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 스타트업 키우는 대기업들]
-롯데액셀러레이터, 입주 후 기업가치 2.7배 ‘업’…링크플로우·벅시·모비두 ‘대표 기업’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롯데는 2016년 2월 창업 보육 전문 법인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엘캠프’ 1~4기 61개사를 비롯해 사내 벤처기업 등 약 70개사를 육성·지원 중이다.

엘캠프에 선발된 업체들에는 6개월간 2000만~5000만원의 창업 지원금이 주어진다. 사무공간과 전문가 자문, 법률·회계 컨설팅 등도 제공한다.

엘켐프는 벤처캐피털 등 여러 투자자에게 직접 사업을 소개하고 후속 투자 유치를 위한 데모데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과 롯데 계열사와의 실질적 사업 연계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육성과 투자 ‘동시 진행’…70개 스타트업 지원 중
◆외부 추가 투자 유치 위한 ‘데모데이’ 적극 추진

데모데이는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초기 스타트업들을 선발해 6개월 단위로 종합 지원하는 엘캠프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다. 후속 투자 유치가 필요한 스타트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한 행사다. 여러 벤처캐피털을 한자리에서 직접 만나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들에 매우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지난 10월 17일 넷째 데모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엘캠프 3, 4기 스타트업과 롯데그룹 사내벤처 등 총 22개사가 참여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전시 부스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투자자들에게 선보였다. 이 중 ‘고미랩스(반려동물 놀이용 인공지능 로봇 개발)’, ‘몽가타(수면 유도 모션 베드 제조)’ 등 10개사가 사업 소개 프레젠테이션 등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부회장)를 비롯해 롯데 계열사의 신사업 담당 임직원과 국내외 투자기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 스타트업의 사업 설명을 꼼꼼히 살피며 투자 여부를 타진하는 등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황 대표는 “2016년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여러 우수한 창업자와 투자자의 도움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등 한국 스타트업 발전에 일조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를 거친 스타트업 ‘쑥쑥’ 성장

엘캠프의 성과는 스타트업들의 성장세로 확인할 수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에 따르면 엘캠프 1~3기 42개사의 기업 가치는 입주 당시 총 929억원 수준에서 지난 7월 말 기준 약 2514억원으로 2.7배 성장했다. 직원 수도 243명에서 435명으로 79% 증가했고 절반 이상이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육성과 투자 ‘동시 진행’…70개 스타트업 지원 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전문 업체로 거듭난 엘캠프 출신 ‘레드벨벳벤처스’는 3명으로 시작해 현재 28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비가청음파’ 전송 기술을 가진 ‘모비두(엘캠프 2기)’는 롯데멤버스와 협업해 음파 결제 시스템인 ‘엘페이 웨이브’를 개발했다. 이후 롯데멤버스로부터 7억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벅시(엘캠프 3기)’는 최근 새로운 자동차 렌털 사업 모델을 제시해 롯데렌탈로부터 8억원의 후속 투자를 받았다.

올해 4월부터 6개월간 운영된 엘캠프 4기 스타트업들의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자간 영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무디’는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6억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반려동물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펫미업’은 ‘반려동물 택시운전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약 5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이진성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올 6월 ‘롯데스타트업펀드’ 1호를 272억원 규모로 결성하면서 유망한 스타트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후속 투자할 수 있게 됐다”며 “펀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스타트업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 유도 모션 베드를 개발·판매하는 몽가타의 정태현 대표는 “제품 단가가 높아 판매 방안을 고민하던 중 롯데액셀러레이터가 렌털 마케팅 전략을 제안해 롯데렌탈과 사업 제휴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 10월 31일까지 엘캠프 5기를 모집했다. 서류심사와 발표 평가를 거쳐 11월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O2O·핀테크·물류·유통 분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로봇 등 하이테크 스타트업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스타트업과의 다양한 협업을 바탕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모할 계획이다.

▶돋보기
신동빈 회장, 사내벤처 육성에도 팔 걷어


“롯데를 망하게 할 아이디어를 내달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내벤처 육성을 위해 한 말이다. 롯데가 하고 있는 기존 사업을 뛰어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달라는 뜻이다. 성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롯데홈쇼핑·대디포베베·영림비엔에이는 지난 8월 30일 ‘사내벤처와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4개사가 서로 협력해 대디포베베 사업 아이디어의 제품화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대기업·사내벤처·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게 목표다.
육성과 투자 ‘동시 진행’…70개 스타트업 지원 중
대디포베베는 롯데그룹의 사내벤처 1호다. 2016년 11월 열린 사내벤처 공모전에서 당시 롯데홈쇼핑 직원이던 전영석 대표가 ‘홀딩밴드형 기저귀’라는 아이디어로 1위를 차지하면서 출발했다. 신축성 있는 홀딩밴드로 아기 허리에 기저귀를 감싸서 고정, 착용시킨 후 홀딩밴드를 절취선을 따라 제거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아기를 눕히지 않고도 빠르고 편리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 대표는 이후 2017년 4월 롯데액셀러레이터에 입주해 창업 지원금 2000만원과 사무 인프라, 사업 관련 멘토링 등의 지원을 받으며 사업화를 진행했다. 이어 2017년 5월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올해 2월 중국, 8월에는 베트남에 특허를 출원했다. 6월에는 특허청이 개인이나 중소기업 등의 발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홍대용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디포베베는 올해 안에 제품의 연구·개발을 마무리하고 영림비엔에이와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제품 생산과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영림비엔에이는 2005년 설립된 기저귀 전문 제조 회사다. 유한킴벌리·킴벌리클라크(호주)·깨끗한나라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위탁 생산을 진행하며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보유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로를 지원하기로 했고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인프라 제공과 투자 유치를 비롯해 국내외 네트워킹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날 업무 협약과 함께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사내벤처펀드1호’를 통해 대디포베베와 2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도 체결했다. 롯데사내펀드1호는 롯데홈쇼핑과 롯데쇼핑 등이 출연해 조성됐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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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8호(2018.11.12 ~ 2018.11.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