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물류 혁신의 프런티어� ‘택배·하역’이 양대 축…물류 강화에 5년간 4000억 투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물류 외길’ 걸어온 한진, 2023년 매출 3조 목표
한진은 한진그룹의 ‘종합 물류 계열사’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지분 22.9%를 가지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택배 업체로 익숙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종합 물류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물류와 관련된 여러 사업을 영위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한진이 국내외에서 거느리고 있는 종속회사는 총 18개다. 이 회사들이 ‘물류’라는 광범위한 카테고리 안에서 유기적인 ‘합(合)’을 이뤄내며 연간 매출 약 2조원(2018년 기준)과 42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약 2.2%)을 기록 중이다.


온라인 쇼핑 등의 확대로 물류시장이 매년 커지는 가운데 한진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물류 인프라와 시스템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매출 3조원과 영업이익 1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물류 강화로 성장하는 택배 시장 잡는다

한진의 사업은 택배·하역·육상운송·차량종합·국제물류·해운·창고 등 크게 7개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물류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이른바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창업 정신으로 ‘물류 외길’을 걸어온 끝에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물류와 한진의 오랜 인연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이 인천에서 창업한 ‘한진상사’가 그 모태다. 창업 정신에 걸맞게 한진이라는 이름도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한진상사는 트럭 한 대를 굴리며 개인 보세 화물 사업을 하는 작은 회사였다. 이 회사가 점점 덩치가 커져 지금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류 기업이 됐다.

한진은 6·25전쟁 이후 미군의 납품 수송권을 따내면서 사세를 확장했고 이후 터진 베트남 전쟁에서도 국내 군수 물자 수송과 베트남 현지 수송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도 계속 물류 사업 확장에 썼다.


그 결과 1983년 국내 최초로 정기 연안 해송 사업을 개시하며 국내 수송을 다변화했다.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 서비스를 도입했고 1996년 세계 주요 도시 간 국제 특송 사업을 개시하는 등 국내 물류 사업의 새로운 분야를 꾸준히 개척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다양한 물류 사업을 펼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한진의 핵심 사업은 단연 ‘택배’와 ‘하역’이다. 사업 부문별 비율을 들여다봐도 택배와 하역이 한진의 실적을 책임지는 양대 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나타난다.
‘물류 외길’ 걸어온 한진, 2023년 매출 3조 목표
우선 택배는 한진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주력 사업이다. 최근에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 내부적으로 거는 기대도 가장 높다. 대략 2014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확산 등에 힘입어 온라인 쇼핑이 급속도로 커졌고 국내 택배 시장 역시 매년 10% 내외의 성장세를 기록 중인 것이 그 배경이다.

자연히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택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약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전체 매출의 36%가 택배에서 발생하고 있다. 물론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진은 국내 최초로 개인·기업 소화물 택배 사업을 개시한 이후 끊임없이 택배 사업에 과감한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왔다.

증가하는 물동량과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물류센터 증축과 고객 맞춤형 물류센터 신규 설립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의 행보를 보면 잘 나타난다. 한진은 2015년 서울 동남권에 물류 단지의 문을 새로 열고 유통 물류의 핵심 거점을 추가로 확보했다. 상품 보관, 유통·가공, 택배와 연계한 종합 물류 서비스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2017년에는 대전중부화물복합터미널을 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물동량 증가로 기존에 운영하던 대전 허브터미널의 처리 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물류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택배 공급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리고 시간 지정 집배송 서비스, 당일 택배, 오전 택배 등 다양한 고객 맞춤형 특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시행 중이다.

한진은 물류 시설을 기반 삼아 택배 사업뿐만 아니라 재고 상품을 관리해 주는 창고 사업까지 동시에 펼치며 200억원(2018년 기준)의 매출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류 외길’ 걸어온 한진, 2023년 매출 3조 목표
한진의 전체 물류 시설 규모는 내부적으로 정확히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면적이 넓다. 이 중 물류 창고는 약 70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재고 관리, 화물 추적 시스템 등의 정보기술(IT) 솔루션을 물류 창고 내부에 구축하며 효율적인 창고 보관 서비스를 시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실적 효자로 자리매김한 ‘하역’

전반적인 택배 시장의 성장세가 도드라지는 만큼 향후에도 수익성 증대에 중점을 두고 택배 사업을 강화해 나간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터미널 신축과 확장, 설비 자동화 등 ‘물류 기술력 강화’에 향후 5년간 약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일부 보유 부동산과 유동화할 수 있는 출자 지분을 매각해 마련하고 차입을 최소화해 마련할 방침이다. 올해만 놓고 보더라도 부산에 감만택배터미널을 신축할 계획이고 대전에서는 ‘신메가 허브 터미널’을 202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빠른 배송이 물류 시장의 화두인 것을 감안해 이를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

확장 예정이거나 새롭게 지어지는 터미널에는 자동 분류기와 벨트컨베이어, 스캐너 등 한층 고도화된 창고 관리 시스템(WMS) 기술을 탑재하고 효율적인 동선을 제시하는 수송 이동 계획(TMS)도 접목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상담 시스템인 챗봇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고객 소통 채널도 확대할 계획이다.

택배의 뒤를 잇는 한진의 주력 사업으로는 하역을 꼽을 수 있다. 매출 비율은 19% 정도로 택배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현재 한진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지난해 한진이 하역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약 3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72%를 차지했다.

하역 부문에서 한진의 경쟁력은 국내 물류 업체들 중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6년 인천항 하역 면허 취득으로 하역 사업을 개시했고 1974년 인천항에 국내 최초의 민자 부두를 건설해 운영한 곳도 한진이다.

한진은 현재 부산항을 비롯해 인천·평택·포항·광양·울산·마산·제주·보령·신보령항 등 전국 주요 항만에 33만579㎡(10만 평) 규모의 최신 하역 설비와 중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컨테이너·일반공산품·자동차·특수중량물·곡물·철제품·철광석·석탄 등 수출입 화물과 국내 운송 물량에 대한 항만 하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중에서도 일시 저장 능력 20만 톤 규모의 양곡 사일로(SILO)와 곡물 전용 하역 장비를 갖춤으로써 곡물과 관련한 하역·보관 사업에서 큰 강점을 보이고 있다.

사실 한진의 하역 사업이 계속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6년부터 비정상 영업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함께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하역 사업이 잘되기 위해선 컨테이너 선사를 확보하는 영업망 확보가 필수다. 한진해운이 있을 당시엔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급격하게 무너지며 한진 또한 영업망을 신규 구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은 글로벌 선사 확보 영업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당시 대형 컨테이너 선사 얼라이언스 재결성기와 겹치며 2017년부터 머스크와 MSC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물량을 처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2016년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2017년 흑자 전환했고 이제는 한진의 수익을 책임지는 ‘실적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한진이 만들어지는 기반이 됐던 육상 운송도 여전히 실적에 크게 기여하며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부산과 경기도 의왕, 세종 등 국내 주요 거점에 철도 내륙 컨테이너 장치장과 컨테이너 기지 등 내륙 운송 기지를 조성해 효율적인 수출입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 운송 분야에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며 보다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 부문별로 영업이익이 고르게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 물류 부문만큼은 예외다. 현재 한진은 국제 물류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 특송과 국제 물류 주선(포워딩)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난해 약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 중이다.
‘물류 외길’ 걸어온 한진, 2023년 매출 3조 목표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국가 간 전자 상거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종합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한진은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 내에 1만4000㎡ 규모의 공항 물류 단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라는 글로벌 복합 물류센터 착공에 들어갔고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진에 따르면 GDC는 보관, 재고 관리, 포장·가공, 수·배송, 통관, 조달, 조립, 해외 배송 등 일관 물류 서비스 기능과 함께 최첨단 설비·시스템을 탑재한 최적의 업무 환경으로 개발된다.
‘물류 외길’ 걸어온 한진, 2023년 매출 3조 목표
이를 통해 GDC를 항공·포워딩·국제특송·국내택배를 연계한 복합 거점으로 구축하고 그룹사,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수출입 물류는 물론 환적화물 등의 물량을 집중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업계의 전망대로 국가 간 전자 상거래가 꾸준히 늘어나면 한진의 GDC는 효과를 톡톡히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국제 물류가 향후 한진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사업부문별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2023년 매출 3조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돋보기 한진을 이끄는 사람들
‘물류 외길’ 걸어온 한진, 2023년 매출 3조 목표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한진 경영에 참여해 왔던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올해 4월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한진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조 전 회장과 함께 경영을 이끌어 왔던 서용원 사장과 류경표 전무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현재 2인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우선 서 사장은 2014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조 전 회장과 함께 한진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1977년 대한항공에 입사하며 한진그룹과 맺었던 연을 계속 이어 가며 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한진 사장이 된 뒤 이뤄낸 성과들을 살펴보면 ‘성공’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조직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다.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택배 회사들의 경쟁 심화로 택배 운임이 점점 낮아져 한진의 택배 사업 실적도 악화되고 있었다. 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류 시설 확충과 택배 단가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점진적으로 택배 사업의 실적을 안정화 단계에 올려놓았다. 또한 한진해운의 좌초로 어려워진 하역 사업에서도 해운동맹인 2M의 물량을 2017년 유치해 내며 한진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을 ‘우려’에서 ‘기대’로 바꿔 놓기도 했다.

그의 파트너가 된 류경표 대표도 대한항공 출신이다. 1990년에 입사했다. 이후 한진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한 뒤 에쓰오일 생산지원본부장(부사장)으로 잠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2014년부터 한진에 복귀해 재무총괄을 맡다가 지난해 대표가 되며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효율적인 재정 관리를 통한 사업 확장과 실적 개선을 위해 그를 대표이사로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 대표는 그룹 내부에서 ‘재무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정도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한진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7호(2019.08.12 ~ 2019.08.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