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한국형 헤지펀드로 뭉칫돈 몰리며 점유율 경쟁 치열…삼성·미래에셋대우·NH 선두권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금융 투자업계에 따르면 4월 24일 기준 국내 헤지펀드에 몰린 순자산은 30조2046억원이다. 2011년 12월 다양한 금융 투자 상품 육성을 취지로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 7년여 만의 성과다.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변동성이 큰 장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중위험·중수익을 선호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성향과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증권회사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사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PBS는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 대차, 자문, 리서치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만 할 수 있다.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가 PBS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는 중이다. 자격 요건이 되는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시장 진입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PBS 매출 7조원 돌파 1위

국내 PBS 점유율 1위는 삼성증권(23.2%)이다. 삼성증권의 PBS 매출(펀드 순자산총액)은 7조72억원(4월 24일 기준)이다. 최근 업계 최초로 7조원을 돌파했다.
‘헤지펀드에 토털 서비스’…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 ‘불꽃 경쟁’
삼성증권은 2016년 초만 해도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3위였지만 PBS본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운영하는 등 공격적 영업을 바탕으로 선두에 올랐다. 안정적 매매 시스템과 차별화한 자문 서비스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신규 헤지펀드 자금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심재용 삼성증권 PBS본부장은 “상품 개발과 관리, 투자은행(IB) 구조화와 대체 투자, 홀세일 영업, 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경력의 인적 구성을 통해 헤지펀드 운용사의 니즈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며 “대차·스와프 등 관련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헤지펀드 대상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 엎치락뒤치락

2, 3위 증권사의 순위권 싸움도 치열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위에 그쳤던 미래에셋대우가 NH투자증권을 누르고 2위 자리를 꿰찼다. 미래에셋대우의 PBS 매출은 6조5899억원(점유율 21.8%)으로 삼성증권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2017년 말 PBS 점유율 5위(12.9%)로 주춤하던 미래에셋대우는 법인영업 담당 홍영진 PBS본부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우며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에 대한 인큐베이팅과 마케팅 영업 강화, 기존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단기 채권형 펀드(레포펀드)에 대한 계약에도 박차를 가했다”며 “이를 통해 교보증권의 레포펀드 사업자를 이전해 오는 등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던 게 점유율 상승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PBS본부는 업계 최초로 해외 주식에 대한 대차 중개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차별화 전략으로 점유율 1위 자리를 노린다는 목표다.

홍영진 미래에셋대우 PBS본부장은 “미래에셋대우는 서비스 시작 6년 만에 PBS 시장점유율 1위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인큐베이팅·마케팅·브로커리지·대차·스와프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더욱 전문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지속 가능한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PBS 사업을 염두에 두고 ‘유가증권서비스(Securities Service)팀’을 만든 NH투자증권도 매출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PBS 매출은 5조7743억원(19.1%)으로, 미래에셋대우를 바짝 뒤쫓고 있다.

NH투자증권 프라임 브로커리지본부는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를 비롯해 P2P 대출, 부동산 펀드 등 대안 투자 상품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업계 최다 수준인 90개 운용사와 589개 펀드에 PBS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특히 국내 증권사 최초라는 타이틀을 지닌 대차 부문에 강점을 지닌 곳으로 꼽힌다. 10년간의 축적된 업무 노하우와 100여 개 국내외 기관투자가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차 잔액 기준 업계 1위를 유지 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더욱 다양해진 운용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특별자산 등으로 수탁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고객에게 최적의 매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지원도 체계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에 토털 서비스’…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 ‘불꽃 경쟁’
KB증권(5조837억원)과 한국투자증권(4조1822억원)도 PBS 매출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특히 KB증권의 약진이 눈에 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약 3조원 수준이던 PBS 매출을 최근 2조원 정도 크게 늘렸다.

KB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본부는 2015년 1월 PBS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후발 주자로서의 약점을 탄탄한 영업력으로 극복해 냈다는 평가다. KB증권은 최근 레포펀드 강자인 교보증권과 계약하는 등 PBS 매출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김년재 KB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본부장은 “경쟁사 대비 사업 출발이 늦은 만큼 조직 내 전담 인력도 22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일당백’의 각오로 똘똘 뭉쳐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게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국내 헤지펀드 중 최초 해외 투자형 펀드인 신한BNPP 명장 아시아 퍼시픽 주식 롱쇼트 전문 사모투자신탁의 전담 중개업자로서 아웃바운드 거래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IB와의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글로벌 PBS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 PBS 중 최대 규모인 5000억원의 해외 주식 스와프 잔액을 보유하는 등 해외투자형 전략 지원 부문의 강점을 살려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2호(2019.04.29 ~ 2019.05.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