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론칭 후 첫 독자 개발 모델
- 미국서 ‘올해의 차’ 선정 등 호평 쏟아져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제네시스를 독립 고급 브랜드로 선보인 지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특히 막내 ‘G70’의 활약이 대단하다. 현대차는 이를 발판으로 올해 북미 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털어버린다는 목표다. 미국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2019 올해의 차’로 제네시스 G70를 선정했다. 모터트렌드는 1949년부터 69년 동안 매년 올해의 차를 발표했지만 한국 차가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터트렌드는 BMW 3시리즈 등 지난해 출시된 19개 차종을 대상으로 비교 시승 등을 거쳐 올해의 차를 선정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 G70는 이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스타가 탄생했다(A Star is born)’는 제목과 함께 모터트렌드 1월호 표지에 소개됐다.
동급 차종을 직접 비교 시승한 크리스 월튼 주행 테스터는 “제네시스 G70는 인피니티 G35보다 고급스럽고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보다 날카로우며 아우디 A4보다 기민했다”고 평가했다.
앵거스 매킨지 모터트렌드 국제판 편집장도 “제네시스 G70는 BMW의 3시리즈를 긴장시킬 모델”이라며 “BMW는 조심하라, G70는 진짜다”라고 강조했다.
◆ 미국을 홀린 ‘G70’
모터트렌드는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 지난 11월 27일 올해의 차로 G70를 선정·발표하며 “역동적 성능과 우아함, 효율적인 엔진이 소비자에게 상상 이상의 즐거움을, 경쟁자에게는 두려움을 줄 것”이라고 호평했다.
단순히 글로만 칭찬한 것이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비교를 통해 차별성과 우수성을 강조했다. 모터트렌드는 이번 평가에서 제네시스 G70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CLS, 아우디 A6·A7, 렉서스 ES 등 총 19개 차종을 놓고 비교했다.
모터트렌드 평가단은 G70의 주행 성능을 극찬했다. 월튼 주행 테스터는 “G70는 다루기 쉬운 야수와 같다”고 평가했다.
제네시스 G70는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올 9월 2019년형 모델로 북미 시장에서 판매됐다. 252마력의 성능을 자랑하는 2.0리터 터보차저 직렬식 4기통 엔진과 365마력의 3.3리터 트윈-터보차저 병렬식 6기통 엔진 등 2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2.0 터보 모델에는 6단 수동, 8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뤘다. 3.3 터보 모델은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에드워드 로 모터트렌드 편집장은 “3.3 터보엔진의 매력이 G70를 사랑스럽게 만든다. 경쟁 차종들은 대부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디자인 역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리스 테오도어 객원 평가위원은 “마치 메르세데스-벤츠처럼 뛰어난 인테리어”라고 말했다. 톰 게일 전 크라이슬러 디자인 총괄은 “패키징과 각종 디자인 요소 조합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칸투 모터트렌드 부편집장은 “G70는 다른 브랜드가 꿈꾸는 핏과 마감 실력을 보여준다”고 호평했고 테오도어 객원 평가위원은 “G70는 부드럽고 조용하며 빠르고 민첩하다. 평균을 뛰어넘고 잘생겼으며 훌륭한 가치까지 지녔다. 거의 모든 게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모터트렌드는 제네시스 G70를 올해의 차로 선정하면서 현대차라는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도 덧붙였다.
모터트렌드는 “30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 현대차는 4995달러의 낮은 가격표에 조르제토 주지아로(현대차 포니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입은 엑셀을 미국에 출시했다”며 “당시 미국인들은 ‘현대’라는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30년이 지난 지금 BMW 3시리즈의 강력한 대항마 G70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 유럽에서도 현대차 ‘돌풍’
제네시스 G70에 대한 찬사는 모터트렌드만이 아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거진 ‘카앤드라이버’의 베스트 톱10에도 선정되며 우수한 상품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평가받고 있다. 또 G70는 ‘2019 북미 올해의 차(NACOTY)’ 승용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이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2016년 발표된 ‘2017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G90가 선정된 이후 둘째다.
올해는 G70를 비롯해 혼다 인사이트, 볼보 S60 등 총 3개 모델이 2019 북미 올해의 차 승용 부문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상당한 홍보 효과를 낼 수 있고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잇단 호평과 희소식을 이어 가고 있는 G70를 앞세워 미국 시장 판매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제네시스는 전용 딜러를 확충해 판매망을 확장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미국 전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현재 운영되고 있는 100여 개의 전용 딜러를 2019년 1분기까지 350여 개로 확대 구축한다.
또 G70를 비롯해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의 2019년형을 확대 공급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판매 촉진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새 단장을 마친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G90를 내년 상반기에 미국 시장에 투입해 기세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 G90는 신차급 디자인 변화를 적용한 외장 디자인, 소재 고급화를 강화한 내장 디자인을 바탕으로 플래그십 세단의 존재감을 높여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G70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자 유럽 시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직 유럽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제네시스 대신 현대차 브랜드 모델이 유명 언론을 통헤 앞다퉈 소개되고 있다.
영국 4대 자동차 전문지인 BBC 탑기어 매거진은 11월 26일 ‘2018 탑기어 어워드’에서 ‘올해의 자동차 메이커’로 현대차를 선정했다. 현대차는 고성능차 i30N부터 친환경차 아이오닉, 코나 일렉트릭까지 다양하고 도전적인 상품 라인업과 지난 수년간의 빠른 성장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BBC 탑기어 측은 “현대차는 가장 다채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업계의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있다”면서 “현대차는 겸허하지만 꾸준히 정진해 오늘의 성공을 일궈 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는 또 14회를 맞이한 영국 그린 플릿 어워즈(Green Fleet Awards)에서 ‘올해의 전기자동차 제조사’로 11월 22일 선정됐다. 아이오닉과 코나 일렉트릭을 새롭게 선보인 현대차는 안정성, 가격 경쟁력, 월등한 주행거리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독일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독일 아우토자이퉁의 ‘오토 트로피 2018’에서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로 선정된 것.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사회의 선두 주자가 되려는 브랜드의 포부와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에서 호평을 받았다.
◆ 제네시스 미국에서 날개 펼까
제네시스 G70를 향한 호평에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2015년 11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제네시스의 독립을 공식화한 지 ‘3돌’ 만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북미 시장에서의 실적이 딜러사와의 갈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부재 등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던 터라 이번 기회가 재도약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10월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만7015대)과 비교해 45.5% 줄어든 9281대에 그쳤다. 지난 11월 판매량은 G70의 합류에도 372대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9.2%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이후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5개월 연속 1000대에 미치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 내 시장 평가와 실제 소비자 반응이 엇갈리는 원인으로는 모델 노후화와 제품 라인업 부족이 지적된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G80와 G90는 출시한 지 2년이 넘은 모델로 연내 완전 변경과 부분 변경을 앞둔 상황이다. 미국 내 인기가 높은 SUV 모델이 아닌 세단 중심으로 라인업이 구성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여기에 올 초 제네시스 판매망 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지 딜러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긴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제네시스는 판매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받아 온 제품 라인업을 확충해 재도약에 나선다. 올 하반기 출시한 G70를 시작으로 이번 G90와 내년 초 첫째 SUV GV80 등 라인업을 키운다.
2021년까지 SUV를 포함해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하고 이후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차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SUV나 스포츠 쿠페 등 라인업을 갖춰 브랜드 가치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린다면 메르세데스-벤츠·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 제네시스에 대한 시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제네시스는 올해 6월 미국 시장조사 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18년 신차 품질 조사’에서 일반 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31개 브랜드 중 1위(68점)를 차지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77점을 받아 프리미엄 브랜드 13개 가운데 1위에 오른 바 있다.
◆ G70에 애착 보인 정의선, ‘안목 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도 G70의 호평을 반가워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G70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출시 이전부터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마케팅 등 전반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지난해 9월 출시 당시에는 G70를 직접 소개하며 “제네시스는 항상 여러분의 곁에서 여러분들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꼭 제네시스 G70의 주인이 돼 달라”고 강조했다.
유독 정 수석부회장이 G70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G70가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새롭게 개발한 첫 독자 모델이기 때문이다. 대형 세단인 EQ900와 G80는 각각 현대차 브랜드의 에쿠스와 제네시스DH의 후속 모델이었다.
물론 정 수석부회장이 G70만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전반에 관여하며 많은 공을 들인다. 고급차 브랜드 출범은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던 이유에서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차 시장을 공략해 왔다. 단기간에 많은 성과도 올렸다. 대표적인 예가 제이디파워의 ‘2018 신차 품질 조사(IQS)’에서 세계 유수의 31개 브랜드 중 제네시스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편 정 수석부회장이 추구하는 미래 전략에는 고급 브랜드 외에도 미래차 개발이 있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전기·수소전지차 등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과 벤처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다.
투자 규모가 작더라도 기술 확보 가능성이 높은 업체와 글로벌 동맹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실제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 독일의 아우디, AI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중국의 딥글린트, 미국의 오로라·메타웨이브 등과 지분 투자 등의 협력 관계를 맺었다. 또한 아이오닉머티리얼·바르질라 등 배터리 개발 업체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 공유(카셰어링)와 관련해서는 호주의 카넥스트도어,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레브 등에 투자했고 지난해 말에는 SK텔레콤·한화자산운용과 함께 총 4500만 달러 규모의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조성했다.
또 글로벌 협업을 주도하는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센터인 ‘현대크래들’도 정 수석부회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 [돋보기]
3대를 이은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그리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까지…. 이들 3대는 지난 50여 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글로벌 시장을 두드렸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30여 년 전 엑셀로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정몽구 회장은 품질을 갈고닦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대차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제 바통을 이어 받은 정 수석부회장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고급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제네시스 브랜드를 안착시켰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영을 시작한 정 수석부회장은 활발한 현장 경영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알려진 현대가(家)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도 종종 선보인다. 가령 청바지 차림으로 대중 앞에 나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든지 행사장에서 만난 기자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모습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장손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1999년 현대차에 입사했고 2009년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직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이 굳건하게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올해 9월 14일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대외적으로 자신의 경영 시대가 왔다는 것을 알렸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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