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치대 필요 없고 QR코드로 빠르게 이용, 최고 속도 시속 20km로 중거리 이동 가능
‘자동차에서 전기자전거로’…카카오 vs 쏘카, 판 커지는 ‘공유 모빌리티’ 경쟁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전기자동차에 이어 전기자전거 시대가 왔다. 자동차로 시작된 공유 모빌리티가 전기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로 확장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 등 승차 공유 서비스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공유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출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와 달리 다른 이해관계인과의 충돌이 적고 친환경 동력을 기반으로 중거리 주행이 가능한 개인용 이동 수단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천국 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가 출시한 전기자전거 ‘카카오 T바이크’를 타기 위해 판교를 찾았다. 스마트폰에서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바이크’ 탭을 누르자 주변에 배치된 자전거가 떴다.

자전거 위치는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추적된다. 판교역·현대백화점·테크노밸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에서는 앱을 켜면 5분 이내에 T바이크를 찾을 수 있다.

공유 전기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은 비고정형(dockless)이라는 것이다. 따릉이처럼 대여·반납하기 위해 별도의 거치대나 자전거 주차장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지도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 걸어가자 판교역 인근에 노란색 자전거 4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앱에서 자전거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완충된 자전거를 선택했다. ‘찰칵.’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촬영하자 뒷바퀴에 있던 고정 장치가 풀렸다.
‘자동차에서 전기자전거로’…카카오 vs 쏘카, 판 커지는 ‘공유 모빌리티’ 경쟁
결제 수단 등록은 카카오 페이와 연동돼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 몇 초 안에 빠르게 이뤄졌다. 첫 이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절차를 거치지 않는 간편함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목적지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카카오 판교오피스다. 판교역에서 1.2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걸어가기엔 좀 멀고 버스를 타야 하는 거리다.

‘부릉.’ 폐달을 한 바퀴도 채 굴리기도 전에 자전거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공급되는 페달 보조 방식(PAS)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km다. 배터리가 완충되면 40~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카카오 T바이크로 이동하는 동안 전기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회사까지 이동하는 15분 내외의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다 한산하고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를 달리자 판교가 공유 모빌리티의 테스트베드로 떠오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좁은 골목길보다 블록형으로 반듯하게 설계된 도시인 만큼 누군가 세워둔 전기자전거를 찾거나 타기 쉽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람들의 통행을 방행하지 않는 곳에 세워두면 된다. 뒷바퀴에 있는 잠금장치를 손으로 밀어 채우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이용 요금은 최초 15분간 1000원, 이후 5분에 500원씩 추가된다.

카카오 T바이크는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가 제조했다. 시범 지역은 경기도 성남시(600대)와 인천광역시 연수구(400대)다. 연수구 송도동 역시 자전거도로가 쾌적하게 정비돼 있어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이 진출해 있는 지역이다.
‘자동차에서 전기자전거로’…카카오 vs 쏘카, 판 커지는 ‘공유 모빌리티’ 경쟁
쏘카는 지난 3월 ‘나인투원’에 투자하며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출했다. 나인투원은 국내에서 전기자전거 공유 시대를 처음 연 기업이다. 나인투원은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일레클’을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지역에 선보였다.

쏘카와 일레클은 시범 운영 지역이었던 상암에서 마포구 전역으로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확대했다. 마포구는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 이용률 1위를 기록할 만큼 공유 자전거 이용 문화가 잘 확립된 곳이다.

배지훈 나인투원 대표는 “이동 수요가 가장 집중돼 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처음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레클의 이용 방법 역시 카카오 T바이크와 비슷하다. 일레클 앱을 내려 받고 앱에서 가까운 일레클 자전거를 찾아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이용 요금은 첫 5분에 500원, 이후 분당 100원이 추가된다. 쏘카는 올해 상반기 서울 전 지역으로 일레클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통근·통학 이동 수요가 집중된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서울대·고려대 등 캠퍼스 내에서 중·단거리 이동이 필요한 대학과 주변 지역을 거점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동 모빌리티 수요가 늘자 충전 플랫폼을 구축하는 곳들도 있다. GS25는 ‘고고씽’과 손잡고 편의점 점포에 전기자전거나 킥보드 충전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고고씽은 서울 강남과 경기 판교 지역에 배터리 분리가 가능한 공유 전동 킥보드와 공유 전기자전거 800대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시장 성숙

한국은 아직 마이크로 모빌리티 초기 시장이다. 풀어야 할 규제와 숙제도 많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5년 300억 달러(약 33조원)에서 2030년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버는 지난해 4월 공유 전기자전거 스타트업 점프바이크를 인수했다. 미국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라임은 지난해 기업 가치 1조원을 웃도는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설립 1년 안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우버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우버의 경쟁사로 꼽히는 리프트도 ‘모티베이트’를 인수했다.

완성차 제조업체인 포드는 ‘고바이크’라는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을 2017년 내놓은데 이어 지난해엔 전기 킥보드 대여 업체 ‘스핀’을 인수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자전거 브랜드 ‘ARIV’를 출시해 유럽 시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에서 공유 자전거 업체들의 몰락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기 공유 자전거 시장의 성장은 왠지 모순적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오포가 한국 진출 9개월여 만에 철수했다. 12월에는 중국 오포 본사의 파산위기설까지 나왔다.

관리되지 않은 오포의 자전거가 모여 쓰레기더미를 이룬 사진도 연이어 보도됐다. 중국에서 공유 자전거 업체들의 공급과잉과 출혈경쟁이 원인이었다.

업계에서는 전기자전거 시장의 성공은 ‘관리’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고장 위험이 높고 수시로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도로 등 인프라 부족과 자전거 반납 등을 시민의식에 맡겨야 하는 점 역시 전기자전거 시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자전거전용도로는 138.8km로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보행자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전체의 63.3%에 해당한다. 일반 자전거보다 빠른 전기자전거가 주행하면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유광진 카카오모빌리티 E-바이크 TF장은 “성남시는 자전거도로가 잘 확충돼 있고 시장의 공약 사항에 전기자전거 공유가 포함될 만큼 카카오 T바이크 도입에 적극적이었다”며 “전기자전거는 각 지자체별로 니즈와 환경이 다를 뿐만 아니라 공용 부지 사용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해 지자체별로 긴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유광진 카카오모빌리티 E-bike TF장
“출시 두 달 만에 지구 5바퀴 돌았다”
‘자동차에서 전기자전거로’…카카오 vs 쏘카, 판 커지는 ‘공유 모빌리티’ 경쟁
택시 호출로 시작한 카카오 모빌리티 서비스가 이동 수단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고 있는 승차 공유에서부터 대리운전·주차에 이어 이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까지 진출했다.

2020만 명 이상 가입한 카카오 T앱은 이미 시민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수시로 급변하는 교통 수요와 공급에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과 처리 역량도 카카오가 가진 경쟁력이다.

-카카오 T바이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카카오 T’ 플랫폼에서 ‘카카오 T바이크’를 이용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22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이용하고 있는 카카오 T앱을 이용해 별다른 앱을 다운로드 받을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를 운영해 오면서 구축한 기술력과 운영 능력을 카카오 T바이크에 적용해 이용자들이 편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T바이크는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 패턴을 분석해 자전거가 필요할 만한 장소를 사전 예측해 배치한다. 이러한 운영 능력에서 오는 서비스 품질은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전거 충전이나 관리는 누가 하나.
“지역별로 별도의 전담 운영팀을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 운영팀이 주기적으로 자전거를 직접 점검하므로 주차 위치 확인 후 재배치는 물론 불량·파손 자전거 관리도 가능하다. 이용자들이 부적절한 위치에 주차된 자전거를 제보해도 적극적으로 재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가격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제조 단계에서부터 구분되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와 직접적인 이용 요금 비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자전거 특성상 운영·관리 측면에서 일반 자전거 대비 더 많은 인력과 관리 비용이 소요되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단거리 목적지는 택시나 자가용 등을 이동 수단으로 삼을 때도 많은데 가격이나 기동성 등을 고려할 때 전기자전거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힘을 들이지 않고 좀 더 쉽게 이동하느냐, 비용은 저렴하지만 힘을 들여 이동하느냐는 사용자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부담된다는 의견과 반대로 성남시와 인천 연수구에서 카카오 T바이크 이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재이용률도 높다.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카카오 T바이크에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현재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성과가 궁금하다.
“자전거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3월 6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성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루 최고 3000번 이상 이용하는 날이 점차 늘고 있다. 누적 거리로 치면 지구 5바퀴를 돈 것에 해당하는 20만km를 돌파했다.”

-비고정형인 만큼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수량 확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연내 3000대 이상의 카카오 T바이크를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공유 자전거는 일방적인 양적 성장(확대)보다 서비스 운영과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중국 등 해외에서는 공유 자전거의 과잉공급으로 자전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종종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시범 서비스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수요 예측을 통해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자전거 보유 대수 확대에 맞춰 운영팀 인력 등도 함께 보강해 나갈 방침이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