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 : 2위 SK]
-그룹의 신사업 육성과 투자 ‘컨트롤 타워’…“성장에만 몰두해선 지속 성장 불가능”
SK, ‘DBL 경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새로운 기업 ‘롤모델’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지주사는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한다. 투자를 통한 종속회사의 신사업 진출 혹은 주력 사업 강화와 같은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자사가 추구하는 고유의 가치를 주입해 그룹 전체의 성장을 도모한다. 그래서 지주사를 그룹의 ‘컨트롤 타워’라고도 부른다. 이런 역할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는 단연 돋보인다.



과감하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신사업을 육성하고 고수익 사업을 확대하면서 기업의 존재 목적인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용을 늘리는 것은 물론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내 지주사의 ‘롤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제약 시장 최강자 목표



SK는 현재 국내외에서 총 269개의 종속회사를 거느린 거대 지주사다. 최근 경영 행보는 미래의 먹거리가 될 만한 신사업 육성과 글로벌 유망 업종에 투자하는 등 ‘새로운 수익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에 따르면 이 같은 성장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2016년부터 투자한 금액만 약 3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도 SK가 주력 신사업으로 삼고 전력을 집중하는 분야는 바이오·제약이 꼽힌다. 세밀한 시장 분석에 기반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실행하며 해당 분야에서의 성과를 가시화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SK는 ‘글로벌 종합 제약사’를 목표로 바이오·제약 시장 공략을 위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SK바이오팜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고 SK바이오텍은 의약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 기울인 노력들이 하나둘 결실을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SK바이오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 ‘세노바메이트(Cenobamate)’를 꼽을 수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 이상으로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뇌전증 치료제다.



올해 2월 SK바이오팜은 스위스 제약 회사인 아벨 테라퓨틱스와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내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5억3000만 달러다. 유럽 지역 상업화를 위해 이뤄진 중추신경계 기술수출 계약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을 통해 반환 조건 없는 선계약금 1억 달러도 확보하게 됐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 진행했고 현재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올해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시판 허가 시 SK바이오팜은 2020년 미국 내 세노바메이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SK, ‘DBL 경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새로운 기업 ‘롤모델’로
SK바이오텍을 필두로 한 의약품 생산 영역에서의 향후 활약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SK바이오텍은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이미 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춘 상태다.



이런 가운데 SK는 지난해 미국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업체 앰팩(AMPAC)을 인수했다. 앰팩이 미국 현지에 갖춘 생산 시설은 FDA가 검사관 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국내 제약업계 첫 글로벌 M&A이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SK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CMO)’ 업계 ‘신흥 강자’로 부상했고 2025년 기업 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CMO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 분야 역시 SK가 공들이는 신사업으로, 글로벌 기업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출발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유레카(Eureka)·브라조스(Brazos Midstream)·블루레이서(BlueRacer) 등 북미에서 급성장 중인 셰일 원유와 가스 G&P(Gathering&Processing) 업체에 투자했다.



G&P는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지만 사업 진출을 위해 막대한 시설 투자 등이 필요하다. 초기 진입 장벽이 높아 쉽게 넘보기 힘든 영역이다. SK는 이 부분에서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로 향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절감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 글라스 업체 키네스트랄(Kinestral) 투자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에너지 혁신 기업과의 협업에도 나선 상황이다.



◆유망 업종 분석하고 선제적 투자



물류 인프라·모빌리티 등 글로벌 유망 업종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의 투자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와 기술혁신을 따라잡으면서 시장 변화에 따라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성장성을 검증해 육성할 계획이다.



물류 인프라는 중국의 물류센터 운영 기업인 ‘ESR(e-Shang Redwood Group)’에 두 차례 투자를 진행했다. 급증하는 전자 상거래와 아시아 지역의 물류 수요에 대응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의 기술 변화를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배터리 필수 부품인 동박을 제조하는 중국 기업 ‘와슨(Wason)’의 지분도 사들였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전기차 관련 부품, 소재 사업을 확대하는 등 관련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SK가 기존의 국내 지주회사와 달리 활발한 투자 활동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대해 투자 업계에서는 “시장을 바라보는 탁월한 통찰력과 전문성을 내부에 축적하면서 ‘글로벌 투자형 지주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여기에서 거두는 성과를 통해 계속 새로운 분야로 도전과 투자를 이어 나가는 것은 물론 고용 창출과 스타트업 지원, 주주 가치 제고 등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함께 매진해 나갈 방침이다.



▶돋보기
-최태원 SK 회장, 성장과 상생 ‘두 토끼’ 잡는다



주요 대기업 지주사 중에서도 SK가 남다른 보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주목받을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최태원 SK 회장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급변하는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 신속한 결정과 빠른 투자를 통해 자회사들은 사업 확장과 실적 개선을 지속하고 있고 이는 결국 지주사 SK의 기업 가치 상승으로 귀결되고 있다.



G&P처럼 국내 투자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탐내는 고수익 투자 영역들을 하나둘 발굴해 내고 투자하는 나름의 ‘성공 방정식’을 구축한 상태다.



최 회장이 추구하는 SK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확보한 수익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최 회장은 ‘DBL(Double Bottom Line :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접목한 경영 방침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를 설천에 옮기고 있다. 실제로 SK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소셜 밸류(SV)’ 요소를 반영하고 이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지주사 최초로 주주총회 분산 개최, 전자투표제 실시로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주주 친화 경영에 앞장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 결과 글로벌 투자 환경에 맞는 ESG(환경경영·사회책임경영·지배구조) 실천에 힘써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하는 ‘ESG 우수 기업’ 평가에서 대상 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최 회장의 향후 계획도 확고하다. 기업의 성장에만 몰두하기보다 SK를 통해 주주·구성원·사회·고객 등 이해관계인과의 행복을 함께 추구해 나갈 예정이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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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