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ODM 후발주자로 출발해 세계 1위로…단순 ‘제품’ 넘어 ‘브랜드’ 제안 도전
코스맥스, 중국 성공 경험 무기로 아세안·미국 시장 ‘정조준’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전문 기업이 화장품업계 조연에서 주연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국내 화장품 ODM업계의 양대 산맥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모두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의 몰락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특히 코스맥스는 지난해 매출 1조8042억원 중 화장품 부문 매출이 1조2597억원을 달성하며 세계 최대 화장품 ODM 기업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만 전년 대비 42.5%나 뛰어오르면서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코스맥스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다. 코스맥스의 수출 비율은 33%다. 전 세계 600여 개의 화장품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글로벌 20대 화장품 기업 중 15개사가 코스맥스와 거래하고 있다.

◆수출 우선 전략으로 글로벌 공략
코스맥스에서 생산 가능한 물량도 세계 1위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코스맥스에서 생산 가능한(CAPA) 수량은 약 17억7000만 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이다.

코스맥스는 창립 초기부터 수출 우선주의 전략을 펼쳐 왔다. 코스맥스는 국내 ODM업계 후발 주자였다. 한국콜마가 선점하고 있던 내수 시장 대신 글로벌 역량을 다져 나갔다. 그 결과 2004년 국내 화장품 ODM 가운데 제일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
코스맥스, 중국 성공 경험 무기로 아세안·미국 시장 ‘정조준’
급속도로 커가는 중국 시장에서 해외 진출과 수출 사업 노하우를 터득한 코스맥스는 이후 미국·프랑스·일본 등 100여 개국으로 판로를 넓혔다.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를 위해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광저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오하이오·뉴저지 주, 태국 방콕 등 총 6곳에 생산 거점도 마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적은 중국에서 가장 좋았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서도 상하이와 광저우 이원화 정책으로 중국에서 14년간 매년 40~50%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코스맥스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장은 아세안과 미국 시장이다.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코스맥스타일랜드 법인을 본격 가동했다. 특히 할랄(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화장품 등 맞춤형 현지 화장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경수 회장은 “동남아 지역은 한류와 K뷰티 열풍이 강한 시장 중 하나로 한국 화장품 기업의 진출이 활발히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향후에는 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가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 1위인 미국에서도 성장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코스맥스USA와 코스맥스가 2017년 인수한 미국 화장품 제조회사 누월드를 통해 기초 제품과 색조 생산 제품을 이원화하고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다.

미국은 화장품 시장 규모 1위지만 ODM 산업에서는 특별히 큰 기업이 없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나란히 글로벌 ODM 1, 2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제조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화장품 제조·품질관리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캐나다보건국에 화장품과 일반의약품(OTC)을 등록하고 국제 할랄 인증(MUI)과 비건(VEGAN) 인증을 국내 업계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이 같은 인증은 국가별 필수 요건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이 인증을 계기로 국내 고객사의 해외 진출을 위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코스맥스, 중국 성공 경험 무기로 아세안·미국 시장 ‘정조준’

코스맥스는 올해 2조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연구·개발(R&D) 역량에서 나온다. 코스맥스는 색조와 기초를 구분해 별도의 연구실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회사와 달리 두 분야를 통합한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의 성격이 유사한 각각의 랩을 합쳐 제품 개발에 시너지를 꾀하기 위해서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기능이 하나로 융합된 CC크림과 안색크림이 그 결과물이다. 전 세계 코스맥스그룹 R&I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은 500여 명 정도다. 국내에만 300여 명의 연구원이 상주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 생태계다. 미생물을 빼놓고 인간의 유전자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제2의 게놈’으로 불리며 화장품·바이오업계의 중요한 연구 과제로 떠올랐다.

코스맥스는 젊은 여성의 피부에 자생하는 유익균을 활용해 노화를 인위적으로 늦출 수 있는 차세대 화장품 개발에 성공했다. 코스맥스가 9년 동안 연구에 매진하며 얻은 결과물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기술은 아직 해외와 기술적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둘러 해당 분야에 투자해 연구한다면 세계 최초의 화장품 트렌드와 신규 안티에이징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가 개발한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은 곧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코스맥스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중 한 곳과 협력해 100만 개의 항노화 제품을 주문받았고 곧 출시할 계획이다. 새로 출시하는 상품에서 100만 개 주문은 이례적이다.

발 빠른 소비 트렌드 대응 역시 코스맥스 성장의 일등 공신이다. 코스맥스의 국내 매출 성장에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유통 채널의 다각화가 한몫했다. 화장품 로드숍이 쇠락하는 동안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했다.

또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가 가장 영향력 있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 떠오르면서 화장품 ODM업계는 새로운 봄을 맞았다. 유통 채널 다각화로 신규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브랜드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제품 기획과 생산은 ODM 기업이 전담하기 때문이다.

코스맥스는 올 한 해 ODM을 넘어 ‘제조업자 브랜드 개발 생산(OBM)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코스맥스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제안했다면 OBM은 브랜드부터 용기 디자인, 개발·생산, 마케팅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제품은 있었지만 브랜드가 없었던 코스맥스가 브랜드를 갖고 화장품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