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회사 창립 10년 만에 개발한 첫 작품
-유럽에서 오리지널 제품 점유율 뛰어넘어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것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국내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중·장기 사업 계획을 공개한 자리에서 “글로벌 1위 제약회사 화이자의 지난해 매출이 55조원, 이익은 16조원”이라며 “2030년엔 이익 면에서 셀트리온이 화이자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출시할 20여 개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품목인 만큼 2030년 연매출 3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2025년부터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2030년까지 셀트리온그룹의 누적 영업이익은 80조원 규모로 이 중 40%인 32조원을 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성장의 원천 ‘램시마’ 개발 스토리
◆서정진 회장의 뚝심으로 탄생

셀트리온그룹 성장의 원천은 2012년 7월 탄생한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램시마다. 램시마는 서 회장의 뚝심을 바탕으로 회사 창립 1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셀트리온은 2000년 새해 첫날 서 회장의 사업 구상을 통해 탄생했다. 대우그룹 해체로 실업자가 된 그는 창업 멤버들과 인천 연수구청 벤처센터에 ‘넥솔’을 설립한 이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가 산업의 미래는 결국 생명공학 분야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2년 2월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서 회장은 KT&G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간척 사업 중이던 인천 송도신도시에 9만2958㎡의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서 회장은 2002년 6월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의 자회사인 백스젠과 VCI(Vax Gen-Celltrion Incorporation)를 설립하고 이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했다. 서 회장은 당시 직원들을 VCI에 파견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과 품질관리 노하우를 익히도록 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4년 첫 위기가 닥쳤다. 에이즈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임상 3상 시험이 모두 실패한 것이다. 서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승부수를 뒀다. 1공장과 2공장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제약사들은 보통 연구·개발을 먼저 시작해 개발한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받고 이후 판매에 돌입해 판매량을 늘려가면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성장해 나간다.

반면 서 회장은 생산 설비를 먼저 갖춘 후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을 통해 선진 기술을 익히고 노하우를 축적, 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역발상 전략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서 회장의 판단은 옳았다. 셀트리온은 2005년 6월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판매하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CMO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 7월 5만 리터 규모의 1공장을 준공했고 2006년 9만 리터 규모의 2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편의성 높인 램시마SC 유럽 허가 임박
셀트리온 성장의 원천 ‘램시마’ 개발 스토리
창업 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뒀던 서 회장은 2009년 잘나가던 CMO 사업을 뒤로하고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2세대 항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은 1세대 단백질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분자구조가 복잡해 고도의 바이오 기술이 없으면 개발하기 어렵고 막대한 글로벌 임상비용이 소요된다. 대부분의 국가에 바이오시밀러 허가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러모로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였다.

당시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대한민국’과 ‘셀트리온’이라는 바이오 기업의 브랜드 입지는 좁았다. 임상 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의료인들의 의구심도 풀기 힘들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려다 보니 국가마다 다른 임상 환경도 문제였다. 난관에 부닥칠 때면 임상 시험 위탁회사는 물론 임직원들도 자신감을 잃어 갔다.

서 회장은 “안 된다면 내가 앞장서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전사적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임상 환자 모집 등의 난제를 하나씩 직접 해결했다. 임상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아이디어로 임상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보다 참신하고 효율적인 임상 설계 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썼다.

셀트리온의 비전과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은 2010년 셀트리온에 2080억원을 투자했다. 그 덕에 램시마의 글로벌 임상 시험은 유럽·브라질·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서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한국의 생명공학 회사가 글로벌 임상을 완수한 첫 사례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2년 7월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램시마의 제품 허가를 결정했다.

셀트리온은 2012년 8월 한국에서 램시마를 첫 출시했고 이듬해에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2014년에는 캐나다·일본·터키에서도 제품 허가를 받았다.

2015년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램시마는 첫해부터 두각을 보였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와 효능이 같으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장점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처방 환자 수가 6만 명을 넘어섰고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램시마의 지난해 말 기준 유럽 시장점유율은 57%로, 오리지널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뛰어넘었다. 현재 세계 8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램시마는 2016년 4월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북미권 파트너사인 화이자를 통해 판매를 시작했고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가는 중이다.

셀트리온은 특히 기존 램시마를 피하주사 형태로 바꿔 편의성을 높인 ‘램시마SC’를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램시마SC는 환자가 사용 주기에 맞춰 직접 투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자가면역 질환 환자에게는 정맥주사 형태인 램시마를 투여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후 일정 시기에 따라 환자가 집에서 직접 램시마SC를 투여함으로써 약효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유럽 허가를 받기 위해 다시 임상 1·3상을 진행하는 등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개량 신약에 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에서도 신약 승인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말 유럽에서 램시마SC의 허가가 완료되면 인플릭시맙 성분 의약품 글로벌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IBD) 적응증 분야에서 더욱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확보하는 한편 세계적으로 약 43조원으로 추산되는 종양괴사인자(TNF-α) 억제제 시장에서도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