브랜드를 비롯해 사업부별로 새 브랜드가 다양하게 추가됐다. 이탈리아 핸드백·잡화 브랜드 ‘아.테스토니’와 ‘알베르토페르마니’ 스니커즈도 론칭했다.

카테고리는 올해를 기점으로 뷰티·라이프스타일·키즈(홈웨어)까지 더 늘어날 예정이다. 향후에는 식품 등 또 다른 업종에까지 진출할 생각도 갖고 있다.

이종 업계, 새로운 브랜드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이유는 생산 노하우뿐만 아니라 잘 갖춰 놓은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온라인계 SPA’로 사업 방식을 정의하는 코웰패션은 이커머스와 홈쇼핑을 기반으로 한다.

◆ 의사결정과 트렌드 파악은 빠르게
코웰패션, 글로벌 라이선스 통해 ‘속옷 브랜드화’ 성공
현재 코웰패션은 홈쇼핑·온라인·오프라인 등의 모든 유통 채널을 백분 활용한다. 특히 홈쇼핑 판매는 2007년 진출한 이후 홈쇼핑업계 언더웨어 부문과 레포츠 의류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매출액 중 홈쇼핑 채널 매출액이 81%에 달할 정도다. 인터넷 채널은 2009년부터 시작했다.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과 자사 쇼핑몰 ‘코웰패션닷컴’을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도 계속 확장 중이다. 다만 단독 매장보다 멀티숍이나 대형마트 입점을 주로 추진하고 있다.

영역은 다르지만 3곳의 각기 다른 채널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코웰패션의 성장세에 한몫하고 있다. 가령 홈쇼핑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이 나타나면 그 제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도 빠르게 배열해 판매하는 식이다.

셋째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다. 코웰패션은 제조·유통 일괄 생산(SPA)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디자인과 기획을 직접하고 빨리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유니클로나 자라 같은 SPA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회장의 경영 방침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요즘처럼 패션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에 상품기획 하나 하면서 시장조사하고 보고서 만들어 부장·상무·전무 등의 결재를 받으면 이미 그 패션은 지나간 유행이 돼 버린다며 무엇보다 빠르게 시장의 트렌드 읽어야 하고 의사결정도 단순화해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회장은 제품을 만들 때 10억원어치를 만들지, 20억원어치를 만들지 5분 안에 결정하기로 유명하다.

코웰패션은 트렌드 조사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본다. 심지어 디자이너들의 출장도 단기 출장이 대부분이다. 많은 패션 기업의 디자이너들처럼 유럽과 미국으로 장기적으로 떠나는 출장은 극히 드물다.

웬만하면 유럽이나 미국 출장은 거의 가지 않는다. 이유는 명도나 채도가 한국 소비자의 선호도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코웰패션 디자이너들은 한국 시장과 비슷한 일본·홍콩·대만·싱가포르 등으로 짧은 출장을 자주 나간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기 위해서다.

만약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그 패션을 소화하고 있는지 빠르게 관찰한다. 이후 가장 빨리 만들 수 있는 협력 공장을 찾아 대량으로 생산하고 곧바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장에 유통한다.

물론 실패할 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실패하면 빠르게 포기하고 다른 아이템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사업에서는 시작하는 용기도 중요하지만 포기하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코웰패션은 2014년 대명화학에 인수됐다. 이후 필코전자와 2014년 합병, 전자사업부와 패션사업부로 분리돼 운영되고 있다. 창업자인 이순섭 회장은 대명화학(지분률 56.29%)에 이은 2대 주주(13.72%)로 현재 코웰패션의 회장을 맡고 있다.

대명화학은 코웰패션 외에도 모다아울렛·케이브랜즈·YK038·머스트비·코즈니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패션·유통업계의 숨은 큰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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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