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성장 속도에 신규 진출 봇물…대형마트 이어 오리온·LG생활건강도 출사표
‘70개 제조사, 300여 개 제품’…붐비는 생수시장? 아직 멀었어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레드오션’은 여러 업체들이 서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싸우며 치열한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을 뜻한다. 이런 측면에서 생수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으로 분류된다.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인 생수 제품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략 70개가 넘는 제조사가 300여 개의 제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사실은 레드오션인 생수 시장에 발을 들이는 기업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상황만 보더라도 대형마트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새롭게 출시해 뛰어들었고 오리온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도 생수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향후 생수 시장을 둘러싼 기업들의 자리싸움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크호스’ 떠오른 대형마트

이미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치열한 생수 시장에 신규 경쟁자들이 계속 진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전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생수 시장의 성장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1조2540억원으로 2017년보다 약 13% 커졌다. 세계 생수 시장 연간 성장률이 약 7%인 것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두 배 빠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수질 악화 등에 대한 경각심이 한국에서 유독 높아지면서 물을 사 마시는 사람들이 계속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대 들어서는 생수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생산하기가 쉬운 것도 경쟁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청량음료는 음료에 들어가는 수원지 확보와 맛을 내기 위한 첨가물의 조합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며 “반대로 물은 수원지만 확보하면 이후 생산 과정에서 청량음료에 비해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없어 생산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만들기가 쉬운 편이어서 기업들이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생수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대형마트들의 행보다. 대형마트들이 이벤트성 할인 상품으로 내놓은 생수가 상시 상품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지난 9월이었다. 상시적 초저가를 목표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방침을 내세운 이마트는 지난 9월 기존 자체 생산 제품보다 30% 저렴한 ‘이마트 국민워터’를 선보였다.

가격은 2리터 6병에 1880원으로 1병에 314원꼴이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면 가격 우위는 더욱 도드라진다. 최대 약 70% 저렴한 수준이다.

이마트는 내년 9월까지 약 1년간 판매할 계획을 갖고 국민워터를 출시했는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일제히 맞불을 놓았다.

각각 기존에 자체 브랜드로 판매 중이었던 ‘온리프라이스 미네랄 워터(롯데마트, 2000원→1650원)’와 ‘바른샘물(홈플러스, 2040원→1590원)’을 초특가로 선보인 것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1주일(9월19~26일) 동안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로 하며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대응했다.
◆배송 강화하며 지키기에 안간힘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계획했던 이벤트 기간이 끝나고 다시 가격을 정상화했지만 이내 방향을 틀었다.

이벤트 내내 집객 등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하자 롯데마트는 온리프라이스 미네랄 워터 6병(2리터 기준)을 이마트 국민워터보다 저렴한 1860원에 상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홈플러스도 바른샘물 6병(2리터 기준)을 1850원에 상시 판매한다는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마트 역시 국민워터를 상시 제품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국민워터의 판매 실적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팔려나갔다.
‘70개 제조사, 300여 개 제품’…붐비는 생수시장? 아직 멀었어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9월 19~23일 국민워터 판매량은 이마트 생수(2리터) 매출 상위 1~4위 상품들의 같은 기간 합계 판매량보다 약 30%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수 시장에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들도 생수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바로 오리온과 LG생활건강이다.

오리온은 하반기 제주 용암해수로 만든 고기능성 미네랄 워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리온은 2016년 11월부터 제주용암수의 지분을 인수해 현재 86.8%까지 지분을 확보했다.

LG생활건강은 내년 생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울릉군과 공동으로 합작 생수 판매법인 울릉샘물을 설립하고 현재 준비가 한창이다. 조만간 울릉군 내에서 생수 공장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과 네임 밸류 등으로 무장한 경쟁자가 생수 시장에 계속 진입하는 만큼 기존 업체들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생수 시장의 1위는 광동제약과 제주개발공사가 함께 만드는 ‘제주삼다수(39.8%)’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3.2%로 그 뒤를 잇고 있고 8.5%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농심 백산수가 3위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컨대 삼다수는 2012년 점유율이 약 50%에 달했지만 지난해 10%나 줄어들며 상당 부분 경쟁자들에 시장을 빼앗겼다.

상위 업체들은 배송 강화에 보다 주력하며 점유율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삼다수와 백산수 등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배송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무게가 무거운 생수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인 앱 홍보에 나선 모습이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