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기업 문화 혁신 탐방① 대홍기획]

-마라톤 회의 없애고 근무시간 단축…기업 문화 바꾸니 실적도 ‘쑥’
-수평적 문화에서 ‘엄근진’ 경영진 등장하는 사내 방송 탄생 성과도
“대표·신입사원 모두 ‘쌤’으로 불러요”…수직 호칭 없앤 대홍기획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대표이사·팀장·신입사원 모두가 ‘쌤’이라고 불리는 회사가 있다. 2018년 1월부터 단일 호칭제를 시행 중인 대홍기획이다. 쌤은 더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낸 호칭이다.

사무실에는 그 흔한 김 대리나 이 과장도 없다. 오직 ‘김 쌤’과 ‘이 쌤’만이 있을 뿐이다. 홍성현 대표 역시 사내에서는 쌤으로 불린다.

롯데그룹 계열 종합 광고 회사인 대홍기획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회사와 직원이 스스로에 자긍심을 갖고 질 좋은 성장,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다양한 직무 간의 협업으로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을 만드는 광고 회사답게 특히 수평적인 기업 문화 정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지만 실제 스타트업 못지않은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단일 호칭제, 회의 시간 단축, 해피 프라이데이, 안식 휴가제 등 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다양한 업무 혁신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덕분이다.

◆ CEO도 ‘쌤’…수평적 호칭의 힘

대홍기획은 더욱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정착시키 위해 단일 호칭제를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단일 호칭제는 직원이 낸 업무 혁신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신입 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

약 3개월간 내부 아이디어 공모, 전체 직원 설문 조사,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단일 호칭인 ‘쌤(CeM)’이 탄생했다. ‘선생님’이라는 뜻도 담겨 있고 ‘팀장님·과장님’보다 부르기에 부담 없고 편하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대홍기획이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호칭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75% 이상이 단일 호칭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장님’에서 호칭을 ‘쌤’으로 바꾸니 친밀도도 높아져 소통과 협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단일 호칭제는 팀장급 이상의 직책자들 사이에서 더 호응을 얻고 있다. 김민수 인프라지원팀 대리는 “처음에는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대표님이 ‘나부터 쌤이라고 부르라’고 하며 초기에 적극적으로 독려한 덕분에 빠르게 정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홍기획은 2017년부터 선도적으로 워라밸 제도를 도입해 업무 혁신을 추진했다. 대홍기획에는 광고 회사 특유의 마라톤 회의 문화가 없다. 회의실에는 1시간 이내로 회의를 끝내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시간 엄수를 위한 타이머까지 두고 있다. 대홍기획 관계자는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회의 시간 단축이었다”며 “가급적 1시간을 넘기지 않고 밀도 있게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회의실마다 타이머와 휴대전화 반납함을 두고 있다. 회의 시간이 짧아져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함)’의 상징이었던 대표·경영진이 총출동하는 유튜브 채널인 ‘대홍TV’ 제작 아이디어도 이처럼 수평적인 사내 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 ‘장시간 근무=고성과’ 공식 파괴

올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광고 회사에도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됐다. 적용 사업장인 대홍기획에서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워라밸과 관련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은 오전 근무만 시행하는 해피 프라이데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출근(오전 8~10시)과 퇴근(오후 5~7시)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본인의 업무 상황에 맞도록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다. 광고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된 해피 프라이데이는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까지 2.5일의 긴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해피 프라이데이에 여행·취미·문화생활 등 다양한 트렌드를 익히고 경험할 수 있도록 연 120만원의 복지 포인트도 지원된다. 또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 최대 한 달간 리프레시 휴가를 주는 안식 휴가제 역시 대홍기획만의 차별화된 업무 혁신 제도 중 하나다. 지금까지 리프레시 휴가를 다녀온 직원은 총 147명이다.

임동진 HR전략팀 책임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자율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10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며 “좋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제도의 필요성을 더 절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2018년 이후 입사자(경력직·신입사원)를 대상으로 대홍기획의 강점이 무엇인지 묻는 설문 조사를 했더니 ‘워라밸’을 많이 꼽았다”며 “해피 프라이데이, 안식 휴가,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직원들이 만족하는 부분으로 뽑혔다”고 말했다.

대홍기획은 이미 2017년부터 퇴근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를 시행하며 노동시간을 단축해 왔다. 이제까지 광고 회사가 시도해 본 적 없는 파격적인 제도였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고도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외부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홍기획 내부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업무 혁신 제도를 시행한 이후 워라밸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취급액과 직원 수가 늘고 퇴사율도 낮아졌다.

이희연 영업전략센터 책임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도 성과를 내는 데도 지장이 없었다”며 “다양한 업무 혁신 제도로 직원 만족도를 높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돋보기 : 직원들이 말하는 대홍기획의 업무 혁신 성공 비결은?]

“업무 혁신, 성과 보기까지 기다림의 미덕 필요”

대홍기획은 대기업 계열사답게 이미 전사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향상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같은 제도 시행의 목적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직원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실질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대홍기획은 근무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보장하는 업무 혁신 제도를 도입한 이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광고 대상과 국제 비즈니스 대상(IBA) 등 국내외 유수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거머쥐었다. 사내 방송용으로 만든 유튜브 채널인 ‘대홍TV’는 아시아·태평양 스티비상에서 대상과 금상을 수상했다.

최근 작업한 SK이노베이션의 ‘우리에게 혁신은 자연스럽다’ 캠페인은 론칭 50일 만에 유튜브 글로벌 조회 수 1억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최근 기업이 도입 중인 다양한 업무 혁신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기다림의 미덕'을 꼽았다. 좋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제도 정착까지 회사가 기다려 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수 인프라지원팀 대리 “하나를 도입했으면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잘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산업혁명의 결과물을 사람들이 즐기기까지 한 세대가 지나야 했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 시행한 제도의 효과를 직원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없애지 말고 우리 조직에 맞게 계속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임동진 HR전략팀 책임 “경영진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직책자가 제도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직원들에게 제대로 안내하고 독려해야 한다. 대홍기획의 성과는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전사적인 안내와 홍보, 직책자 중심 교육에 공을 들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희연 영업전략센터 책임 “좋은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정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직원들이 잘 따를 수 있도록 사내 방송과 회의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대홍기획은 사내소통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직원들에게 ‘회사가 바뀌고 있다, 나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을 줬던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신지원 영업전략팀 대리 “최근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기업들이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는데 아직은 과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이 많은 것 같다. 다른 회사의 좋은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 시작한 제도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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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