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항공본부 소속 조종사·운항정비사…‘1년 365일이 비상근무’
산을 지키는 숨은 영웅 160명을 아십니까
산을 화마로부터 지키는 160명의 ‘영웅’이 있다. 산불 발생 시 하늘에서 ‘물폭탄’을 퍼붓는 진화 헬기에 타는 요원들, 조종사와 운항정비사다.

조종사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자욱한 연기, 언제 어떻게 불어올지 모르는 강풍과 맞서며 쉴 새 없이 물을 길어 화재 지역에 쏟아내기를 반복해야 하고 운항정비팀은 화재 현장 인근에서 대기하며 화마와 싸우고 오는 헬기를 계속 정비해야 한다. 뜨거운 열기를 받은 헬기는 그만큼 고장 위험이 높아 정비사의 신경은 극에 달한다.

위험도도 상당하다. 최근 10년 동안 화재 진화에 투입됐다가 추락한 정부·민간 헬기는 10대 이상이다. 2009년 전남 영암에선 산림청 헬기가 담수 훈련 도중 추락해 탑승자 3명이 모두 숨졌다.

2011년엔 소방·민간 헬기가 3대 추락했고 2013년엔 산림청 소속 S-64E 헬기가 산불 진화 작업을 마치고 복귀하다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이후부터 매년 한 대씩 소방 헬기가 추락했다.

◆산불 발생한 곳까지 30분 내 도착
산을 지키는 숨은 영웅 160명을 아십니까
화재 진화 헬기는 산불을 끄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최대 8000리터의 물을 융단폭격 식으로 쏟아부어 단번에 불길을 제압한다. 이렇게 한 번 뿌린 물로 진화하는 불길은 지상 화재 진압 요원 수백 명의 몫을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가 완전히 완료될 때까지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무한 반복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현장에서 며칠씩 대기하며 화재 진압에 나서야 한다. 이 때문에 이들 영웅들의 가방 속에는 항상 2~3일 치의 속옷과 여벌의 겉옷이 준비돼 있다.

군대로 치면 ‘5분대기조’다. 산림청은 전국 어느 곳의 산불 현장이라도 30분 내에 산림 헬기가 도착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난 관리 골든타임제’를 운영하는 한편 산림 헬기 확충 등 항공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이 30분인 이유는 특별한 기상이변 상황이 아닌 이상 발화 후 30분 내에 헬기가 진화에 나서면 산불 피해 면적을 1헥타르 미만으로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국 11개 산림청 항공관리소 격납고에 헬기를 전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을 반경 60km 권역으로 촘촘히 나눠 진화 업무를 분담하고 있지만 화재 규모와 지리에 따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헬기들이 수시로 가동된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과 운항정비팀은 항상 출동 준비를 해야만 한다. 특히 이들에게는 주말도 없다. 오히려 평일보다 등산객이 많은 주말에 화재가 더 많이 나기 때문에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현재 산림청 산하 산림항공본부가 운용 중인 산림 헬기는 총 47대다. 항공 인력은 160명(조종사 83명, 정비사 77명)이다. 한 번에 8000리터의 소화 용수를 싣고 나를 수 있는 초대형 헬기 4대를 비롯해 3000리터를 적재할 수 있는 대형 헬기 30대 등을 운영 중이다.

◆공무원 조직 중 가장 위험도 높아
하지만 아직 전국의 동시다발적인 산불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지난 4월 4일 저녁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만 봐도 알 수 있다.

중형 태풍급 바람 세기인 초속 35.6m로 불어온 바람에 강원도 곳곳이 불바다가 되면서 30여 대의 소방 헬기가 투입됐지만 불길을 잡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면서 이틀 만에 대부분의 화재를 진압했지만 조종사와 운항정비팀은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다.

특히 조종사들은 강릉 화재처럼 불이 크게 나면 일출부터 일몰까지 땅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다. 2시간 30분마다 급유하기 위해 착륙하는 10분을 제외하곤 공중에서 화마와 다툰다. 매일 1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내리 진화 작업에 투입된다.

화재 진압 조종사와 운항정비사는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기간에는 제대로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예비 인력도 부족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갑작스럽게 산불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제외하곤 진화 헬기 조종사 대부분이 ‘비상 대기’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직무를 다루는 산림 항공 조종사와 운항정비사의 인력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이들은 산불 진화, 항공 방제, 산악 공사 자재 등 화물 공수, 산악 인명 구조 등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비행 환경은 늘 위험 그 자체다. 항로 비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형이 낯선 산악 지역으로 출동하다 보니 안전을 기한다고 하더라도 아찔한 순간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언제 돌풍·와류 등과 마주칠지 모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화수·방제약 등을 가득 싣는 최대 중량 비행을 하는 것이 일상사다. 안전한 고공에서 투하하면 바람에 흩어져 작업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상 저공비행을 해야 하는 것도 숙명이다. 한 번 비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불 현장과 저수지를 수십 차례 왕복해 물을 긷고 뿌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인터뷰 권준·하용욱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기장
둘이 합쳐 33년간 산불 진압…“재난 상황 때는 협조가 필요합니다”

한국 산림청 소속 화재 진화 헬기를 모는 조종사 중 권준(59) 기장은 그중 베테랑 조종사로 손꼽힌다. 올해 12월이 정년이다. 그가 살아온 세월 중 3분의 2를 헬기와 함께했다. 군 소속으로 23년, 산림청 소속으로 15년 동안 헬기를 몰아왔다.

그의 파트너인 하용욱(49) 기장 역시 군에서 17년, 산림청에서 10년째 헬기를 몰고 있다. 이 둘은 헬기 조종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재 진압 조종사로서도 국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이골이 날 만큼 난 이들이지만 여전히 산불 화재가 무섭다고 한다. 산이라는 지형상 돌풍이 수시로 불고 대형 산불이 나면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명감 또한 대단하다. 산불을 남겨둔 채 운항 시간 초과로 물을 뿌리지 못할 때는 속에서 열불이 난다고 했다. 권 기장은 “교대로 산불을 끌 수 있는 인력을 더 늘리든지 아니면 운항 시간 법을 바꿔야 한다”며 “산불은 초기 진화에 따라 불의 규모가 달라지는데 제대로 진화하지 못하고 돌아설 때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불이 아니다. 바로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대형 산불로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헬기가 지나가면 소음·먼지·하강풍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민원과 소송을 거는 이들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급유하기 위해 착륙지를 찾아야 하는 것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헬기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 평지가 보유된 곳, 특히 공설 운동장 같은 곳에 내리고 싶지만 대부분이 이들의 착륙을 불허한다. 하 기장은 “착륙 장소를 찾지 못해 여기저거 돌아다닐 때가 가장 속이 터진다”며 “빨리 급유한 후 다시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데 착륙 장소를 찾느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쉽다”고 설명했다.
산을 지키는 숨은 영웅 160명을 아십니까

◆인터뷰 변명근·김주훈·유재봉·최두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검사관

“불길과 싸우는 헬기, 우리가 고쳐요”

강원도 원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에는 총 7명의 운항정비사가 있다. 이들은 화재에 물을 뿌리고 급유하기 위해 화재 현장 인근에 착륙하는 헬기를 그때그때 현장에서 정비한다.

급유 시간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안전 운항에 필요한 모든 것을 검사하고 문제가 되는 것을 재빨리 파악한다. 한순간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비가 곧 조종사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4월 23일 산림항공본부에서 만난 운항정비팀 유재봉(52)·변명근(51)·김주훈(52)·최두순(46) 검사관들의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한겨울에도 휘발유를 손에 묻혀 가며 정비를 해서인지 여기저기 터 있고 시간을 다투며 정비하기 때문인지 곳곳이 상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자신들이 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고 조종사들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정비 인원과 헬기 기종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원이 좀 더 보충돼야 좀 더 정밀하게 헬기를 정비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헬기 기종을 단일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산림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헬기는 총 6가지 기종인데 제작한 나라와 연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2호(2019.04.29 ~ 2019.05.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