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올림픽 앞둔 일본, 카지노로 경기부양…한국도 유치 경쟁 본격화

‘사행산업에서 관광상품으로’…지자체, 카지노에 빗장 푼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카지노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카지노는 경제적 효과는 크지만 사행성이 짙어 지자체들이 드러내 놓고 관광산업으로 육성하기 꺼렸던 분야다.

하지만 최근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복합 리조트 육성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복합 리조트는 호텔·쇼핑몰·문화예술 시설, 국제회의 시설, 테마파크,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결합한 대형화·집적화한 관광 시설이다.

그동안 카지노를 합법화하지 않던 일본마저 카지노 산업의 경제 효과를 실감하고 뒤늦게 육성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카지노를 품은 복합 리조트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 일본, 카지노 경제 효과에 빗장 풀어

일본은 도박 중독 등의 문제를 이유로 카지노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마카오와 동남아 등 글로벌 카지노 산업의 막대한 경기 부양 효과를 확인한 아베 신조 총리가 파격적인 관광 진흥책을 펴면서 2018년 7월 카지노 합법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통과됐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오사카 등 3곳에 복합 리조트를 열 계획이다.

일본의 복합 리조트 운영이 본격화되면 한국 카지노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로 오던 외국인 관광객들과 해외투자 자본이 일본으로 대거 이탈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의 ‘일본 카지노 도입에 따른 국내 카지노산업 및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카지노 복합 리조트가 문을 열면 770만 명 정도의 내·외국인이 일본으로 이탈해 연간 2조7600억원이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사수를 위해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쇼핑몰·컨벤션·공연장 등 대형 복합 리조트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복합 리조트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은 지자체들이 카지노 사업 조성에 뛰어들었다. 인천·전북·부산·제주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복합 리조트를 대대적으로 육성하는 추세에 따라 머지않아 카지노 사업자 신규 허가가 나올 전망이어서 지자체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05년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서울 강남·강북과 부산에 외국인 전용 세븐럭카지노를 연 이후 15년 만이다.
‘사행산업에서 관광상품으로’…지자체, 카지노에 빗장 푼다
◆ 영종도·새만금 등 복합 리조트 육성 본격화

인천시는 2017년 전체 부지가 축구장 46개 크기인 33만㎡에 달하는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에 이어 영종도 곳곳에 인스파이어·시저스코리아·드림아일랜드 등을 추진하며 복합 리조트 집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국내 최대 관광·레저 복합 리조트 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영종드림아일랜드는 항만 재개발 사업으로 인천항 준설토를 매립한 대규모 부지를 인천공항 등과 연계한 세계적인 해양 관광 명소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3월 착공돼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2022년까지 민간 자본 2조321억원을 투입해 여의도 크기(332만㎡)의 부지에 골프장,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특급 호텔, 복합 쇼핑몰, 교육 연구 시설, 테마공원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사업이 약 15조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와 1만8000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저스코리아는 영종도 동북쪽 서울 진입로 초입에 있는 미단시티에 복합 리조트를 추진 중이다. 2017년 9월 착공해 2021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는 720실 이상의 특급 호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컨벤션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 규모는 무려 6조원에 달한다. 개장 시 5000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5성급의 최고급 호텔과 테마파크,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다목적 공연장), 컨벤션 시설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갖춘 대형 복합 리조트다. 여기에는 미국 파라마운트의 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스파이어는 미국 동부 최대 규모의 카지노 리조트 운영 기업인 MGE(Mohegan Gaming & Entertainment)가 100%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16년 8월 인스파이어와 협약을 체결하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 북서쪽 국제공항업무지구(IBC Ⅲ) 지역 437만㎡ 부지에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과 환승객 60만 명 이상 유치가 가능해 인천공항과 연계한 관광 허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모은다. 현재 인천 영종도 곳곳에서 추진 중인 복합 리조트 사업은 집적화 전략을 통해 관광 인프라 확충 효과는 물론 2만여 개의 일자리와 연간 2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북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새만금지구 내 복합 리조트 추진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새만금지구 내 복합 리조트 유치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김관영 당시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새만금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촉발됐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내국인 카지노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해수부가 새만금과 고군산군도 일대를 서해안권 해양레저관광거점구역으로 개발할 계획을 밝히면서 새만금지구의 카지노 복합 리조트 유치 주장이 다시 힘을 받는 모양새다. 복합 리조트와 테마파크로 이뤄진 호주 달링하버를 벤치마킹하고 관광 혁신을 위해 카지노 활성화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2025년 폐특법(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만료를 앞두고 있어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 종료에 맞춰 카지노 복합 리조트 설립의 당위성이 강조되고 있다.

부산과 제주에서도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카지노가 핵심인 복합 리조트가 부상하면서 유치에 힘을 쏟고 있지만 사행 심리 조장과 관광산업 활성화 사이에서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부산시와 상공계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를 모델로 삼고 2013년부터 부산항 북항 재개발 지역 내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 유치를 추진해 왔지만 대규모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과 사행 시설에 대한 부정론으로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는 카지노 산업이 최근 복합 리조트로 대형화하면서 지역 내 소규모 카지노가 직격탄을 입자 이전과 대형화가 문제로 떠올랐다.

도는 최근 카지노 산업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와 갈등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하고 ‘제주 카지노산업 영향평가 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한양대 산학협력단 연구용역팀에 의뢰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신규 허가나 영업장 확장·이전 시 지역사회 영향에 대한 명확한 평가 지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3호(2019.07.15 ~ 2019.07.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