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구글, 제2 본사 뉴욕으로 낙점…인재 영입 두고 치열한 경쟁 예상
글로벌 IT 기업 이전으로 들썩이는 뉴욕
[뉴욕(미국)=김현석 한국경제 뉴욕 특파원]금융·미디어·패션의 도시 뉴욕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과 구글의 입성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들 기술 기업들이 뉴욕에 제2 본사를 짓고 수만 명씩 인력을 고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광고 검색, 인공지능(AI) 등에서 각축전을 벌여 온 아마존과 구글은 이제 뉴욕의 인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 됐다.
◆아마존이 뉴욕 택한 이유는 ‘최고급 인력’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11월 13일 제2 사옥을 세울 도시로 뉴욕시 롱아일랜드시티와 노던버지니아의 크리스털시티 두 곳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서부 시애틀의 본사와 함께 총 3개의 사옥을 보유하게 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9월 시애틀 본사와 비슷한 규모의 제2 본사를 북미 대륙의 도시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2 본사를 유치하는 도시에서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향후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238개 도시가 제안서를 내며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토론토와 멕시코시티 등 캐나다와 멕시코 도시들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뉴저지 주 뉴어크시는 아마존에 70억 달러 규모의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고 조지아 주 스톤크레스트시는 도시 이름을 아예 아마존으로 바꾸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놓았다.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의 시장은 아마존닷컴에서 1000개의 물건을 산 뒤 별점 다섯 개 리뷰를 일일이 남기기도 했다.
아마존은 지난 1월 20개 후보 도시를 압축했고 방대한 데이터 검토와 현장 방문 등을 거쳐 롱아일랜드시티와 크리스털시티를 최종 후보지로 낙점했다.
워싱턴D.C. 인근인 크리스털시티는 반독점과 세금 등 각종 규제 위기에 처한 아마존이 로비를 위해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설립자를 싫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독점 조사를 통해 아마존을 압박하고 있다.
크리스털시티는 아마존의 캐시카우인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본부가 자리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면 아마존이 뉴욕시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재를 구하기가 쉽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욕은 컬럼비아대·뉴욕대·쿠퍼유니언·포덤대·뉴욕주립대 등 각종 명문 대학이 몰려있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프린스턴대·예일대·코넬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 대부분과 2~4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몰려든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넬대의 공대대학원인 코넬테크가 루스벨트아일랜드에 문을 열었다. IT 관련 최고급 인력을 구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뉴욕에는 실리콘앨리(뉴욕에 있는 신생 벤처기업 밀집 지역)도 형성돼 있다. 디지털NYC에 따르면 뉴욕시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1만2935개에 달한다.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 미디어 스타트업인 허핑턴포스트와 버즈피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블루에이프런, P2P(개인 간 거래) 대출 업체 렌도, 크라우드 펀딩 업체 킥스타터, 핸드메이드 쇼핑몰 엣시 등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뉴욕은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보스턴과 함께 미국의 3대 창업 권역으로 꼽힌다.
IT 기업에서는 사람이 핵심 자산이다. 좋은 인재는 대학·문화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가 있는 곳에 몰리기 마련이다. 뉴욕은 이런 점에서 세계 최고의 도시다. 미국 최대 규모의 지하철 등 뛰어난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금융·미디어·패션 등 기존 거대 기업도 많다.
세계 최고의 금융 도시여서 돈도 넘친다. 아마존이 제2 본사를 두 개로 나눠 한 곳을 뉴욕에 두려는 것도 최고의 인력을 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마존이 낙점한 롱아일랜드시티는 뉴욕시 퀸스에 속해 있다. 이스트강을 건너면 바로 맨해튼이다. 지하철 서너 정거장이면 맨해튼의 중심 상업지구인 미드타운에 닿는다. 교통망이 잘 발달돼 있고 뉴욕의 관문인 JFK국제공항과 라과디아공항도 지척이다.
또 지난 10년 새 집중 개발돼 아마존 본사 유입으로 들어설 2만5000명 수용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이 지역에 들어선 초고층 빌딩만 41개에 달한다. 이 중 주거용 아파트도 상당수다.
뉴욕은 또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 이후 친기업적 정책이 자리 잡았다. 시애틀·샌프란시스코 등은 노숙인을 구제하겠다며 기업들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려고 하고 있지만 뉴욕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최저임금도 서부 도시들보다 아직 낮은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 기업들이 서부를 떠나 사무실 임대료가 낮고 좋은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동부로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대료 급등하며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이처럼 뉴욕을 제2 본사로 삼으려는 곳은 아마존뿐만이 아니다.구글은 뉴욕시 맨해튼 서부에서 12만㎡, 12층 규모의 거대한 빌딩 임대를 논의 중이다. 세인트존스터미널 재개발로 2021년 완공되는 빌딩이다. 1인 평균 사무공간(14㎡)을 감안하면 최소 8만5000명 이상이 근무할 수 있는 규모다.
구글은 지난 2월 맨해튼 피어57에 건설 중인 2만3000㎡ 규모의 빌딩도 15년간 임대하기로 계약했다. 3500명 이상 일할 있는 곳이다. 이 두 곳만 합쳐도 구글은 현재 뉴욕에서 고용 중인 7000여 명의 두 배 정도인 1만2000명을 추가로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뉴욕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오래전부터다. 2000년 뉴욕에 첫 진출했고 2006년 세인트존스터미널에서 2km 정도 남쪽에 있는 첼시 지역에 19억 달러를 주고 대형 빌딩을 매입해 뉴욕의 핵심 거점으로 쓰고 있다.
이 빌딩에서 일하는 직원 2500명 등을 포함해 뉴욕시에만 전 세계 임직원의 8%인 7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구글이 1만2000명을 추가로 고용한다면 뉴욕시에서만 구글 인력은 2만 명에 육박하게 된다. 2만5000명이 근무하는 제2 본사를 짓겠다는 아마존과 맞먹는 규모가 된다.
이에 따라 아마존과 구글은 뉴욕시에서도 최고의 인재들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게 됐다. 이들 양 사는 광고 검색과 AI,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시는 한껏 들떠있다. 뉴욕도 최근 핀테크(금융기술)·인터넷·소셜미디어 등의 부상으로 주력 산업인 금융업과 미디어·패션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세계적 IT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이 뉴욕에 대규모로 들어오면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아마존은 작년 계획 발표 당시 20년 동안 제2 사옥에 50억 달러(약 5조7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 본사를 두 곳으로 나눴지만 최고 25억 달러 이상 투자가 기대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임차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이나 IT 기업 집결지인 실리콘밸리처럼 교통 혼잡이 심각해지고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롱아일랜드시티 인근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교통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건설된 지 100년이 넘은 뉴욕 지하철은 노후화가 심해 만성적인 혼잡과 지연 사태를 빚고 있다. 특히 롱아일랜드시티를 지나는 7호선은 원래부터 혼잡한 노선이다.
지미 밴 브래머 뉴욕시의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7호선 주변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 여기에 아마존 임직원들까지 들어오면 롱아일랜드시티는 더 이상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alist@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9호(2018.11.19 ~ 2018.11.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