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대한민국 100대 CEO & 기업- 5위 LG전자]
-‘신가전’ 돌풍, 가전 부문 사상 최대 실적…로봇 등 CEO 직속 미래 사업 조직 신설
LG전자, 차별화된 기술력 집약…‘세상에 없던 시장’ 열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LG그룹 계열사의 맏형 격인 LG전자가 한경비즈니스와 NICE평가정보가 공동으로 선정한 ‘2019 대한민국 100대 CEO&기업’에서 5위를 차지했다.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61조3416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728억원이다.

미·중 무역 분쟁과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시장의 트렌드로 LG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쉽지만은 않다. LG전자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프리미엄’ 카드를 꺼내들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익 기반의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적극적인 투자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타일러로 문 연 ‘신가전 전성시대’

LG전자는 2019년 1분기에도 ‘가전은 LG’라는 명성을 이어 갔다. LG전자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4조9151억원, 영업이익은 900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을 이끈 것은 H&A사업본부였다. H&A사업본부는 1분기 매출액 5조4659억원, 영업이익 7276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신(新)가전의 힘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건조기·스타일러·공기청정기와 같은 새로운 가전군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판매 호조도 실적을 견인했다. 영업이익도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했다. 개별 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이 분기 7000억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신가전’은 LG전자 가전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LG트롬 스타일러는 LG전자의 차별화된 생활 가전 기술을 집약한 제품으로, 국내 가전 시장에서 ‘의류 관리기’라는 신제품의 장을 열었다. 연구·개발(R&D)에 소요된 기간만 9년, 글로벌 특허는 181개에 달한다.

매일 세탁이 어려운 옷들을 항상 깔끔하게 관리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늘면서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독일·러시아 등 세계 13개국의 고객들이 LG스타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LG전자는 2016년 10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기를 출시하며 국내 건조기 시장에 붐을 일으켰다.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은 옷감 손상, 전기료 부담, 설치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LG전자는 건조 성능을 향상시킨 4세대 건조 기술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을 적용하고 용량을 9kg, 14kg, 16kg으로 다양하게 출시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2017년 6월 출시된 ‘코드제로 A9’은 국내 청소기 시장의 흐름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꿨다. 최대 80분의 긴 연속 사용 시간과 유선 청소기에 버금가는 탁월한 흡입력과 함께 무선의 편리함을 갖춘 제품이다. 특히 초미세먼지를 99.9% 차단하는 철저한 위생성이 이 제품의 인기 비결이다.

‘가전 명가’ LG전자의 비결은 제품군의 확대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가전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모터와 컴프레서 등 신가전의 핵심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지속 중이다. 현재 R&D 인원은 3년 전인 2016년 대비 약 30% 증가했고 올해 R&D와 시설 투자도 3년 전에 비해 30% 늘릴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생활 가전에는 크고 작은 모터가 하나 이상 탑재되는 만큼 생활 가전의 성능이 100% 발휘되기 위해서는 모터·컴프레서의 에너지 효율과 소음·진동·내구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공기청정기 등 주요 가전의 인버터 모터 혹은 인버터 컴프레서를 10년간 무상 보증한다. 이는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고객 서비스다.

가전이 지금의 LG전자를 이끈다면 신기술에 대한 투자는 미래의 LG전자의 동력이 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LG전자는 인공지능(AI), 로봇, 자동차 부품 등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를 신설했다. 로봇사업센터는 새로운 로봇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 H&A사업본부, 소재·생산기술원 등 여러 조직에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조직과 인력을 통합했다. 자율주행사업태스크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중·장기적 투자와 역량 개발에 집중한다.

◆태양광 생산 라인 투자로 미국 시장 공략

LG전자는 또 AI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 조직을 통합해 ‘북미 R&D센터’를 신설하고 ‘클라우드센터’는 CTO 산하로 이관해 AI 관련 기술 융합에 가속도를 낸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투자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주 몽고메리카운티 클락스빌에 세탁기 생산 공장을 열었다. 투자 규모만 2억5000만 달러다. 클락스빌은 미국 중남부 테네시 주 북쪽에 자리해 있다.

LG전자가 클락스빌을 택한 이유는 원활한 인력의 확보와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원가 경쟁력과 세제 혜택을 비롯한 주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

또 LG전자는 약 2500만 달러를 투자해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헤이즐파크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등을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총면적 2만2000㎡ 규모의 공장 부지와 건물을 임차해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최근엔 태양광 생산 라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국 앨라배마 주 헌츠빌에 있는 LG전자 북미서비스법인(LGEAI)의 물류 창고 건물을 개조해 태양광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총면적 8만7000㎡ 규모의 건물에 태양광 생산 라인 2개를 구축했고 총투자 금액은 2800만 달러다. 생산된 태양광 모듈은 전량 미국 시장에 판매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현장 중심 경영으로 이룬 ‘조성진 매직’
LG전자, 차별화된 기술력 집약…‘세상에 없던 시장’ 열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프리미엄 위주의 전략을 펼치며 이른바 ‘조성진 매직’을 이어 가고 있다.

1976년 금성사 전기설계실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가전 사업에 몸담아 온 조 부회장은 현장 친화적인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개발·생산·제조·구매·품질 등 모든 분야를 챙기며 ‘미스터 현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국내 사업장과 연구소, 해외 법인 등 사업 일선을 직접 찾아가며 현장을 챙긴다. 또 임직원들 간의 교류를 통한 소통 활동인 ‘분기 조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손꼽히는 ‘세탁기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조 부회장은 1999년 모터가 세탁통을 직접 구동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을 구현했다. 2005년 LG전자 세탁기사업 부장직을 맡으며 최초로 듀얼 분사 스팀 드럼세탁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통돌이 세탁기와 트롬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도 조 부회장을 중심으로 8년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세상에 나온 제품이다. 세탁기 부서에서 다진 경험을 바탕으로 조 부회장은 프리미엄 중심의 수익성 전략을 통해 LG전자의 구원투수 역할을 원활히 수행했다는 평을 받는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부문 실적 반등을 이뤄야 한다는 점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LG전자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 부문의 영업 손실은 2019년 1분기에도 이어졌다. 다만 지속적인 사업 구조의 개선으로 손실 규모를 전 분기 대비 36.1% 줄일 수 있었다.

또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조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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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