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이런 미국 시장을 바라보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최근 폐막된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자동차 관련 행사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코나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세단 G70가 ‘북미 올해의 차’로 각각 선정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현대차의 뛰어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입증한 셈이다. 올해 현대차는 이 두 차량을 앞세워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재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 역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쟁사 제치고 2관왕
이번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가장 돋보인 완성차 브랜드는 단연 현대차였다. 현대차 코나는 유틸리티 부문 올해의 차에 선정됐고 제네시스 G70는 승용차 부문에서 올해의 차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북미 올해의 차’ 선정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60여 명의 자동차 전문기자단이 맡아 매년 진행해 왔다. 당해 연도에 출시된 신차 중 승용차·트럭·유틸리티 등 총 3개 부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차’를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이다.
과거 2016년 발표까지만 하더라도 승용차와 트럭 2개 부문으로만 발표해 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속한 성장 추세를 반영해 2017년 발표 때부터 유틸리티 부문을 추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올해의 유틸리티에 선정된 코나는 쟁쟁한 경쟁자인 아큐라 RDX, 재규어 I-페이스를 제쳐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했다. 승용 부문 정상을 차지한 G70 역시 혼다 인사이트, 볼보 S60 등 쟁쟁한 경쟁 차를 압도하며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현대차의 북미 올해에 차 선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구 제네시스(BH) 모델로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2012년 현대차 아반떼가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수상이 특별한 것은 2관왕을 차지했다는 데 있다. 1994년 북미 올해의 차 선정이 시작된 이후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2관왕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업체들로 눈을 돌려 보더라도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동안 2관왕을 기록한 것은 2006년 혼다, 2010년 포드, 2014년 쉐보레 정도에 불과하다. 이 대열에 현대차 역시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코나와 G70가 올해의 차 수상의 결실을 본 것은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수상을 토대로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분석과 마케팅이 빚은 결과물
이처럼 해외시장에서 코나와 G70가 획득한 ‘최고’라는 평가는 철저한 시장 분석과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두 차량은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생산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 시장에 지난해 2월 출시한 코나는 이미 소형 SUV 차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코나의 출시는 상품부터 마케팅까지 전사적인 노력으로 우수한 상품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력투구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상품성을 강화하기 위해 타 사의 1세대 소형 SUV 전 모델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철저히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코나가 주행 성능·안전·편의 모든 면에서 타 사 차량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급히 소형 SUV를 출시하기보다 초기 모델을 분석한 후 소비자가 소형 SUV에 기대하는 최상의 상품성을 구현하고자 했다”며 “단순히 준중형 SUV를 줄여 놓은 저렴하고 실용적인 SUV가 아니라 멋스러우면서도 상위 차급 수준의 안전·편의 품목을 갖춘 SUV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9월부터 판매에 돌입한 제네시스 G70도 마찬가지다. G70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 선보이는 ‘완전한 신차’라고 할 수 있다. 기존 G80와 G90는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계승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또한 G70는 중형 세단인 만큼 브랜드 내에서 엔트리 모델로, 소비자 폭을 확대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도 주어진 상태였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디자인과 성능을 고민한 끝에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중형 세단은 운전 용이성으로 장년층이나 여성층은 물론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소비자에게도 선호되는 분야”라며 “이런 특성을 반영해 역동적이면서 우아한 디자인으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두 차량의 마케팅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는 그동안 지역별 현지 맞춤 마케팅을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코나를 선보이면서 글로벌 시장에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일관된 메시지 전달로 확고한 차량 이미지 구축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꾀하자는 이유에서다.
G70는 경기도에 있는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에서 이례적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자단을 함께 초청하는 방식으로 론칭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와 별개로 소비자 공개 행사를 열면서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를 대거 초청해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같은 마케팅 전략 역시 수상을 평가하는 기자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내는 데 한몫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이 기세를 몰아 올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약 67만 대로 2016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은 3.9%를 기록하며 약 10년 만에 4%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북미 올해의 차’ 선정에 따라 올해는 최소 7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수상에 따른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제네시스 본격 성장 기대”
2009년 제네시스(BH)가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을 당시에도 그랬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08년 3.0%였지만 수상 효과를 등에 업고 2009년 4.1%로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감을 준다”면서 “특히 올해는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함께 수상했다는 점에서 향후 현지 판매 실적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올해 미국 시장에서 G70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럴 만도 한 것이 G70를 바라보는 북미 언론의 평가가 유례없을 정도로 후한 상황이다.
북미 올해의 차 수상 외에도 G70는 최근 캐나다 자동차 전문지 ‘오토가이드’가 주관한 ‘2019 올해의 차’에도 선정됐다. 오토가이드는 “제네시스 G70는 제네시스 브랜드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장 전체의 기대치를 높이는 신선한 차량”이라며 극찬했다.
미국 모터트렌드가 지난해 말 펴낸 2019년 1월호에서 ‘2019 올해의 차’에 G70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모터트렌드는 1949년 창간 이후 매년 연말에 올해의 차를 발표해 왔는데 국내 자동차가 이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차에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신생 럭셔리 브랜드가 이만큼 호평을 받는 것은 극히 드물다”면서 “올해가 반드시 제네시스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그간 문제였던 딜러 망 구축도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2015년 국내에서 제네시스를 론칭한 데 이어 2016년 미국에도 제네시스를 가지고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 내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딜러들의 저항에 부닥치며 전용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내에서 현대차와 구분되는 제네시스의 판매 라이선스를 확보한 주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즉, 정상적인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다 지난해 말 마침내 미국 전역 50개 주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현재는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1분기까지 약 350여 개의 제네시스 딜러 운영이 예상됨에 따라 점차 판매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신차를 투입해 판매를 끌어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4~5월 사이 미국에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형 SUV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현대차는 대형 SUV가 없어 약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말 국내 출시한 펠리세이드를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오는 6월 신규 소형 SUV를 현지 시장에 투입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9호(2019.01.28 ~ 2019.02.03) 기사입니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