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적자 기업 캐리어에어컨 인수해 ‘1조 클럽’ 눈앞
-오텍캐리어냉장 등 ‘알짜 계열사’도 눈길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 베팅한 오텍의 매력 포인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이하 사이언애셋)가 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충남 예산에 본사를 둔 오텍 얘기다.

◆상반기 매출 5287억원…연매출 1조 ‘찜’

오텍은 최근 사이언애셋이 지분 9.75%를 확보했다고 공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사이언애셋은 최대 주주인 강성희 오텍 회장(23.8%)에 이어 오텍의 2대 주주가 됐다. 오텍은 이 공시를 낸 다음 거래일인 8월 26일 17.3% 급등한 1만1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이언애셋은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 대표가 설립한 곳이다. 버리 대표는 신경학과 레지던트 출신으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때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주택 금융시장의 붕괴를 예측하고 신용 부도 스와프(CDS)에 투자해 당시 기준 8억 달러(약 9566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버리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의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주목하고 있다”며 “오텍을 비롯해 이지웰페어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버리 대표가 시가총액 1700억원짜리 오텍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뭘까.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 베팅한 오텍의 매력 포인트
오텍은 냉동탑차·구급차·건강검진차·저상버스·캠핑카 등의 특수차를 제조하는 곳이다. 2015년 5644억원이던 오텍의 매출은 2016년 7097억원, 2017년 8241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1.5% 증가한 91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114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9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오텍은 올 상반기 매출 5287억원, 영업이익 222억원을 기록하며 연매출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증권업계도 오텍의 매출 1조원 돌파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텍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424억원으로 42.3%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 베팅한 오텍의 매력 포인트
오텍의 성장 동력은 오텍캐리어·오텍캐리어냉장·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 등의 ‘알짜 계열사’들이다. 이 중 주력은 오텍 연결 기준 매출(2019년 상반기 기준)의 71.3%를 차지하는 오텍캐리어다.

오텍캐리어는 세계 최초 에어컨 브랜드인 ‘캐리어’를 보유한 곳이다. 강 회장이 2011년 캐리어 한국법인의 경영권을 미국 방산 기업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TC)로부터 인수하면서 문을 열었다. 오텍캐리어는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국내 에어컨 제조사 ‘빅3’로 꼽힌다. 오텍캐리어의 매출은 2015년 3810억원에서 지난해 6510억원으로 7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4억원에 29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오텍캐리어가 올해도 오텍의 실적을 끌어 올리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용 에어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건물용 공조기 등 산업용 공기 조화 시스템의 판매량 확대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 렌털 사업 등도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오텍캐리어는 2018년 10월 공기청정기 렌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에어컨 판매 비수기인 1분기와 4분기의 공백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게 됐다”며 “올해 매출 7621억원, 영업이익 421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렌털 등 신사업 순항

상업용 냉장·냉동설비 시장 1위인 오텍캐리어냉장도 알짜 계열사로 분류된다. 오텍캐리어냉장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설치되는 오픈 쇼케이스와 신선식품을 보관하기 위한 저온 창고 등을 만든다. 오텍캐리어냉장은 이 시장의 약 27%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598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아침 일찍 신선식품을 소비자 집 앞에 가져다주는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오택엔 호재다. 새벽배송에는 냉동탑차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오텍은 국내 1톤 냉동탑차 시장에서 점유율 37.1%(201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이현동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텍은 기존 냉동탑차는 물론 장애인차와 특수형 구급차 등으로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이들 특수 차량은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로 조달 물량이 증가하면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2016년 UTC 계열사인 오티스 한국법인의 주차관리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문을 연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도 지속 성장 중이다. 이 회사는 국내 수직 주차 시설 유지·관리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주차장 운영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매출 432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거뒀다.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 베팅한 오텍의 매력 포인트
오텍 관계자는 “오텍그룹은 1000여 명의 임직원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의료 차량, 복지 차량, 특수 목적 차량에서부터 에어컨·공기청정기·의류건조기 등의 전문 가전, 빌딩 인텔리전트 솔루션(BIS), 토털 콜드체인 솔루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를 향한 가치를 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강성희 오텍 회장은?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 베팅한 오텍의 매력 포인트
강성희 오텍 회장은 1955년생으로, 1981년 한양대 사학과 졸업 후 이듬해 기아자동차 협력사인 서울차체에 입사했다. 서울차체 임원으로 일하던 중 기아차 부도 사태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구급차와 장애인용 차량을 국산화하기로 하고 서울차체의 차량개조사업부를 분할 받아 2000년 4월 오텍을 설립했다. 직원들과 함께 휴일을 반납해 가며 연구·개발(R&D)과 영업에 매진해 창업 3년 만에 업계 1위와 코스닥 상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강 회장은 2011년 1월 오텍캐리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모험에 가까운 선택을 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오텍의 매출(620억원)은 오텍캐리어(2395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삼킨 격이었다. 오텍캐리어는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었다. 연간 4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오텍이 오텍캐리어의 영업적자(2010년 153억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당시 주변의 평가였다.

하지만 강 회장은 오텍캐리어의 기술력과 상업용 에어컨 시장에서의 영업력이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영만 제대로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브랜드 인지도부터 넓혀야겠다고 판단했다.

강 회장은 경영권 인수 첫해 자신의 급여를 반납하고 그 돈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회장이 사재를 털어가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자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갔다. 제조 기업의 핵심인 R&D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오텍캐리어는 2011년 곧바로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