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19 제주포럼, 새로운 ‘아시아의 시대’를 위한 준비]
-혁신의 인프라가 될 스마트 시티…자동차는 AI·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의 중심으로
‘자동차와 도시’ 인간의 삶 바꿀 미래 산업 핵심 키워드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인공지능(AI)은 곧 ‘게임 체인저’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 등 각종 미래형 ‘자동차’의 등장을 앞둔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술혁신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됐다.

5월 29일 열린 ‘AI 시대 미래 기술혁신과 생산 네트워크’ 세션에서는 국내는 물론 미래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현재 한국 앞에 주어진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봤다.

최종찬 국가기술표준원 자율주행자동차 표준코디네이터(박사)는 ‘표준’을 강조했다. 자율주행차에서의 ‘표준’은 AI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자동차의 인지·판단·제어를 넘어 차량 내부의 클라우드 서비스, 협력과 주행, 사이버 보안을 총괄한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표준은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기술(IT) 산업 생태계와도 연관된다는 특징이 있다. 국가와 기업은 자율주행차의 표준을 획득하기 위해 전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은 후발 주자들에겐 일종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술과 특허를 가진 기업들도 표준 앞에선 주춤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는 레벨 1부터 레벨 5까지 구분되는데 이 또한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만든 ‘표준’에 따른 것이다. 국내 대기업도 따라가기 쉽지 않다.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만 7~8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에서는 리더 역할을 수행했지만 표준에서는 속도가 느리다. 기술 특허를 받는 것은 앞서가고 있지만 표준은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까지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는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미래차’는 전기자동차·수소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등 세 가지를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차’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친환경 기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없애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전기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이 67.5%로 상당히 높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자동차 시장

전기차는 현재 글로벌 시장의 1%를 차지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21%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소전기차는 인프라 문제로 보급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2단계까지 상용화를 이룬 상태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4~5단계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은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용량이 커져야 하는데 그러면 자동차의 무게가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 개발을 마치고 ‘미래차’를 생산하기 위해선 기업은 상당 기간 동안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차량 구매 시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또 현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중국산 전기차를 보급하며 투자를 받고 있는데 국내 자동차 산업엔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또한 폐쇄적인 문화를 버리고 ‘오픈 마인드’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안준성 퍼스트법무법인 미국 변호사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설명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통상 압력과 한국의 전략을 내다봤다. 1962년 제정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과거에는 그다지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은 2017년 무역확장법에 따라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뒤이어 자동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5월 18일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협상 중인 점을 고려해 18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래형 자동차를 무엇으로 보느냐가 무역 분쟁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일까, IT 제품일까. 미국 트럼프 행정부처럼 자국 자동차 시장을 보호하기 원하는 정권하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자동차로 분류할 것이다.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IT 부품은 국제 협약에 따라 전체 제품의 97%가 무관세다.

또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AI가 상품인지, 서비스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미래의 자동차 시장은 상당한 통상적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스마트 시티의 모델로 자리 잡은 ‘세운상가’

스마트 시티의 조성이 글로벌 국가들엔 대세로 자리 잡았다. 5월 30일 열린 ‘스마트 시티와 스타트업-기업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에서는 ‘보텀업’ 형식을 통해 스마트 시티가 도시 시민들의 권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짚어봤다.

좌장을 맡은 발트라우트 리터 날리지 다이얼로그스(Knowledge Dialogues) 설립자는 예전에는 도시를 이끄는 사람이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시민으로 변했다며 세션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의 인천 송도와 서울을 예로 들었다.

독일에서 온 마르크 보벤슐테 기술혁신연구소 소장은 독일 베를린의 사례를 들며 스마트 시티 안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했다. 현재 세계 인구의 55%는 도시에 거주 중이며 향후 이 수치는 7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에 따르면 수많은 도시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 시티’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10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서는 매일 수백만 톤의 쓰레기가 버려진다.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

유럽은 다수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하는데 이에 따른 환경오염도 만만치 않다. 대도시들은 주로 연안에 자리하는데 도시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시점이 왔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의 대도시는 이미 인프라가 건설돼 있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

독일 베를린은 스타트업이 번성한 도시 순위에서 늘 10위 안에 든다. 사회주의 기반의 동독과 산업 기반의 서독은 차이가 컸다. 통일 이후 베를린에는 수많은 인재들이 몰렸다. 베를린이 ‘동쪽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레 스타트업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베를린에도 벤처캐피털이나 인큐베이팅·액셀러레이터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로트먼 경영대학원 교수는 ‘3T’를 강조했다. 탤런트(Talent)·테크놀로지(Technology)·톨레랑스(Tolerance)가 있어야 스타트업이 번성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글로벌 도시들은 비자 발급에 관한 문제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많은 인재를 모을 수 있다.

황지은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와 제조업’이라는 주제로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세운캠퍼스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의 전신이 자리한 청계천 세운상가는 현재 재개발 이슈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2014년 서울시가 이 지역을 재생하기로 결정했고 프로젝트명 ‘다시 세운’이 2017년부터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의 뼈대는 을지로·청계천·남산까지 이어지는 공간을 보행로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서울시 인쇄 산업의 70%가 몰려 있다. 언뜻 보면 무너져 가지만 골목 사이사이로 작은 공장들이 밤낮없이 가동 중이다. 여기에 서울시의 투자로 스타트업들도 입주했다. 스타트업과 공장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레트로’와도 어울려 예술 스타트업 프로젝트도 이뤄진다. 팹랩에서는 젊은이들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만든다. 세운캠퍼스에서는 50년간 업계에 종사해 온 ‘장인’과 새로 산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만나며 세대 간 협업이 이뤄진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도시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논의했다. 보벤슐테 소장에 따르면 독일은 정부가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집한 데이터를 스마트 시티에 사용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공공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용한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를린은 데이터 기반의 ‘플랫 컨트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플랫 컨트롤은 교통신호를 고려해 최적의 도로를 찾는 내비게이션 역할도 수행한다.

황지은 교수는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한국에서 예를 들자면 공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드론을 띄우는 일은 정부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리터 설립자는 일부 도시들이 오픈데이터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하기도 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자산으로서의 공공재인지, 아니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볼 수 있는 것인지의 논쟁은 여전히 남아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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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