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상반기 히트 상품]
-식음료 부문 '삼양식품 핵불닭볶음면'
-스코빌지수 기존 ‘불닭볶음면’ 대비 두 배
-‘매운 라면’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극강의 매운맛으로 라면 시장 ‘다크호스’ 급부상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이 ‘2019년 상반기 히트 상품’ 식음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식음료 부문에선 2위(오뚜기 진짜쫄면)와의 격차가 0.4%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핵불닭볶음면은 10대(54.0%)와 20대(49.5%) 이른바 ‘젊은 층’ 응답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식음료 부문에서 맨 윗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핵불닭볶음면은 제품명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기존의 ‘불닭볶음면’보다 훨씬 더 강력한 매운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삼양식품이 이런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과정 또한 흥미롭다.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공이 그 배경에 자리한다.

현재 총 10가지 맛으로 출시되고 있는 불닭볶음면의 총매출은 2825억원(2018년 기준)이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4693억원)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 제품이다. 2019 상반기 히트 상품에 뽑힌 핵불닭볶음면 역시 10개의 제품군 중 하나다.

◆삼양식품의 주력 브랜드가 된 ‘불닭’

사실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이 같은 성과는 내부적으로도 의외의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매운 볶음면이라는 제품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삼양식품 역시 매운맛을 즐기는 소수의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로 2011년 큰 기대 없이 불닭볶음면 출시를 기획했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내부 직원들은 전국의 유명 맛집들을 탐방하고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그 기간만 1년이 걸렸다. 그렇게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성적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극강의 매운맛으로 라면 시장 ‘다크호스’ 급부상
‘먹을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맵다’는 혹평이 주를 이뤘다. 출시 첫 달 불닭볶음면의 매출은 약 7억원으로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다. 이대로 시장에서 묻히는가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갑작스럽게 반전됐다. 극강의 매운맛이 화제가 되며 국내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탄다.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졌다.

유튜브에 ‘파이어 누들 챌린지’를 검색하면 수백만 개에 달하는 영상이 검색될 정도로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제품을 넘어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판매량도 반등하며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출시 1년이 됐을 때 불닭볶음면은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히트 상품’이 됐다. 판매 호조 힘입어 삼양식품은 이후 점차 다양한 맛의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며 ‘불닭 브랜드’라는 거대 제품군을 형성해 나갔다.

◆소비자 요구에 재생산한 ‘핵불닭볶음면’

이런 가운데 2017년 삼양식품은 ‘붉은 닭의 해’를 맞아 내부적으로 불닭볶음면을 활용한 이벤트를 고심한다. 그렇게 ‘매운맛의 한계에 도전해 보자’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제품 콘셉트와 함께 핵불닭볶음면을 그해 1월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극강의 매운맛 때문에 수요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한정판으로 판매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매운 맛은 ‘스코빌지수(SHU : Scoville Heat Unit)’로 그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스코빌지수는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화한 수치다. 당시 판매된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8706으로 측정됐다. 기존의 불닭볶음면(4404)과 비교하면 두 배나 매웠고 매운 라면의 원조라고 불리는 신라면(2700)보다 무려 4배나 높았다.

반응도 매운맛만큼이나 뜨거웠다. 출시 직후부터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며 소비자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였고 한편으로는 더 매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까지 충족시키며 인기를 끌었다.

한정판이라는 제품 취지에 따라 2017년 4월 말 국내에서 판매를 완전히 종료하기까지 약 800만 개가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핵불닭볶음면의 여운은 단종된 뒤에도 가시지 않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삼양식품 측에 재출시를 요구했고 일부 소비자는 수출용으로 해외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역수입’ 현상도 일어났다.

이 같은 성화에 힘입어 단종 1년 8개월 만인 2018년 12월 결국 삼양식품은 핵불닭볶음면을 정식 제품 형태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정판 제품보다 매운맛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맛도 맛이지만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소비자들에게 매운맛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된 만큼 더 맵게 제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 정식 제품으로 판매 중인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1만에 달한다. 강력한 매운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인 만큼 출시 이후에도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 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극강의 매운맛으로 라면 시장 ‘다크호스’ 급부상
올해 3월에는 스코빌지수를 1만2000으로 한층 극대화한 ‘핵불닭볶음면 미니’를 한정판으로 출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 중 가장 매운맛으로, 마니아 층을 위한 국내 한정판 제품이다.

6월을 끝으로 생산을 중단한 이 제품 역시 3개월 만에 100만 개 이상이 판매된 가운데 추후 소비자 반응 등을 살피며 정식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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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1호(2019.07.01 ~ 2019.07.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