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6개 건설사 수장 연임 가능성은
연말 임원 인사 앞두고 떨고 있는 건설사 CEO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건설업계가 뒤숭숭하다. 정기 임원 인사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악화에 따른 사업 성과 부진에 대한 책임, 포트폴리오 재구성 필요성 등을 이유로 조직의 대규모 변화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를 앞둔 건설사들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올 한 해 동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했지만 역시 경영자의 절대적 평가 지표인 실적이 연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건설사 임원은 “CEO가 요즘 임원들을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잘릴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짐을 챙겨 놓았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대형 건설사 중 가장 일찍 임원 인사를 발표한 대림산업은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각자 대표이사에서 빠졌다. 그 대신 배원복 대림산업 본부장이 새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GS건설은 임원 인사를 통해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임병용 GS건설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또한 허창수 GS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부사장이 사장에 내정되는 등 하나둘 주요 임원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 내년 초 임기 끝나는 건설사 CEO 5인
연말 임원 인사 앞두고 떨고 있는 건설사 CEO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직 임원 인사가 나지 않은 건설사들의 CEO 연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시공 능력 평가 10위권 안팎의 대형 건설사들 중 임원 인사가 난 곳은 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한화건설·현대건설이다.

이 중 2곳(대림건설·GS건설)에서 CEO가 교체됐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2021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이고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은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임 여부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2021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다.

아직 임원 인사 발표가 나지 않은 대형 건설사는 삼성물산·롯데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SK건설 등 6곳이다. 이 중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업계의 전망은 이들 4명의 CEO 중 2명은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2명은 불투명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근거는 실적이다. 우선 안재현 사장은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 사장은 올해 서유럽 플랜트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 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상승하면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SK건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5476억원과 16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 5.9% 늘어났다.

김대철 사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이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656억원) 대비 81.24% 증가했다. 영업이익·순이익도 3883억원, 30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22, 92.92% 증가했다. 이 같은 큰 폭의 증가는 공사 수익과 분양 매출이 모두 고르게 증가한 덕분이고 특히 분양 매출의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이영훈·김창학 사장은 현재로서는 연임 여부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사장이 이끌고 있는 포스코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 66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56.7%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0.5%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감소율 모두 포스코그룹 8개 주요 계열사 중 가장 크다. 건축 사업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지만 플랜트 사업과 글로벌 인프라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기록, 수익성이 악화됐다.

2018년 3월 포스코건설 대표에 오른 이 사장은 취임 첫해 소폭의 영업이익 상승을 기록했지만 2년 차인 올해 수익성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이 이끄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이상 후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 5조3억원, 영업이익 3140억원, 당기순이익 2706억원을 거뒀는데 전년 대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7.4%, 4.3%씩 증가했지만 영업익이 11.4%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6.3%로 이 기간 1.3%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원가율이 89.1%로 전년도 86.5%에서 악화돼 매출 총이익이 13.5% 줄어든 5454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 임기 남은 현대·삼성·롯데 CEO는
연말 임원 인사 앞두고 떨고 있는 건설사 CEO들
이 밖에 임원 인사가 나지 않은 건설사 중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의 임기는 모두 2021년 3월까지로, 아직 1년 3개월여가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꼭 이들이 연임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설령 연임되더라도 올해의 실적이 미미했다면 내후년 있을 연임을 위해 실적 반등을 이끌어 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른다.

하석주 사장은 나름 선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별도 기준 3분기 매출액 3조9472억원, 영업이익 2865억원, 당기순이익 2783억원을 거둬들였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21.8%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43.3% 늘어났다.

특히 그룹 공사 비율을 줄이면서 자생력을 키우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해 말 매출액 대비 자체 공사 비율이 10.7% 수준이었지만 올 3분기에는 5.3%로 줄어들었다.

반면 이영호 사장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 삼성물산은 3분기 1조9350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해 전년 동기(2조2340억원)에 비해 13.4% 줄어들었다. 누적 기준으로도 4조3930억원에 그쳐 연간 목표치(11조7000억원)의 37.5%에 불과한 상황이다.

해외 수주에서 좀처럼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 영향이 크다. 삼성물산의 3분기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1조3080억원에서 올해 8450억원, 같은 기간 누적 수주액은 3조2450억원에서 1조726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한편 일부 임원 인사를 발표한 현대건설은 앞으로 수시 임원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실적만 놓고 본다면 박동욱 사장은 안정권이다. 박 사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건설은 모든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은 3분기에 압도적인 실적을 올렸다.

현대건설의 3분기 수주액은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3248억원) 대비 0.4% 감소했지만 2순위인 GS건설(2조6560억원)보다 두 배 이상 앞섰고 누적 수주액도 17조8443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대건설은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62.8% 늘어난 3조5000억원어치의 일감을 따낸 게 주효했다.

국내에선 다산 진건지구 지식산업센터, 고속국도 김포~파주 제2공구 등 9조233억원을 수주해 전년 동기 대비 50.6% 커졌다. 해외에선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프로젝트 등 8조8210억원의 사업을 따내 1년 전보다 49.4% 성장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3분기 만에 연간 수주 목표액(24조1000억원)의 74%를 달성하며 ‘맏형’으로서의 면목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라크 유정 물 공급 시설, 카타르 병원 등의 연내 추가 수주가 기대돼 연간 목표액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