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하에는 발전소, 지상에는 문화 공간’ 건설 임무 맡은
박영규 한국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장
“발전소도 관광 상품 시대…당인리발전소, ‘전력 문화유산’으로 만든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빛(전력)의 혜택이 발원한 곳.’ 서울 마포구 당인동 한국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에는 이 같은 뜻의 글귀인 ‘광혜시원(光惠始源)’ 비석이 있다. 서울건설본부에는 서울화력발전소가 있다. 당인리발전소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서울화력발전소는 1929년 경성전기주식회사가 당인동에 석탄 화력 방식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중앙 공급식 발전소다.

9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초 석탄화력발전소이자 서울 유일의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는 지금 ‘복합 공간’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수도권 전기 공급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당인리발전소는 설비가 노후화하면서 차례로 가동이 중단돼 현재 지하는 대규모 발전소, 지상은 공원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2013년 6월 첫 삽을 뜬 서울복합화력 1·2호기는 세계 최초 대도시 지하 발전소로 총 1조181억원이 투입됐다. 서울시 350만 가구 중 약 2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800MW(80만kW)의 대용량 발전소다. 현재 공정률 95%로 연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의 4·5호기는 정부에 기부채납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문화창작발전소로 거듭날 예정이다.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의 설계를 통해 전시·공연·체험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2022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지하 발전소와 지상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되는 당인리발전소는 벌써부터 새로운 ‘서울의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현대 미술관으로 개조한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도 비교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당인동 서울건설본부 사무실에서 5월 27일 공사를 지휘하는 박영규 한국중부발전 서울건설본부장을 만났다. 박 본부장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시대”라며 “90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화력발전소는 시대 변천에 따라 사용 연료의 변환과 지하화한 복합 화력으로의 대전환을 통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전소도 이제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관광 상품이 되는 시대가 왔다”며 “한 세기에 가까운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서울화력이 도산서원처럼 전력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전소도 관광 상품 시대…당인리발전소, ‘전력 문화유산’으로 만든다”

-국내 최초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의 변천사를 소개해 주십시오.

“서울화력발전소는 한국 발전소의 효시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당시 경성전기주식회사가 1만kW급 당인리발전소 건설을 착공하면서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서울화력발전소는 시대 변천에 따라 사용 연료가 석탄→중유→가스로 변화했습니다. 1986년 말 한국 최초로 지역난방 열 공급을 시작했고 지하화한 복합 화력으로 대전환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지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울화력은 명실상부한 소중한 전력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90년 역사의 서울화력발전소를 세계 최초 지하 발전소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번 공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서울 도심에 세계 최초의 대용량 지하 발전소 건설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상부 공원화로 한국 최초의 개방형 발전소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도심에 있는 입지 특성을 고려해 청정 연료와 천연가스(LNG)를 사용한 깨끗한 발전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도심에 있고 지하 발전소여서 공사에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주거지 인근이어서 공사 관련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화력발전소는 모든 환경과 안전기준을 세계 최대로 강화해 모범이 되는 발전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관광과 문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여느 발전소처럼 전력 생산이 중심이 아닌 환경과 안전 문제를 최우선시하는 인간 존중의 발전소를 지향합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전력 산업업계가 벤치마킹하는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제로 서울화력발전소는 한국 발전소의 환경과 안전기준에서 국내 최초 기록을 써왔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발전소 오·폐수 관리가 제대로 안 됐는데 서울화력발전소는 1981년 국내 최초로 오·폐수 정화 설비를 갖춰 물을 정수해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발전기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1983년 국내 발전소 처음으로 소음기를 설치했습니다. 서울 도심지에 있어 언제나 환경과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본(本)이 되도록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발전소는 일종의 기피 시설이었는데 새롭게 재탄생하는 서울화력은 문화가 흐르는 국민 선호 시설로 거듭날 것입니다.”

“발전소도 관광 상품 시대…당인리발전소, ‘전력 문화유산’으로 만든다”
-발전소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요.
“서울화력발전소는 1970년대 말까지 발전 연료로 석탄을 사용하고 1980년대에는 저유황유로 전환해 사용했습니다. 1993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천연가스를 사용하면서 황산화물과 먼지 등의 배출을 제로화했습니다. 열병합 발전을 개시해 발전 효율 상승은 물론 인근 지역 난방열을 공급하는 등 에너지 효율 향상에도 기여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서울 복합 설비도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를 사용해 황산화물과 먼지의 배출을 제로화했습니다. 질소산화물 또한 저녹스(NOx) 버너와 최적 방지 시설인 배연 탈질 설비를 설치해 향후 배출 농도를 5ppm 이하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이런 배출 상황을 24시간 연속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준공 후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출력 조정과 가동 시간 조정 등의 제약 운전을 할 계획입니다.”

-향후 지상 문화 공간까지 완성됐을 때 기대 효과는 무엇입니까.
“공사가 연말에 완료되면 서울 LNG복합발전소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지하는 에너지 공급 설비로, 지상은 공원으로 꾸며 여느 발전소처럼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 발전소로 변신합니다. 지상부 공원화는 1·2단계로 나눠 시행할 계획이고 1단계 공원화 조성 사업은 올해 착공해 내년 준공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발전소가 주변 젊은 거리인 홍대 상권, 절두산 성지와 한강 수변 거리 등과 연계된 복합 문화 공간이자 서울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력 공급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홍보관도 마련해 관광객 유치를 통한 ‘에너지 한류’를 기대합니다.”

-서울화력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발전소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흐름으로 풍력·태양광·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부 에너지 정책 또한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많은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고 화력발전은 기술적 진보가 계속 이뤄지고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발전 분야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버전업이 계속되지만 전기는 새로운 제품으로 버전업될 수 없습니다. 생산방식은 계속 버전업해야 합니다. 화력연료를 통한 발전은 계속 줄여가고 반대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도 정책 일관성을 가지고 보조금 제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할당제(RPS),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도 지속 추진해야 합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